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모르고 살아온 지난 세월, 너무 억울해요

 
  • 강동완|조회수 : 3,154|입력 : 2013.07.25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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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모르고 살아온 지난 세월, 너무 억울해요

 
“한우로 바꾸길 잘 했어요. 이제 석달 정도 되었습니다. ‘이게 정말 진국’이라며 손님들이 국물을 하나도 남기지 않네요.”

손님들로부터 ‘설렁탕이 참 맛있다’는 소리를 오랜만에 들어본다며 <풍미연>의 김해경 대표는 연신 싱글벙글했다. 오랜 세월 설렁탕집을 운영해온 그녀는 제대로 된 설렁탕을 이제야 만들게 되었다며 기뻐했다.

김 대표는 오랫동안 제법 규모가 큰 설렁탕집을 운영했다. 그러나 최근 <풍미연> 뿐 아니라 우리나라 설렁탕 전문점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렁탕은 한 그릇에 푸짐하게 담기에는 원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음식이다. 게다가 광우병 사태와 부담스런 가격 등으로 점차 고객의 외면을 받아왔다.

김 대표도 이런 난국을 타개하고자 했다. 그 방안으로 설렁탕 품질을 높이려고 벤치마킹 투어를 떠났다. 하루는 10여 곳의 설렁탕집을 다니면서 맛을 봤다. 이미 몇 집에서 설렁탕을 먹은 탓에 배가 찬 상태였다. 마지막으로 어느 허름한 한우 설렁탕집을 찾아갔다.
 
들어서는 순간 꼬리꼬리한 냄새 때문에 비위가 상했다. 숨이 턱 막히고 뱃속의 음식이 올라왔지만 억지로 참았다.

이윽고 주문한 설렁탕이 나왔다. 냄새 때문에 후추와 파를 듬뿍 넣었다. 도저히 목으로 넘길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어차피 벤치마킹을 다니는 터여서 그냥 수저를 들었다. 그렇게 기계적으로 몇 차례 설렁탕을 입으로 떠 넣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아!’하고 탄성을 질렀다.
 
깊고 고소한 진국 맛이 났다. 아침부터 먹었던 10여 곳의 설렁탕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한 맛이었다. 그 집은 바로 한우로 설렁탕을 끊이는 집이었다.

◇ 니들이 한우 진국 맛을 알아?
이 사건이 있고 난 후 김 대표는 설렁탕 재료를 한우로 바꿀 결심을 했다.
우선 고객들을 대상으로 반응을 살폈다. 두 명의 손님이 오면 그 중 한 명에게 한우 설렁탕을 내갔다.
 
그리고 설문조사를 했다. 거의 대부분의 응답자가 한우설렁탕이 ‘훨씬 더 맛있다’는 답변을 했다. 일단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고객들은 한우설렁탕 가격으로 1만2000원까지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변했다.

자신감을 갖게 된 김 대표는 바로 주저하지 않고 설렁탕 재료를 한우로 바꿨다. 가격은 고객 지불의향보다 낮은 8000원으로 책정했다. 고객의 기대수준은 낮추고 만족은 높일 수 있는 가격대다.

본격적으로 한우 설렁탕을 판매하면서 그녀는 점차 ‘한우설렁탕 전도사’가 되어갔다. 몇 십년동안 고깃집과 설렁탕집을 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설렁탕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우의 참 맛을 그동안 모르고 살아온 셈이었다. 뒤늦게 알게 된 한우 설렁탕의 깊은 맛은 먹을수록 빠져들게 했다.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틈나는 대로 한우설렁탕의 참맛에 대해 설명해준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끓여주셨던 소고기 무국은 얼마나 맛있었어요? 문화와 트렌드는 계속 발전하고 변화하지만 사람의 입맛은 회고적인 흐름이 분명히 있습니다. 한우로 끓인 탕반에 대한 매력도 사람들 머릿속에 기억되었을 겁니다. 고소하고 깊은 맛, 마치 봄에 아가씨가 꽃 치마를 곱게 입은 듯한 한우설렁탕 맛에 대한 끌림은 문명이 진보해도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한우가 좋은 줄은 알지만 수입산에 비해 가격이 비싼 것이 문제였다. 한우 원육은 여름에 저렴했다가 겨울에는 구매가격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김 대표는 연중 일정한 가격에 장기 계약을 했다. 원육 품질과 가격을 보다 안정적으로 담보하기 위해서였다.

한우 모르고 살아온 지난 세월, 너무 억울해요

◇ 악화가 양화 구축하지 못하게 정부와 언론 눈 부릅떠야
<풍미연>은 최근 서울 강남에 교대점을 개점했다. 김 대표는 본점이 있는 노원구에 비해 서초 지역은 원산지 표시가 다소 느슨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주변 식당 몇 군데를 둘러보았는데 의외로 원산지 표시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고 한다. 고깃집의 경우에도 노원 지역 식당에 비해 매우 허술함을 보고 놀랐다고.

관계 당국의 무관심과 원산지를 적당히 세탁하거나 속이는 식당이 있는 한, 질 좋은 음식으로 승부하는 괜찮은 식당이 설 자리는 좁아질 것이다. 김 대표의 우려도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김 대표는 이른바 착한 식당만 찾아서 보여주는 일부 매체의 행태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풍미연> 본점은 하절기에 하루 300 그릇 정도의 냉면을 팔았다. 그런데 조미육수 파동이 있고부터 냉면을 찾는 손님이 뚝 끊어졌다. 어쩔 수 없이 냉면을 메뉴에서 뺐다.
 
당시 <풍미연>의 냉면 국물은 소고기 육수였던 것이다. 하지만 손님들이 ‘모든 냉면 국물은 다 조미육수’라는 잘못된 사고를 깨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동안 풍미연의 전 브랜드였던 ‘선단’의 유사 상표 업체들이 난립했었다. 이들과의 분쟁도 보통 골치아픈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한우설렁탕으로 바꾸면서 이들과 질적 차별화를 이루게 된 것이 김 대표는 무엇보다 기쁘다고 한다.

김 대표는 요즘 설렁탕 재료를 한우로 바꾼 뒤, 확실히 손님의 반응이 호의적이라는 사실에 고무되었다. 바로 수익증대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미세하게나마 단골 고객과 매출이 증가 추세를 보인다고 한다.

좀 더 노력해 10개 정도의 가마솥을 걸 수 있는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추고, 20~30곳 정도의 가맹점들에게도 공급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한우 농가에도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양질의 한우 설렁탕을 손님에게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이 그녀의 바람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탕반문화의 전통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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