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기 샘솟는 '힐링 마을'

송세진의 On the Road/ 예천 회룡포·삼강주막

 
  • 송세진|조회수 : 12,066|입력 : 2013.04.0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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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치가 이런 것 아닌가 싶다. 섬처럼 보이는 동그란 마을, 아슬아슬 건너는 철판다리, 고요한 모래사장, 마지막 주모의 숨결이 느껴지는 작은 주막까지…. 예천에는 ‘소박한 힐링’이 있다.

운기 샘솟는 '힐링 마을'


◆한삽 뜨면 섬, 회룡포

회룡포의 매력은 이곳을 제대로 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를 위해 비룡산을 올라야 하는데 등산이라기엔 조금 싱겁다. 장안사 쪽 주차장에서 400m만 오르면 바로 만나는 곳이 회룡대. 이렇게 짧은 산책만으로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으니 게으른 여행자에게 딱 좋은 코스다.

회룡대에선 350도 물과 접해 있는 마을인 회룡포가 보인다. 360도면 섬이 될 뻔 했는데 아슬아슬하게 육지와 닿아 있어 ‘한 삽만 뜨면 섬’이라고들 한다. 낙동강 상류의 내성천이 마을을 동그랗게 감싼 모습이 마치 용트림을 하는 듯한 모습이라 회룡포라고 한다는데, 과연 이름과 지형이 딱 맞아 떨어진다.

물이 마을을 감싸고 있으니 오전에는 안개가 낮게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물살도 세 보이지 않고, 넓게 퍼진 모래사장이 이곳의 여유와 평화를 더한다. 하나 둘 세어보면 열 가구 남짓. 이곳에서 보면 마을 주민의 살아가는 모습과 지형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회룡포 마을로 들어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방법도 있지만 이왕 올라온 길이니 산행을 계속하는 것도 좋겠다. 게다가 봉수대를 돌아 용포대 쪽으로 가면 회룡포를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는 제2전망대가 있다. 사진에서 늘 봐오던 모습이 아니라 회룡포를 오른쪽에서 조금 길쭉하게 볼 수 있는데 이 모습도 이색적이다.

여기서 계속해서 왼쪽으로 길을 따라 내려오면 회룡포의 제2 뿅뿅다리를 건너 회룡포로 들어갈 수 있다. 산행 시간도 30분 정도 밖에 되지 않고 오르막보다는 내리막길이 많다. 지나는 숲길이 온통 소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운치가 그럴듯하다. 그러니 되도록이면 회룡포에선 이 코스를 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회룡포
회룡포

◆뿅뿅다리 건너 회룡포로

이제 그 유명한 ‘뿅뿅다리’를 건널 차례이다. 낡은 나무다리를 보수해 1997년 현재의 철판다리를 만들었는데 원래 동네에서 부르던 이름은 ‘아르방다리’이다. 사람들이 디딜 때마다 철판 구멍 사이로 물이 퐁퐁 솟아서 ‘퐁퐁다리’라 부르다가 구전되면서 ‘뿅뿅다리’로 바뀌었다. 얇은 철판에 의지해 강을 건너는 게 아슬아슬 할 것 같지만, 얕고 착한 물살이라 아이들도 신나게 다리를 뛰어 건넌다.

다리를 건너면 아름다운 모래사장이다. 모래사장은 고요하고, 바다에서 들리는 흔한 파도 소리조차 없다. 가만히 앉아 생각하거나 동행자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할 거리가 꽤 있다.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마을의 윤곽을 따라 나 있는 올레길이다. 이 길을 따라가면 삼강주막까지 갈 수 있다고 하는데, 길이는 3.4km다. 마을 주민들이 길을 예쁘게 꾸며놓아 오른쪽으로는 내성천을, 왼쪽으로는 회룡포마을을 두고 걷는 것도 그럴듯한 선택이다.

아이들과 함께 왔다면 초화류 학습원과 테마식물원에서 체험학습을 할 수 있고 단체 수련회를 왔다면 씨름장, 족구장, 잔디광장 등이 유용할 것이다.

캠핑족에게도 좋은 소식이 있다. 회룡포 마을에서는 작년부터 오토캠핑장을 열었는데, 미리 예약만 하면 전기와 수도를 무료로 이용하며 특별한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이미 소문이 나서 성수기에는 하룻밤만 예약이 가능하다고 하니 반드시 예천군 문화관광과에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삼강주막
삼강주막


용궁동 순대국밥
용궁동 순대국밥

예천 참우
예천 참우

◆진짜 주막에서 즐기는 막걸리 한사발

여행의 마침표는 탁주 한잔으로 찍는 것이 어떨까. 이곳에는 마지막 주모, 유옥연 할머니가 운영하던 삼강주막이 있다. 주막 이름이 삼강인 이유는 낙동강과 내성천·금천, 이렇게 세 개의 강이 모이는 삼강나루터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1900년대까지만 해도 장날이면 하루에 30번 이상 나룻배가 다니던 교통의 요지였다고 하니 주막과 이 주변이 얼마나 활기가 넘쳤을지 짐작할 수 있다. 2005년에 주모 할머니는 돌아가고, 조그만 집 한 채와 500년 된 회화나무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주막은 방 하나에 부엌 하나로 ‘초가삼간’도 아닌 초가 두 칸짜리 집이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문이 7개나 달려있다는 것. 이유인즉슨, 어디서 주문해도 주모가 음식을 빨리 내 주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한창 번성할 때는 하루에 막걸리 열 말을 팔았다고 하니 술 빚고 음식 만들고 식당을 경영해 가던 주모 할멈이야말로 슈퍼우먼이 아니었을까. 방에는 다락문이 하나 있는데, 여기가 바로 주모의 음식이나 소지품을 보관하던 곳이라고 한다. 작은 방은 손님에게 내어 주고, 정신없이 상을 내지만 정작 자신은 허기를 달랠 시간도 없이 바빠서 다락에 음식을 두고 먹었다고 한다.

