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전거로 결국 안드로메다 간다"

[머니바이크 에세이]이고운의 자전거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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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고운 기자
/사진=이고운 기자
자전거 운동을 끝마친 뒤 집으로 돌아와 GPS 자전거 속도계 브라이튼 라이더 40을 컴퓨터에 연결하며 생각했다. 처음에 자전거 속도계를 구매 했을 때는 심박과 상승고도 같은 정보들을 알기 위함이 아니었다. 몸에 밀착되는 자전거 전용 기능성 의류를 입고 있고 오백 만원이 훌쩍 넘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처음 4 만원짜리 생활차를 타고 다니던 때와 달라진 내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4년 전, 파트 타임으로 일하던 곳은 집 근처 아주 애매한 거리에 있었다. 느릿느릿 작은 보폭으로 걸어가면 13분. 마을버스 타면 한 정거장 반. 두 정거장을 타고 간다면 되돌아 와야했고, 택시 타기에는 돈이 아깝기보다는 기사님에게 미안한 그런 거리에. 집에서 조금 일찍 출발하거나 뛰어서 매장까지 간다면 사거리 신호에 걸려도 8분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게을렀고 늦잠을 자도 좀처럼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자전거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어제보다 더 늦게 일어나도 나를 더 빨리 매장으로 편하게 데려다 줄 자전거. 밖에 세워두면 누군가 훔쳐 갈 것 같아서 매장 안에 놔둬도 될 만큼 몸집이 작은 이동 수단. 미리 봐둔 자전거도 있었다.

a bike. 이 자전거는 바퀴가 아기들이 타고 다니는 유모차 바퀴만큼이나 작았다. 덩치는 작은데 가격은 왜 그렇게 비싼지. 중고나라에서 딱 1/10 가격인 중국산 '짝퉁' a bike를 구매했다. 나는 구매 후 10분 만에 자전거를 다시 중고나라에 올려놓았다. 이 자전거는 내 관심이 중고나라 카페에서 멀어질 때까지도 계속해서 사고 팔리기를 반복했다. 첫 번째 자전거 구매 실패를 통해 몸집이 작더라도 바퀴만큼은 방지턱을 넘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는 되어야 한다고 판단, 미니벨로 비토를 다시 중고 구매하기로 했다. 하얀색 프레임에 탑튜브가 수평인 클래식한 자전거. 바퀴가 작아 귀여우면서 아르바이트하는 매장 안에 놔둬도 사장님에게 욕 먹지 않을 정도의 아담한 사이즈.

목동에서 자전거 거래를 마친 후, 중곡동 집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결심했다. 길은 잘 몰랐지만 한강에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고, 나에게 정확한 길을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은 전문적인 복장의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내가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었다. 길을 물으면 하나같이 길 알려줄 생각은 안 하고 "그 자전거로?" 혹은 "이 날씨에?"라며 되묻거나 "지하철을 타는 편이 좋다"면서 내가 미쳤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곳에서부터 집까지 얼마나 먼지 감이 전혀 안 왔지만 자전거 타고 가다 힘들면 당연히 중간에 내려서 지하철을 탈 생각이었다. 그것은 내가 결정할 문제였다. "왜요? 이 자전거로는 힘든가요?"라는 내 질문에 사람들은 자기 자전거가 얼마나 가벼운지 어떤 재질로 만들어 졌으며 얼마짜리인데 이것으로도 거기까지 가는 것은 힘들고 바람도 많이 부는데다가 바퀴가 작아서 빠른 속도를 낼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을 낭비한다는 게 이유였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집까지 가면서 누군가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빠른 속도를 낼 필요가 없었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결국 나는 오기 하나로 해가 지기 전에 비토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 앓아누워야 했지만.


영화 '악마는프라다를 입는다' 중 일 부분./이미지=캡쳐
영화 '악마는프라다를 입는다' 중 일 부분./이미지=캡쳐
이때부터 약간의 경험을 통해 이상한 방향으로 생각이 치우쳐져 버렸다. 고가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보면 자전거 선수가 될 것도 아니면서 스피드와 장비만을 추구하는 '꼰대'들이거나, 과시욕과 허영심에 찌들어 있는 '정신나간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몸에 딱 달라붙는 쫄쫄이는 통아저씨나 쫄쫄이맨을 연상시키기에 안성맞춤이었으며, 중요한 부분이 부각되는 패드바지는 민망하고 혐오스러워서 쫄쫄이 입은 사람들과는 절대로 어울리고 싶지 않았다. 장비를 바꿀 때마다 매번 자전거 무게를 재어보는 사람, 만나면 어디에서든 자전거 구동계 이야기를 풀어 놓는 사람, 밤마다 어딘가에 모여 자전거 고정 롤러를 타거나, 힘들다면서 힘들게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주인공 앤드레아에게 최고의 패션 잡지 회사 런웨이가 그저 돈 벌기 위한 수단과 직장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처럼 나에게도 자전거 비토는 이동 수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자전거는 얼마짜리든 무엇이든 자전거는 자전거였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중 일부분/이미지=캡쳐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중 일부분/이미지=캡쳐
그런데 몇 년 사이 비토 완차보다 더 비싼 46만원짜리 시디 와이어 카본 클릿 신발을 구매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엘리트 쿠보 롤러는 자신의 라이딩 기록을 수치화 시켜주는 파워미터보다 저렴하니까 구매하면 어떨까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내가 그렇게 혐오하던 쫄쫄이가 우리집 장농 안에 5개나 있다. 심지어 잠옷보다 편하다고 느낀다. 혐오하고 멀리하려 했던 사람들은 지금은 내 주변에 있거나 혹은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들이며, 곧 '나' 이다. 이동수단으로 비토를 타던 나와 프랑스 로드 레이싱 자전거인 라피에르 센시움을 타고 있는 나는 확연히 다른 사람이 되어있다. 비토 타는 내가 지금의 나에게 길을 물었다면 '지하철을 타는 게 어떻냐?'라거나 '그 자전거로요?'와 같은 반응을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중 일부분/이미지=캡쳐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중 일부분/이미지=캡쳐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했던 활동들을 내가 직접 경험해보고, 동화되면서 사실은 그 사람들이 알면 알수록 정말 멋지고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는데 최근에는 프로 사이클러인 최진용 선수가 고정롤러를 타는 모습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프로 선수는 원래 타고나서 자전거를 잘 타는 줄로만 알았다. 울기 직전까지 고정롤러를 돌리며 훈련하는 모습을 보며 '이 사람은 지금까지 자신의 목표를 향해서 매일매일 이렇게 운동을 해왔겠구나'라는 생각에 경외심마저 들었다. 내가 그동안 어떤 편견과 좁은 시각으로 많은 것들을 바라봤었는지, 모르는 것에 있어서는 섣불리 판단하고 욕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다시 깨달았다. 얼마 전 어떤 분께서 자전거로 어디까지 가보고 싶냐고 물었다. 나도 모르겠다. 확실한건 나는 안드로메다로 가고 있다. 그런데, 비토 탈 때 만났던 그 사람……. 아직도 자전거 타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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