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현대重·한진…재계 황태자들, '왕좌'에 성큼

승진하고…컴백하고…요직 맡고…'황태자 상륙작전', 어디까지?

 
  • 김진욱|조회수 : 5,419|입력 : 2013.08.0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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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임종철
일러스트레이터=임종철

오너경영의 색채가 짙은 한국 대기업 역사에서 창업주 후손들은 간혹 '황태자'로 불린다. 머지않은 장래에 부모의 '뜻'을 이어받아 기업을 진두지휘하기 때문이다. 이들 황태자는 '왕좌'(王座)에 오르기 전 경영수업 과정을 거친다. 손쉽게 그룹회장의 위치에 오르는 경우가 없지 않지만 대부분은 현장경험을 통해 아버지의 자리를 넘겨받는다.
 
현재 경영승계를 앞둔 황태자들은 창업주 '3세대' 혹은 '4세대'가 주류다. 6·25 민족대란 이후 한국경제 재건에 기여하며 기업을 함께 일궜던 1세대 창업주가 세상을 뜬지 2~3세대가 지난 셈이다.

2013년의 절반이 훌쩍 지나버린 지금의 재계 경영판도는 그야말로 '요동치는' 국면. 지난해 말 정기인사를 기점으로 '왕좌'에 바짝 근접한 오너 3세들이 나오는가 하면 올 들어 그룹경영의 중책을 맡으며 확실히 이름 알리기에 나선 황태자들도 있다.
 
경제민주화라는 명목 아래 잔뜩 자세를 낮추면서도 몇몇 대기업들의 경영승계 작업은 속도를 냈다는 얘기다. 올 상반기 눈에 띄게 '황태자 상륙작전'에 나선 대기업들을 살펴봤다.
 
◆LG…구광모 부장 승진, '4세 경영'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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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그룹 중 올 들어 경영승계 작업에 가장 큰 '진전'을 보인 곳은 LG그룹이다. 구본무 회장의 후계자로 익히 알려진 구광모씨(35)의 승진이 이뤄진 것인데, 지난 2004년 구 회장의 양아들로 입적한 그는 지난 3월 차장에서 부장으로 한 단계 올라섰다.
 
구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친아들인 구 부장은 미국 뉴욕주의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2006년 9월 LG전자 재경부문에 대리로 입사하면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2007년 과장, 2011년 차장으로 승진했고 이번에 2년만에 부장자리를 꿰찼다. 통상 LG전자의 경우 차장에서 부장으로 승진하는 데 4년 정도 걸리는 것에 비하면 '고속승진'이다.

2009년 12월부터 작년까지 LG전자 미국 뉴저지법인에서 근무한 구 부장은 올 초 본사로 돌아온 이후 줄곧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의 TV선행상품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특히 HE사업본부가 LG전자 주력인 TV와 오디오·비디오의 생산과 판매를 담당하는 만큼 구 회장이 혁신적인 제품을 위한 개발업무에 아들을 투입한 것으로 재계는 해석한다.

현재 구 부장은 그룹 지주회사인 ㈜LG 지분 4.72%를 보유해 구본무 회장(10.91%), 구본준 LG전자 부회장(7.72%), 구본능 회장(5.13%)에 이어 4대주주에 올라 있다.

◆현대중공업…'정몽준 나섰다' 장남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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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황태자들의 최근 행보 중 가장 시선을 끄는 주인공은 아무래도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장남 기선씨(31)다. 그도 그럴 것이 기선씨는 지난 2009년 현대중공업 재무팀 대리로 근무하다 휴직한 후 미국 유학을 떠났고 올 6월 현대중공업 본사 경영기획팀(부장)으로 재입사했다.

입사 후 단 6개월 만에 퇴사하고 부장으로 되돌아온 것을 놓고 재계에선 정 의원이 2002년 고문직에서 물러난 이후 11년 동안 유지해온 현대중공업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변화시점에 와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많다. 정 의원이 아들을 복귀시켜 오너체제로 전향하는 기점을 만들고, 향후 경영권을 기선씨에게 넘기는 시나리오를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측은 "기선씨가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후 자연스럽게 회사에 복귀하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한진…조원태 화물사업 '중책' 숨은 의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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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가에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38)의 보폭이 확실히 넓어졌다. 최근 그는 기존 경영전략본부장 직무 외에 화물사업본부장까지 겸임하면서 대한항공의 핵심사업인 화물부문의 중책을 맡게 됐다.

지난 1월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지 6개월만의 일인데, 전임 화물사업본부장인 강규원 전무가 미주지역본부장으로 전보 발령되면서까지 조 부사장이 책임자의 위치에 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한항공 측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화물사업 부문을 살리고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재계에선 대한항공의 악화된 화물실적을 회복하기 위해 조 회장이 확실한 '후계자'를 벌써부터 내세웠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지원본부장과 세계 2위의 항공화물운송 실적을 가진 대한항공의 화물사업본부장을 겸임한다는 것은 후계구도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다" 고 말했다.

실제 대한항공은 올 들어 화물 실적이 크게 떨어졌다. 1분기 화물 수익 실적은 656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6.1% 줄었다. 올 상반기 통틀어 화물 실적도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6%나 감소했다.

한편 지난 5월 조양호 회장은 세 자녀인 조현아·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에게 대한항공 주식을 똑같이 70만4000주씩 증여했고, 이에 따라 삼남매는 1.06%의 동일한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분구조만 놓고 보면 조원태 부사장이 확실하게 '후계자'의 자리를 확보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태자 포기한 효성家 조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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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황태자들의 행보에서 전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차남 조현문 효성 전 사장(44)의 경우 스스로 '경로이탈'을 택한 케이스다.

장남 조현준 사장(45)과 3남 조현상 부사장(42)과 함께 효성그룹의 후계자로 거론되던 그는 지난 2월 효성 중공업PG장(사장)을 사임하고 법무법인 현의 고문변호사로 자리를 옮겼다. 스스로 효성의 후계구도에서 물러난 셈.

그는 사임 직후 인트라넷을 통해 효성 임직원들에게 "법률가로서의 전문성과 효성에서 10여년간 축적한 경영 노하우를 접목해 법조분야에 매진하고자 '법무법인 현'의 고문변호사로 새 출발한다"고 퇴사 이유를 밝혔다.

'황태자'로서의 신분을 영원히 벗고 싶었던 것인지, 최근 조 전 사장은 "이사 사임 1년이 넘도록 등기 삭제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며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등 효성 계열사 두곳을 상대로 이사변경 등기절차 이행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원에 내기까지 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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