용산 '희망 불씨' 살렸지만…곳곳이 '지뢰밭'

용산쇼크 후폭풍/ 용산 프로젝트, 무엇이 문제인가

 
  • 지영호|조회수 : 12,225|입력 : 2013.03.2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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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놓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회생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 지난 3월21일 코레일은 29개 출자사들에게 사업정상화 방안 의견을 제출하라고 통보했고, 이에 삼성물산을 제외한 28개 출자사들은 코레일의 정상화 방안에 대해 조건부 수용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따라 코레일은 사업정상화를 위한 긴급자금 26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1조4000억원 규모의 랜드마크빌딩 시공권을 쥐고 있는 삼성물산의 경우 25일까지 의견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코레일의 요구에 따라 시공권 반납 의사를 전달한 터라 용산 개발사업의 정상화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게 됐다.
 
◆희망 불씨 살렸지만 넘어야 할 산 많아
 
하지만 회생 절차를 준비 중인 용산역세권개발이 정상화될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수다. 일단 건설 출자사(CI)들이 코레일의 정상화 방안에 대해 '조건부'라는 단서를 달았다는 점에서 불안요소가 남아있다.
 
우선 건설 출자사들은 기본 시공물량을 '코스트앤피'(Cost-Fee) 방식으로 유지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코스트앤피는 공사비 외에 수익을 따로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실제공사비 절감액에 대한 성과수수료와 정액보수를 받는 실비정산계약이다.
 
이 방식은 종전의 일괄도급계약 방식과 달리 시공사가 비싸더라도 좋은 품질의 자재를 사용하려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수행 경험이 없거나 데이터가 충분치 않은 프로젝트의 경우 리스크 발생에 따른 책임을 발주처가 져야 하는 부담이 있다. 용산개발 건설 투자사들이 이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결국 사업에 대한 책임을 가급적 피하면서 공사 수익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이에 대해 코레일 측은 건설 출자사의 공사비 외에 수익까지 보장해주는 코스트앤피 방식이 전체 사업성을 떨어지게 하는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한다. 코레일은 정상화 방안에서 코스트앤피 방식을 폐지하고 건설 출자사간의 제한경쟁입찰방식으로 수주방식을 바꾸겠다고 주장해왔다. 경쟁입찰방식이 도입되면 건설 출자사 간에도 입찰경쟁이 벌어져 공사비 인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코레일이 정상화 방안의 조건으로 제시한 상호청구권 행사 포기도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 2대주주인 롯데관광개발이 사업해제 시 청구 포기에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사물량에 대한 불만도 있다. 코레일은 정상화 방안으로 공사물량 중 20%만 건설 출자사에 배정하고 나머지 80%는 공개입찰에 부치겠다는 입장인 반면 일부 건설 출자사들은 과거 10조원의 배정물량과 비교하면 너무 낮다며 불만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의 독단경영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10명의 시행사 이사 중 코레일 추천 이사가 절반을 차지한다. 코레일이 시공권을 마음대로 배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특별결의 조항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특별결의사항은 이사진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해 코레일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 26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코레일로서는 '본전 생각'이 들법한 주장이다.
 
뉴스1 허경 기자
뉴스1 허경 기자

 
◆용산역세권개발과 삼성물산의 끈질긴 운명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에 대한 삼성물산의 질긴 인연도 눈길을 끈다.
 
삼성물산은 2007년 11월 국민연금 등과 손잡은 컨소시엄을 통해 현대건설과 프라임 등이 맞선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공모에서 최종 승리자가 됐다. 하지만 때마침 불어닥친 금융위기 여파가 발목을 잡았다. 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인 드림허브(PFV)는 잊을만 하면 토지대금 중도금이나 이자 납부를 연기해달라고 조르기 일쑤였다.
 
결국 삼성물산은 2010년 9월 용산역세권개발의 대표 주관사 지위를 반환했다. 삼성물산은 45%에 이르는 지분을 코레일에 양도하면서 사실상 개발일선에서 후방으로 물러났다. 이 지분은 이후 롯데관광개발로 넘어갔다.
 
삼성물산이 사실상 용산개발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됐던 분위기는 1년 뒤 뒤집어졌다. 2011년 9월 용산국제업무지구 랜드마크빌딩 시공사로 삼성물산이 선정되면서 '왕의 귀환'이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삼성물산에 유리한 조건으로 시공사 선정이 이뤄졌다는 반발이 있었지만 긍정 여론에 밀려 힘이 실리지 않았다.
 
현재 삼성물산은 어렵게 따낸 랜드마크빌딩 시공권을 다시 코레일에 반납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코레일이 용산 사업정상화 방안에서 삼성물산 측에 제시한 조건이다. 대신 공사 입찰 때 투자한 전환사채(CB) 비용 688억원을 돌려받게 된다.
 
25일 의견서 전달로 삼성물산의 의도가 드러나겠지만 일단 삼성물산은 조건을 수용하며 또다시 이번 사업에서 발을 뺄 가능성이 높다. 당장 눈에 보이는 전환사채 비용이라도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출자사의 자본금을 현행 1조원에서 5조원으로 늘릴 경우 출자를 강요하지 말 것을 요청한 것도 더 이상 용산 개발에 자금을 쏟아붓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코레일의 자본 투입에도 불구하고 사업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도 삼성물산이 랜드마크빌딩 시공권을 포기한 이유로 꼽힌다. 특히 서부이촌동 주민투표에 따라 토지계획 변경이 이뤄질 경우 용산개발사업은 백지 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6월 말까지 진행되는 주민투표 결과 6개 구역에서 50% 이상의 찬성률이 나오지 않을 경우 인허가 단계부터 서울시의 승인을 다시 거쳐야 하는 운명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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