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의 1등 보일러 '맞짱 후유증'

겨울에 '귀뚜라미' 우는 사연…경동나비엔 상대 잇단 광고문구 싸움서 '판정패'

 
  • 김진욱|조회수 : 13,667|입력 : 2013.04.1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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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타는' 시리즈로 유명한 귀뚜라미보일러가 경동나비엔과의 '맞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경동나비엔이 광고에 사용하는 '국가대표·1등'의 표현에 제동을 걸었다가 경동 측에 사실상 '판정패'를 당한 데 따른 여파다.

보일러업계 대표주자간 충돌은 지난해 8월 귀뚜라미가 TV광고나 홈페이지, 기타 영업용 판촉물에서 경동나비엔이 사용한 '국가대표보일러', '국내 판매 1위' '대한민국 콘덴싱 1위' 등 14개 표현에 대해 '표시광고법' 위반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 불거졌다. 경동나비엔이 근거없이 광고상에서 최상위 표현인 '국가대표'나 '1위' 표시를 하고 있다는 게 귀뚜라미 측 주장.

통상 보일러는 에어컨과 같은 대표적인 시즌 상품으로, 매년 9~12월이 성수기다. 때문에 한창 CF 대결과 치열한 마케팅 전쟁을 벌여야 하는 시기에 매출순위 2위 귀뚜라미의 1위 경동나비엔을 향한 '선제공격'은 당시 업계의 적잖은 관심을 끌었다.

귀뚜라미의 1등 보일러 '맞짱 후유증'

 

귀뚜라미의 1등 보일러 '맞짱 후유증'

◆귀뚜라미, 공정위·방심위 제소 "1위 표현 잘못"

일단 귀뚜라미 측의 공정위 제소에 경동나비엔은 당초 지난해 9월1일에 '온에어'를 계획 중이던 TV CF를 중단했다. 그리고 예년보다 한달 반 가량 늦은 10월15일 새로운 CF를 선보이면서 '국가대표 보일러, 수출 1등'이라는 기존 표현 외에 오히려 '국내 1등'이라는 문구를 더해 귀뚜라미의 공격에 초강수로 맞섰다.

특히 경동나비엔은 '국내 1등'의 근거로 '2011년 금감원 보일러 제조사별 제품매출액' 자료를 내세우며 공정위의 정확한 판단을 유도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경동나비엔의 제품매출액은 2880억원이지만 귀뚜라미보일러는 2130억원에 그쳤다.

경동나비엔의 이 같은 '카운터펀치'가 진행되자 귀뚜라미는 같은해 12월, 이번에는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사후심사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경동나비엔 광고와 관련 부당성 시비를 걸었다. 경동이 2012년 10월부터 진행한 TV CF에서 사용한 '국가대표' '국내 1등'이라는 표현의 적법성에 대한 심의를 요청한 것.

정부기관을 상대로 한 귀뚜라미의 두번에 걸친 이의제기는 그러나 공정위가 올 1월 경동나비엔에 '무혐의' 결정을 내리면서 경동 측으로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공정위는 두 회사로부터 2001∼2012년 10월까지의 판매량과 매출액 등의 자료를 받아 조사한 뒤 올 1월3일 심사결과 통지서를 통해 "경동나비엔이 광고하고 있는 '국가대표' 등의 표현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볼 수 없다"며 "무혐의 처리했다"고 밝혔다.

다만 방심위는 경동나비엔에 권고조치를 내렸다. '국내 1등' '수출 1등'에 대한 근거가 있지만 '국가대표'와 '콘덴싱 기술의 차이로 지켜온 대한민국 1등'이란 표현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있거나 확인할 수 있는 근거를 추가 표시하라'고 한 것. 이에 경동 측은 새 광고에 '보일러업계 최초 수출 1억불 돌파'(2011.12. 한국무역협회), '보일러업계 유일 월드클래스300 선정'(2012.5. 지식경제부 선정) 등의 문구를 추가로 표시해 내보냈다.

귀뚜라미의 1등 보일러 '맞짱 후유증'

◆반전 준비한 귀뚜라미, 그러나…

현재 귀뚜라미는 '무혐의' 결과 통보에 불복해 공정위에 "경동나비엔이 누적판매에서는 1위가 아니다"며 재심의를 요청한 상태다. 또 방심위 권고에 따라 경동나비엔 측이 광고를 수정했지만 '국가대표'라는 표현에 대한 객관성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을 들며 추가적인 법률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귀뚜라미보일러 관계자는 "매출상 누락된 부분이 있어 공정위가 그 같은 결론(무혐의 판결)을 내린 것 같다"며 "장래에 법 위반 예방을 위해 경동나비엔 측에 주의를 촉구한 만큼 매출 누락된 부분을 철저히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귀뚜라미 측은 본지에 구체적인 판매누락 금액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1·2위간 싸움을 놓고 한때 시장을 호령하던 귀뚜라미가 경동나비엔에 정상자리를 뺐긴 것에 대한 '긴박한 대응'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작년 이전에도 귀뚜라미는 이미 2009년 공정위에 "경동나비엔이 '수출 1위' '가스보일러 누적 생산 판매 1위' 등을 사용한 것은 표시광고법 위반"이라며 공정위에 신고한 바 있다. 물론 경동나비엔도 귀뚜라미가 사용하고 있는 '세계 최초' '국내 최고효율' '국내 판매 1위'라는 표현에 대해 "허위·과장이다"며 맞신고를 했었다.

양사의 치열한 논리 공방이 이어진 후 당시 공정위는 가스보일러의 제조업체별 판매 생산실적을 공신력 있는 기관이 동일한 기준으로 작성·관리하고 있는 객관적 자료가 없어 "법 위반 여부의 판단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하며 실질적인 '무승부' 판결을 냈다.

그런데 양사의 '1차 대전'이 업계의 관심을 끈 것은 매출액 규모에서 경동나비엔이 귀뚜라미를 서서히 역전시킨 시점에서 벌어졌다는 데 있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경동나비엔은 2008년 2016억원의 매출로 귀뚜라미(2197억원)에 비해 금액이 낮았지만 2009년에는 2333억원의 매출을 올려 귀뚜라미(2025억원)를 제치고 '시장 1위'에 올라섰다. 이후에도 경동은 2010년과 2011년 각각 2782억원과 3182억원의 매출실적으로 같은 시기 각각 2389억원과 2583억원에 그친 귀뚜라미를 따돌렸다.

업계 관계자는 "귀뚜라미 입장에서는 정상 재탈환을 위해 경동나비엔의 '국가대표 보일러' 등의 표현을 문제삼겠다는 전략을 취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1위 업체 흠집내기는 이제 갓 수출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보일러업계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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