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뜨고 잠자는' ELW 시장

외국인·전업투자가만 판쳐… 규제 풀어야 '동면'서 깨어나

 
  • 머니S 유병철|조회수 : 7,912|입력 : 2013.04.2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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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고 잠자는' ELW 시장

한때 홍콩에 이어 세계 2위(일평균 거래대금 기준)를 기록하며 '잘 나갔던' 국내 주식워런트증권(ELW)시장은 2011년 검찰이 스캘퍼에게 속도가 빠른 전용회선을 내주는 등 부정한 수단을 쓴 혐의로 증권사 전·현직 사장들을 기소하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들이 ELW시장에서 막대한 손실을 보는 상황을 타개하겠다며 고강도의 규제를 잇달아 시행했다. 기본예탁금을 1500만원으로 인상해 개인투자자들의 진입장벽을 높였고, 유동성공급자(LP)의 호가 제출도 제한했다.

국내 ELW시장의 거래패턴이 LP의 물량공급과 투자자의 매입 후 청산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LP의 호가제출 제약은 거래성립 자체를 막겠다는 조치다. 사실상 시장을 '고사'시키겠다는 정부의 의도로 인해 ELW시장은 활력을 잃었고 투자자들은 떠나갔다. 결국 지난 2010년 10월14일 2조7746억원이었던 ELW의 거래대금은 2012년 3월28일 343억원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ELW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9일 기준으로 올해 총 68거래일 가운데 거래대금이 1000억원대를 하회한 것은 단 9차례뿐이다. 3월 한달간의 평균 거래량을 살펴보면 13억원 수준까지 상승했다. 양적인 부분에서도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으로 상장ELW 개수가 5400개를 상회하는 등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이다.

게다가 최근 북한 리스크가 불거지며 코스피200변동성지수(VKOSPI: 공포지수)가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내는 등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ELW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ELW시장이 기나긴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것일까.

◆외형적으론 회복세


최근 ELW시장의 수요 회복에는 외국인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3월 이후 ELW시장에서의 LP 호가제출 제약조치로 인해 유동성 공급 기회가 위축되면서 증권사의 거래비중이 평균 25%로 감소했다. 이렇게 증권사가 빠져나간 부분을 외국인 투자자들이 채우고 있는 것이다.

전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LP의 공백으로 인해 ELW의 비정상적인 가격형성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외국인들이 ELW시장에 참여해 시장조성자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LP의 시장 개입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ELW 가격형성은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수익기회"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LP의 호가제출 제한수준인 8% 이내에서 이뤄지는 일반투자자들의 투기적 거래패턴은 ELW의 이론가 대비 가격괴리를 확대시킬 수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로 저평가된 상품을 시스템적으로 파악해 매매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시장 침체, 알고 보면 골 깊다

이유야 어쨌든 외형적으로는 ELW시장이 좋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매매에 나서고 있는 증권사 트레이더들의 얘기는 다르다.

일견 회복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일반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로 변해 외국인과 전문적으로 ELW에 투자하는 전업투자가들만 판을 치고 있다는 것.

특히 현재 ELW시장에서는 75원을 넘어서는 상품이 거래되지 않는다는 점도 ELW시장 부흥의 걸림돌이다. 투자자들이 가격이 비싼 상품을 외면하고 있는 데다 LP가 호가를 내기도 힘드니 75원이 되기 전에 팔아버리고 있다.

현재 ELW시장에서 5~65원대까지는 LP가 스프레드를 1틱(5원) 제시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75~125원까지는 2틱씩 제시해야 한다. LP의 매수 매도 호가 스프레드는 8~15%다. 이처럼 LP가 규정에 묶여 호가를 내지 못하고 쳐다만 보는 경우가 많아 거래가 되지 않는 것이다.

한 트레이더는 "이는 사실상 호가를 내지 말라는 의미나 마찬가지"라며 "이러한 정부의 규제책 덕분에 올해 ELW시장에서 돈을 벌고 있는 회사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최근 ELW시장에는 풋 상품이 늘어나고 있다. 상품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 역시 내면을 들여다보면 좋게만 볼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지난 1월 비틀대던 코스피가 2월에 3.29% 오르는 등 강세를 나타내자 콜ELW는 거래되지 않았고 덕분에 조금 더 저렴한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자 풋을 내놓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에쿼티 콜 상품이 3600개인데 풋은 400개뿐"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상품이 균형 있게 나오고 있다는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트레이더들은 현재 ELW시장이 전혀 돈이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이 "끝까지 가보자"며 치킨레이스를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증권사들은 ELW시장에서 발행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이 비용이 만만찮다는 것이다. 한 트레이더는 "우리 회사도 매달 1억원 이상씩 부담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러한 금액조차 맞추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한국의 ELW시장에 LP로서 참여하는 회사들은 언젠가는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끝까지 붙들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참여하고 있는 17개의 모든 회사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제대로 살아나려면 필요한 것은

ELW시장 참여자들은 시장의 회생을 위해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개인투자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1500만원의 증거금부터 철폐하고, LP들이 호가를 제대로 낼 수 있도록 풀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ELW시장에 참여했던 일반투자자들은 대부분 200만~300만원대의 자금을 가지고 참여했다. 한 트레이더는 "증거금 1500만원을 사용할 수 있는 투자자들도 현재의 ELW시장에 참여하려 하지 않는다"며 "LP들이 호가를 제대로 낼 수 있게 되고 일반투자자들이 ELW시장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게 됐을 때 비로소 시장이 회생의 기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나 노무라 아시아워런트 마케팅담당 상무는 "워런트는 레버리지 상품이기 때문에 일반투자자들이 무분별하게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으려면 투자자에게 교육의 기회를 마련해줘야 하며, 일정수준의 진입장벽이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과도한 진입장벽은 일반투자자에게 레버리지를 제공한다는 본연의 목적을 상실한 채 오히려 투기적인 투자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워런트의 손실은 제한돼 있다"며 "하지만 투자자들이 상품에 대해 공부하고 어떻게 리스크를 관리할지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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