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여행이 오토캠핑처럼 가족단위 레저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가족단위 자전거여행은 구성원 모두가 직접 자전거 안장에 올라 땀을 쏟아야 한다는 점에서 오토캠핑의 편안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주체로서 가족 모두가 참여하는, 특히 아이들과 떠나는 자전거여행에 대해 알아보자. 그 동안 '나 홀로 자전거 탔던' 아빠와 함께 한다는 그 자체가 아이에게는 큰 기쁨일 터. 유대감에 자신감 회복은 기본이다. 천천히 달리면서 보다 자세히 넓은 세상을 보게 하는 것은 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아이들과 자전거여행을 떠날까. 아이들과의 일상대화와 마찬가지로 알면서도 어려운 자전거여행 팁을 소개한다.

이 글은 자전거여행가 낸시 샤트르-포겔(전직 교사)이 아이와 함께 알라스카-아르헨티나 1만7000마일 자전거여행에서 느낀 점을 책으로 발간하며 자신의 블로그에 요약한 것이다.

트레일러를 이용한 가족단위 자전거여행/사진=독일 이윤형 객원기자

1. 아이들을 의심하지 마라. 아직 부족하지만 하나의 엄연한 인격체이다. 우리가 더 부족한 인격체일 수 있다.

2. 또한 아이들을 의심하지 마라. 혹시 실수가 있더라도 아이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를 미리 꺾지 말아야 한다.

3.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능력이 아이들에게 있음을 명심하라. 나이 많은 사람들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반면 아이들은 선입견이 없기에 열린 사고로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다른 능력을 보일 수 있다.

4. 좀 더 가까워지도록 하라. 자전거여행은 아이들과의 눈높이를 맞추는 연습이다.

5. 핵심의 일원으로 두라. 아이들도 스스로 한 가족의 일원이라는 자존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6. 함께 자주 음식을 먹어라. 함께 먹는 일은 친근감을 쌓아가는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이다.

7. 자전거 상태를 확인해 주고 적당한 옷을 제대로 입혀라. 아이들은 자전거의 기계적인 특성을 잘 알지 못하므로 종종 챙겨야 한다. 또한 야외에서의 옷은 일상생활과는 달라 기후, 날씨, 지형에 맞게 챙기자.

8. 핸들바에 물병과 간식을 챙겨주라. 목마를 때나 허기질 때 스스로 찾아 먹을 수 있도록 챙긴다.

9. 매일 해야 할 일을 목록으로 만들어 주라. 말로 지시하는 것보다 글로 정리된 내용을 미리 알려주면 더욱 좋다.

10. 의사결정에 아이들도 참여하도록 하라. 이는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인 자세를 갖추는 훌륭한 훈련이다.

11. 아이들과 함께 지도를 살펴보라. 여기가 어디인지 어디로 갈 것인지 능동적인 자세를 키워줄 수 있다.

12. 충분한 수면을 갖도록 하라. 수면이 부족하면 신체 컨디션이 떨어져 즐거운 라이딩을 망치게 한다.

13. 무더운 날씨엔 시원한 시간을 갖는다. 무더운 날씨는 쉽게 피로하게 만들기 때문에 종종 시원한 환경을 찾는다.

14. 추운 날씨엔 따뜻한 시간을 가지라. 추운 날씨엔 따뜻한 곳을 찾아 신체를 보호하며 활동력을 유지시킨다.

15. 뒷바람이 불어올 때는 보다 빨리 멀리 가라. 뒷바람은 라이딩 속도를 올려주는 소중한 기회다.

16. 맞바람에 대항하여 무리하게 라이딩하지 마라. 맞바람은 체력을 곧잘 지치게 하므로 무리하지 않도록 한다.

17.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 틈틈이 휴식 시간을 통해 라이딩의 즐거움을 지속하도록 한다.

18. 안전을 위하여 적당한 차간 거리를 유지한다. 자동차 운전과 마찬가지로 자전거도 속도에 따른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미연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19. 그들만의 공간에 가질 수 있는 만큼의 장난감을 갖도록 하라. 아이들이 평소 즐겨하던 장난감을 휴대하게 해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키자.

20. 자전거 없는 휴식을 취한다. 라이딩이 매일 연속되면 체력의 한계에 부딪히기에 적당한 때에 자전거 없는 휴식의 날을 갖는다.

21. 꽃향기를 맡아보는 시간을 가져라. 자연에 가까이 다가가서 꽃향기나 풀벌레, 곤충들을 맘껏 접할 시간을 갖는다.

