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잃은 '금'… 하루 만에 140달러 폭락

 
  • 유병철|조회수 : 27,386|입력 : 2013.04.1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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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현지시간으로 15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물 금 가격은 지난 주말 대비 온스당 9.3%, 140달러30센트 폭락한 1361달러10센트를 기록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까지 급락세를 나타내긴 했지만 순식간에 1500달러에서 1300달러대로 떨어진 것이다.

이날의 금값 하락폭은 금액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치이며, 비율 기준으로는 지난 1980년 3월17일 이후 33년 만에 최대치의 하락세다. 심지어 내년 전망치는 1350달러로 지금보다도 더 낮다.

덕분에 한국은행과 슈퍼리치들도 울상이 됐다. 한국은행은 현재 104.4톤의 금을 보유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금을 보유할 필요성이 있는 상황에서 단기적인 등락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가 없지만, 시장에서는 최소한 4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 중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심지어 얼마나 발끈했는지 한은은 16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한은의 금 매입은 외화보유액의 통화·상품 다변화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금 가격 변동에 따른 단기적인 손익 평가는 큰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한은뿐 아니라 매매에 대해 세금이 붙지 않기 때문에 최근 금괴 매수에 빠졌던 부자들도 덕분에 손해를 보게 됐다.

금괴가 그간 얼마나 팔렸는지는 정확히 집계하기 힘들다. 다만 관련업계에 따르면 골든듀의 금괴를 팔고 있는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은 지난 5일부터 14일까지 열흘간 총 15억5500만원어치 금괴를 팔았다. 다른 매매 창구를 감안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금괴가 최근 팔려나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값, 왜 떨어졌나

최근 들어 갑작스러운 금의 몰락에는 세계 최대의 금 수요국 중 하나인 중국의 성장률 부진과 미국 경제의 회복 등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특히 최근 키프로스가 금을 매각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여타 유럽 국가들의 중앙은행도 금 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주요 급락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시장의 ETF들도 금을 내다 팔고 있다. 대표적인 금 ETF인 SPDR 골드 트러스트(Gold trust)의 금 보유량은 2010년 4월 이후 최저수준이다. 선물시장의 투매와 현물 ETF의 환매가 동반되고 있는데다, 중국 GDP(국내총생산)의 부진으로 인해 실물 수요 증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상태다.

'안전자산'으로 각광받았던 금은 어느샌가 다시 '투자자산'으로 변했다. 금값은 널뛰기를 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일희일비 상태다.

이러한 금의 몰락세는 갑작스럽지만 어느 정도는 예견된 일이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올해 초부터 이 같은 사태를 예견했다. 올해 초부터 "금 시대가 종언을 고했다"며 금값 하락을 예고하는 보고서들을 잇달아 내놓았던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제의 회복이 본격화되면서 양적완화와 같은 부양책이 조기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했다. 덕분에 앞으로 달러가치는 상승하고 금리도 점차 오르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달러지수는 올해 초 79에서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내며 현재 82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확실한 것은 금본위제, 금태환제 등을 기반으로 '금'의 지위는 지난 1971년 미국이 금태환을 중단할 때까지는 투자자산이 아니었다는 점"이라며 "과거 금값을 살펴보면 금은 지난 1980년까지 20배가 상승한 이후 20년간 오르지 못했는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이란 이유로 상승세를 나타냈지만 20년간 오르지 못하던 금이 과연 '안전'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값 폭락, 계속 될까

시장에서는 금이 구조적인 문제로 폭락하긴 했지만, 더 이상 크게 폭락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서지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주 금값 낙폭을 확대시켰던 원인은 키프로스 중앙은행의 금 매각 발표"라며 "이는 당분간 악재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현 시점의 키프로스발 금가격 약세는 추세적 하락세를 이끌기보다는 저점 형성기를 만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이에 대해 "먼저 키프로스 중앙은행의 금 매각 결정이 다른 유럽의 구제금융 사례에 바로 적용될 가능성은 낮다"면서 "유럽 국가들은 외환보유고의 대부분을 금으로 보유 중이기 때문에 금 가격이 하락할수록 외환보유 가치가 급감할 수밖에 없고 이는 스스로 유럽 재정에 대한 우려를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 애널리스트는 매물 자체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비슷한 사례인 '한국 금모으기 운동' 당시 현재의 상황보다 더 많은 매물이 시장에 유입됐지만, 가격 하락세는 제한적이었다는 것이다. 즉 실제 매물이 시장 가격에 가져올 부담은 그렇게까지는 크지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금 가격의 약세 원인이 집중된 상황에서 키프로스의 금 매각 결정이 당분간 가격 약세를 이끌 수 있다"며 "그러나 다른 구제금융 사례에 적용되는 예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점과 실제 매물의 유입이 가져오는 부담은 크지 않았던 경험이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이 금 가격을 계속적인 약세로 이끌기보다는 저점 형성기를 만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매도 vs 매수, 엇갈리는 해외 시각

해외전문가들의 견해를 살펴보면 '금 약세'가 우세하다. 이날 마켓워치는 "시장에서는 올해 금값이 1200~1300달러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0일 종전 온스당 1610달러로 제시했던 올해 평균 금값 전망치를 1545달러로 크게 낮췄다. 또 내년 전망치도 당초 1490달러에서 135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일단 현재 가격보다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소리다.

상품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짐 로저스도 조만간 금 가격이 더 떨어질 수도 있으니 당장은 매수하지 말고 지켜보라고 주문했다.

물론 일부이긴 하나 아직도 금을 사야한다는 견해도 있긴 하다.

 

핌코(PIMCO)의 빌 그로스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배런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잘못된 예측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이라도 나는 금을 사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존 테일러(John Taylor) FX 컨셉트 최고경영자(CEO)도 15일(현지시간) 한 방송에 출연해 1400달러 아래에서는 매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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