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고객 서명’이 공인가? 떠넘기게…

다시 촉발된 사망담보 해외여행자보험 논란

 
  • 심상목|조회수 : 6,093|입력 : 2013.07.29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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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해외여행객 붐비는 인천공항.    사진 = 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휴가철 해외여행객 붐비는 인천공항. 사진 = 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카드·손보사 공방에 소비자만 피해…결국 유권해석 의뢰
 
카드사가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해외여행자보험'이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드사와 보험사 간의 입장차이로 혜택이 축소되면서 애꿎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서다.

무료 해외여행자보험 가입 서비스를 제공해온 카드사는 손해보험사와 입장이 엇갈리면서 서비스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금융감독당국이 중재에 나서자 카드사는 사망담보를 제외한 해외여행자보험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존 서비스를 이용하던 고객의 불만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아시아나항공기 사고로 해외여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사망과 상해 등의 위험에 대비하는 해외여행자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고객서명, 우리는 받을 수 없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카드사가 제공하는 해외여행자보험의 사망담보 축소 논란은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이와 관련한 내용을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소비자원은 보험사가 여행자보험의 보장내용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서명동의 절차도 이행하지 않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후 금감원은 지난해말 민원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해외여행자보험에 대해 고객서명을 철저히 받도록 각 손해보험사에 지침을 내렸다. 이에 손보사들은 무료 해외여행자보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고객서명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카드사에 전달했다.

이 시점부터 카드사와 손보사들의 의견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카드사는 무료 해외여행자보험의 성격상 고객의 서명을 받기가 힘들다고 주장한 것. 해외여행자보험 서비스는 보통 카드로 항공권을 결제했을 때 제공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항공권을 결제한 고객을 일일이 찾아가 보험가입 서명을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언제 항공권을 구매할지 모르는 고객을 상대로 카드발매 시 서명을 받는 것도 힘든 만큼 설계사조직을 갖춘 손보사가 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러한 카드사의 주장에 대해 손보사들은 정보유출 등으로 설계사가 고객을 찾아가 서명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형손보사 관계자는 "카드로 항공권을 구매했는데 손보사에서 서명이 필요하다고 연락이 온다면 요즘처럼 개인정보 보호에 민감한 상황에서 민원이 폭주할 것"이라며 "서명을 받기 위해 카드사로부터 고객의 연락처를 넘겨받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급기야 카드사들은 해외여행자보험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서비스를 중단하면 고객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금감원이 중재에 나섰다. 그 결과 사망담보를 제외한 나머지 서비스는 유지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카드사들은 오는 9월부터 사망담보를 제외하는 대신 후유장애를 포함한 해외여행자보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단체보험 여부가 관건

10여년간 아무런 논란 없이 서비스되던 사망담보 해외여행자보험 서비스가 문제가 된 것은 이 서비스가 단체보험인지, 상품다수구매자보험계약인지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없어서다.

이 서비스가 단체보험에 해당되면 사망담보 제공을 위한 자필서명을 받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상품다수구매자보험계약에 해당되면 고객의 서명 없이는 사망담보를 넣지 못한다.

상법 제731조에는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의 경우 보험계약 체결시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반드시 얻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보험계약은 무효가 된다'고 명시돼 있다. 단, 단체보험이나 질병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의 경우에는 타인의 서면동의를 받지 않아도 보험계약 체결이 가능하다.

카드사와 손보사는 지금까지 제공했던 사망담보 해외여행자보험 서비스를 단체보험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각 가입자별 서명이 없어도 사망담보를 포함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법리적 해석으로 논란이 촉발되자 금감원은 지난 5월 법무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법무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자필서명 필요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법무부의 유권해석이 빠른 시일 내에 나오기 힘들고 판단여부에 따라 업계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약 법무부가 단체보험이라고 판단하면 서비스를 중단한 카드사가 난처한 입장에 빠지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단체보험이라는 유권해석이 내려지면 여신전문금융업계와 협의를 통해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청한 유권해석에 대한 결과가 언제 나올지도 미지수다. 이 관계자는 "유권해석을 요청했다고 해서 일정기간 안에 답을 내려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며 "언제 결정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명 받는 외환은행, 고객들은 환영

한편 개별 고객의 서명을 받기 힘들다는 카드사의 주장에 대해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환은행이 고객의 서명을 받아 사망담보까지 포함한 무료 해외여행자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서다.

외환은행은 지난 6월26일 홈페이지를 통해 해외여행 상해보험 보장내용 중 사망 관련 보장을 받기 위해서는 사전 자필동의가 필요하다고 공지했다. 대상카드는 외환카드의 전체 프리미엄·플래티늄 카드이며 적용일자는 오는 8월1일부터다.

시그너처카드와 플래티늄 1200카드, 넘버엔 더골프카드는 해외여행 중 상해사망보험과 골프 중 상해사망보험을 보장한다. 일반 스카이패스, 아시아나항공사 제휴카드를 포함한 플래티늄카드도 해외여행 중 상해사망보장을 포함하고 있다.

사망담보를 포함한 해외여행 상해보험의 보장을 받기 위해서는 외환은행 홈페이지에서 동의서를 내려받아 서명한 후 현대해상에 팩스로 보내면 된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해외여행자보험에서 사망담보가 빠진다는 게 이슈가 된 후 고객의 서명을 받는 것으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공지했다"며 "현재 고객들은 매우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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