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스펙 권하는 사회’다. 가는 데마다 스펙을 요구하고 있다. ‘취업 스펙’ ‘연애 스펙’ ‘결혼 스펙’을 비롯해 심지어 ‘인턴 스펙’도 있다고 한다. 언제부터 이렇게 스펙을 요구하는, 스펙이 없으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회가 됐을까. 제품이나 모델의 상세 사양을 의미하는 ‘specification’이라는 단어가 한 사람의 외적 조건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변모하면서 우리 주변에 일어난 변화들에 대해 한번쯤 깊이 생각해본 적 있는가.

문제는 사람의 능력이란 것이 몇 가지 숫자나 등급으로 매길 수가 없다는 점이다. 기업에 발을 들여놓기 전까지는 오로지 스펙만이 능력의 총합인 것으로 착각하고 살지만, 실제적인 업무환경에서 스펙이란 그저 한 가지 참고사항일 뿐, 일처리 능력과 반드시 비례하지 않음을 기업 내에서 흔히 보게 된다. 인재 평가에 있어 권위자인 오쿠야마 노리아키와 컨설턴트 이노우에 겐이치로가 공동으로 집필한 <스펙이라는 거짓말>은 바로 그러한 점을 꼬집고 있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인재란 어떤 유형이며, 그러한 인재로 거듭나기 위한 터닝 포인트로 삼아야 할 점은 무엇인지 알려준다.

이 책이 바라보는 시선은 입사 전이 아닌, 입사 후에 머문다. 입사 후에 펼쳐지는 ‘누가 오래 가나’의 경쟁에서 빠져 나와 회사의 관점에서 나 자신을 들여다 볼 것을 조언한다. 조직과 회사의 시각으로 나 자신을 살펴보면 화려한 스펙보다는 실제로 일을 잘 해낼 ‘진짜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회사는 어떤 사람을 원하는 것일까. 시대에 따라 인재를 표현하는 용어들이 다르긴 하지만 결국 회사가 원하는 사람은 늘 변함이 없다. 한마디로, 일 잘하는 사람이다. 즉, 생산성이 높은 사람을 가리킨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저자는 조사기간 14년, 기업 100곳, 직장인 1만 명을 대상으로 ‘인재평가’를 실시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회사가 원하는 ‘진짜 인재의 법칙’을 정리해 이 책에 담았다. 결론적으로 진짜 인재들은 화려한 스펙이 아닌 ‘업무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때 업무력이란 바로 ‘사고하는 힘’, ‘조직을 위해 기꺼이 움직이는 힘’, ‘유효한 정보를 모으는 힘’, ‘자신을 높이는 힘’ 등이 그에 해당된다. 그리고 이 네 가지가 높을수록 두드러진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높은 업무력은 곧 회사로부터 인정받는 가장 확실한 기준이며, 승진의 보증수표나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그런 업무력을 갖춘 인재를 알아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들의 특징은 무엇이며 어떤 공통점을 갖추고 있을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인재’의 특징은 이렇다.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다 ▶밝고 사교적이다 ▶행동이 신속하고 업무 속도가 빠르다 ▶화술이 좋고 프레젠테이션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위와 같은 특징을 가진 사람들은 실제 업무에서 크게 활약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왠지 평범하다 ▶업무 속도가 더디다 ▶말솜씨가 없다 ▶툭하면 생각에 잠긴다. 이러한 특징을 보이는 인재 중에 오히려 ‘조직’을 위해 ‘사고’하고 ‘기꺼이’ 움직이며 ‘유효한 정보’를 모으며 ‘자신을 높이는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치열한 취업 관문을 뚫고 입사한, 하나같이 똑똑해 보이는 인재들 중에서 왜 90%는 얼마 못 가 그저 그런 인재가 되고, 나머지 10%는 핵심인재로 성장해나가는 것일까.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이 책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이아몬드가 되는 원석은 스펙이라는 화려한 포장지가 아닌,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면에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준다.

오쿠야마 노리아키 외 지음 | 새로운현재 펴냄 / 1만3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