또 재미있는 것은 부엌 벽에 그어놓은 할머니만의 외상 장부다. 글을 몰랐던 할머니는 한 잔이면 짧은 금, 한 주전자는 긴 금으로 표시를 해 두었는데 그 금의 주인들, 즉 외상 진 사람 만큼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으셨다니 역시 프로페셔널의 모습이다.

주막에는 장사꾼·뱃사공뿐 아니라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도 묵어갔다고 한다. 보통 영남에서 한양으로 가는 방법이 세 가지가 있는데, 추풍령으로 가면 행여 과거에서 ‘추풍’낙엽처럼 떨어질까봐, 죽령으로 가면 과거 시험을 ‘죽’ 쑬 까봐 그쪽을 택하지 않았다고 한다. 남은 건 하나. 이곳을 거쳐 문경새재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수험생들은 한결같이 예민하고 조심스러웠구나…. 어쨌거나 되도록이면 좋은 기운을 받고 큰 시험에 임하고 싶었던 마음이 아니었을까.

이제 탁주를 따라 잔을 든다. 용이 살던 고장인 회룡포와 삼강주막에서 기운을 얻었으니 앞으로의 일들에 행운이 가득하길 바라며 막걸리 사발에 건배를….


[여행 정보]

● 회룡포 가는 법

[승용차]
서울 - 경부고속도로 신갈분기점 - 영동고속도로 여주분기점 - 중부내륙고속도로 - 나한교차로에서 ‘상주, 안동, 점촌’ 방면으로 우측 - 문경대로 - 사아매 교차로에서 ‘안동, 예천’ 방면으로 우측 - 함창로 - 흥덕과선교 진입후 경서로 - ‘강당마을’ 방면으로 우측 - ‘용궁면소보건지소’ 방면으로 우회전 - 용궁로 - ‘화룡포, 장안사’ 방면으로 우회전 - ‘회룡포’ 방면으로 우회전

[버스]
센트럴시티터미널 - 예천시외버스 정류장 - 대심1리에서 예천~점촌(개포면, 용궁) 버스 승차 - 회룡 정류장에서 하차

회룡포
회룡포 여울마을 http://www.yeoul-vil.co.kr
(예천·회룡포 정보) http://dragon.invil.org

삼강주막
http://www.3gang.co.kr
경북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 219번지 / 054-655-3132
막걸리 3000~5000원 / 지짐이 3000원 / 두부 3000원 / 묵 3000원

< 주변 여행지 >

예천진호국제양궁장
양궁의 고장 예천에서 천재 궁사 김진호선수의 이름을 따 건립한 양궁경기장이다. 약 7만9300㎡ 부지에 예선경기장과 결선경기장 등 경기시설과 주차장, 숙소 등을 갖췄다. 일반인은 하루 전에만 예약하면 무료 양궁체험을 할 수 있다.
경북 예천군 청복리 150 / 054-654-6680
체험시간 : 오전 10시~오후 5시

예천곤충생태체험관
http://www.ycinsect.go.kr
예천곤충생태체험관에서는 곤충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곤충의 역사와 생태뿐 아니라 곤충을 소재로 한 장난감이나 음식물 전시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관람시간 : (3~10월) 오전 9시~오후 6시
(11~2월) 오전 9시~오후 5시
관람요금 : 일반 3000원 / 아동·청소년 2000원
경북 예천군 상리면 고항리 577 / 054-652-5876

< 음식 >
순대 : 예천은 막창을 이용한 순대가 유명해 용궁면 읍부리 일대에 순대국밥집이 많이 있다.
- 흥부네 토종한방 순대 : 순대국밥 5000원 / 순대 8000원 / 오징어 석쇠구이 8000원
경북 예천군 용궁면 읍부리 153-4 / 054-653-6220

토끼간 빵 : ‘용이 놀던 곳’ 이라는 지명인 ‘용궁면’과 어울리는 지역의 대표 간식이다.
20개 세트 1만원 / 경상북도 예천군 용궁면 읍부리 298-6 / 054-652-4461

예천 참우 : 예천은 한우가 유명하며 이를 ‘참우’라 부른다. 예천에서 꼭 맛봐야 할 것이 바로 이 투플러스 꽃등심이다.
- 예천 축협한우프라자 : 꽃등심 2만원 / 갈비살 2만3000원 / 육회비빔밥 7000원 / 갈비탕 6000원
경북 예천군 예천읍 남본리 252-1 / 054-652-9289

<숙소>
여울마을 http://www.yeoul-vil.co.kr/
폐교된 향석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회룡포 여울마을 체험장
경북 예천군 용궁면 향석리 / 054-655-7120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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