22. 각각의 도착지에서 뭔가를 배워보라.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것을 익혀보는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한다.

23. 현지 음식을 맛본다. 각 지방마다의 고유한 음식문화를 체험한다.

24. 현지 아이들과 어울려 놀 수 있도록 한다. 다른 지방의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훌륭한 기회다.

25. 보다 폭넓은 계층의 사람들과 접하라. 빈부격차를 떠나서 다양한 직업군과도 만나는 일은 아이들의 폭넓은 사고를 키워주는 훌륭한 밑거름이 된다.

26. 휴식 시간에 게임을 즐겨라. 함께 함으로써 친밀감을 높이고 현실을 즐길 줄 아는 사람으로 만든다. 이 때 평소의 온라인이나 디지털게임보다는 자연과 어울리는 보다 아날로그적이며 본능적-원시적인 것이 더욱 좋다.

27. 나이가 너무 어리거나 연약한 아이들은 탄뎀바이크에 태워라. 페달링이 미숙한 아이들은 위험하거나 쉽게 지친다.

28. 각 지역의 문화 행사를 만끽해보라. 새로운 지방에서의 다양한 문화 이벤트에 적극 참여하여 여태 느껴보지 못했던 폭넓은 경험을 쌓도록 한다.

29. 방수가방에 장비들을 챙겨라. 여행용품이나 음식재료들이 비에 젖어 상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한다.

30. 도심공원에선 미끄럼틀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멈춰가라. 놀이터를 지나칠 땐 놀 수 있도록 배려한다.

31. 혹한은 가급적 피한다. 지나치게 기온이 낮거나 바람이 강한 혹한은 동상과 저체온증 등 모두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32. 텐트를 치려면 허가된 장소인지 확인하라. 아이들에게 준법정신을 몸소 보여주며 가르치는 소중한 기회이다.

33. 아이들을 종종 꼭 껴안아 주어라.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확인시켜 주는 동시에 아이들이 안정되고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해준다.

34. 안전한 코스를 선택하자. 갓길이 없거나 좁은 도로는 교통사고위험이 높으므로 안전한 길로 더 우회하는 것이 좋다.

35. 아이들을 신뢰하라.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아이들은 더 많이 알고 있다.

36. 사랑한다고 말하자. 아이들에게의 사랑을 마음으로만이 아닌 말로도 표현하는 습관을 갖는다.

37. 아이들 앞에서 모범된 행동을 보여라. 모범된 행동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보고 배우게 되며 어른들의 그릇된 행동 또한 아이들 자신도 모르게 따라서 한다.

38. 아이들이 통제 속에서도 좀 더 많은 걸 느끼도록 이끌어 주어라. 통제 속의 자율성으로 하여금 뭔가를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돕는다.

39. 장난감을 잘 보관할 수 있는 위치를 지정한다. 자신의 물건을 잘 챙기는 습관을 키운다.

40.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목적지를 찾아보아라. 아이들 스스로의 의사결정능력을 키운다.

41. 물놀이 유원지를 발견하면 멈추어가라. 아이들이 좋아하는 물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챙긴다.

42. 추운 날씨에 대비하여 울 원단의 따뜻한 옷을 준비하라. 추위에 몸이 위축되지 않도록 보온성 의류를 챙겨 입힌다.

43. 도로 밑의 배수로 터널에서도 잠시 놀 수 있도록 멈추어가라. 아이들의 놀이터는 언제 어디서든 가능하다. 같은 눈높이로 아이를 배려한다.

44. 무거운 짐은 어른 자전거에 실어라. 아이의 체력에 맞는 무게의 짐을 싣도록 한다.

45. 텐트 안에서 책이나 지도를 볼 수 있도록 플래시를 챙긴다. 우리가 그랬듯 아이들도 신날 것이다.

46.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잠을 청하라. 호연지기와 인간의 겸손함을 가르칠 수 있다.

47. 충분한 물을 먹여라. 야외에서의 라이딩은 일상생활보다 훨씬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

48. 아이스크림 먹기를 멈춰라. 아이스크림이나 청량음료는 오히려 갈증이 더 나게 한다.

가족이 함께 하는 자전거여행은 유대감 확인은 물론 아이의 자존감을 키운다. 삶을 스스로 헤쳐 나갈 독립성도 키울 뿐더러 다양한 사람과 사회, 문화를 만나 세상을 보는 지혜까지 키울 수 있다. 아이를 인격체로 존중하며 떠난 자전거여행에서 어느덧 자의식(Selbstbewusstsein) 충만한 한 '존재'가 되돌아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