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한 날은 다시 태어난 날"

'장애인 주간' 긴급진단 <더불어 사는 사회>/ 장애인 고용 앞장서는 기업은행

 
  • 문혜원|조회수 : 8,026|입력 : 2013.04.1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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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장애 이예섭 계장… "펀드투자사 공부 시작했어요"

"2012년 5월31일은 제가 다시 태어난 날입니다. 기업은행에 입사한 날이기 때문이죠." (웃음) 


이예섭 기업은행 여신심사부 계장의 말이다. 이 계장은 장애인 특별채용으로 기업은행에 단기계약직으로 입사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던 이 계장은 군 전역후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뇌를 크게 다쳐 혼수상태에 빠져 지낸 기간만 3~4개월. 이 계장은 극적으로 깨어났지만 뇌병변장애를 입고 장애6급 판정을 받았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날보다 입사일을 더 소중히 여기는 까닭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서 삶의 활력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사진_류승희 기자)
(사진_류승희 기자)

 

정현관 팀장(좌)과 이예섭 계장(사진_류승희 기자).
정현관 팀장(좌)과 이예섭 계장(사진_류승희 기자).

그는 학교를 졸업한 후 수십곳에 입사지원서를 넣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성한 사람도 바늘구멍 통과하듯 어려운 취업관문인데 장애를 입은 자신을 받아주는 곳이 없었던 것. 탈락을 거듭하던 이 계장은 기업은행의 장애인 특별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기업은행의 장애인 채용은 상대적으로 '넓은 문'이었다. 이 계장은 자신처럼 장애를 입은 직원들과 함께 채용됐다.

"기업은행은 장애인 할당제가 있어서 저와 같은 장애인을 위한 입사문턱이 한결 낮았습니다. 기업은행에 입사한 덕에 여자친구에게 당당하게 프러포즈할 수 있었고 지난달에는 결혼에도 골인했죠." (웃음)

이 계장이 기업은행에 입사한 후 업무배치를 받은 곳은 여신심사부. 대출이 필요한 기업의 심사를 진행하는 곳으로 이 계장은 심사에 필요한 문서를 수집하고 심사역에게 전달하는 보조업무를 맡았다.

장애6급 판정은 비교적 경미한 장애다. 뇌병변장애인인 이 계장은 다리를 조금 절뚝거리고, 말과 행동이 비장애인보다 조금 느린 정도다. 하지만 흔들리는 차안이나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어지럼증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그는 흔들리는 버스를 타는 대신 지하철을 타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어지럼증을 느껴 이른 시간에 출근한다. 은행에서도 몸이 불편한 이 계장의 동선을 고려해 자리를 배치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기울이고 있다.

"장애인 직원들은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일을 못한다는 얘기를 듣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노력합니다. 외견상으로는 건강해보이지만 속으로 아픈 걸 숨기고 일하는 경우도 있죠. 이러한 어려움이 없도록 배려하는 것도 동료들의 몫입니다."

정현관 여신심사부 팀장의 말이다. 기업은행은 무엇보다 단순한 업무에서 벗어나도록 직무를 개발시키고 이들에게 적합한 업무를 찾아주고 있다.

이 계장 역시 오는 하반기에 직무 재교육을 받는다. 단기계약직으로 입사했다가 올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한 직무교육이다. 얼마 전부터는 보다 전문적인 업무를 맡기 위해 펀드투자사 공부를 시작했다. 퇴근 후에는 지쳐 잠들어버리지만, 출근시간과 주말을 이용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 계장은 "지금은 여신심사부에서 후선업무를 처리하고 있지만 은행 업무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심사역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들을 찾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2006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장애인 고용증진협약을 체결하면서 장애인 고용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2011년부터는 기존의 모집방식과 시기를 획기적으로 전환해 88명의 장애인을 신규 채용했다. 장애인고용공단과 고용증진협약을 체결할 당시만 해도 0.59%에 불과했던 장애인 고용률이 2011년에는 2.13%로 크게 상승했고 2012년에는 의무고용률인 2.5%를 무난히 달성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엔 장애인고용 우수사업주로, 올해는 장애인고용공단의 협약사항을 이행한 신뢰기업에게 주는 '트루컴퍼니' 대상을 수상했다.

현재 기업은행의 장애인 직원은 288명(중증장애인 26명). 2014년까지 장애인고용률 2.7%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약 0.1%만 남은 상황이다.

김현정 기업은행 인사부 차장은 "과거에는 장애인 채용이 기업은행의 장기 계획일 정도로 장애인고용률이 낮았지만, 현재는 다른 기업을 능가하고 있다"며 "특히 각 부서로부터 필요인원과 직무를 파악해 자리를 만든 후 직원을 선발하기 때문에 장애인 직원이 보다 더 책임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팀장은 "CEO의 의지 없이는 결코 할 수 없었던 일"이라며 "직원들도 사회적인 의무라고 생각하며 마음으로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미흡한 장애인 고용현황

"입사한 날은 다시 태어난 날"

통계청의 <경제활동 인구조사>(2010년 5월)에 따르면 전체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 및 고용률, 실업률은 각각 61.9%, 60.0%, 3.2%로 나타났다. 반면 장애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절반을 겨우 넘긴 수준인 38.5%, 고용률은 36.0%, 실업률은 6.6%로 나타났다. 

전체인구에 비해 장애인구의 경제활동상태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그중에서도 장애인구와 전체인구 모두 남성에 비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이 낮았다.

장애인의 업무 역시 단순노무 종사자가 현저히 높음이 확인됐다. 단순노무 종사자는 장애인이 27.0%로 전체인구 14.1%보다 월등히 높았다. 장애인이 소외된 직무는 사무종사자, 서비스종사자, 전문가 및 관련종사자, 관리자 등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장애인의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장애인 고용의무를 실시하고 있다. 2006년부터는 정부부문 의무고용 직종을 확대하고 민간부문의 업종별 적용제외율을 폐지했다. 이 때문에 장애인 고용률이 다소 하락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부문의 장애인 고용률은 1994년 0.66%에서 2011년 2.48%로 약 4배 증가했으며, 민간부문에서는 1991년 0.40%에서 2011년 2.24%로 5배 이상 증가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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