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vs. 흥국, 끝나지 않은 RG보험 후폭풍

한화손보, 흥국화재 상대 198억원대 소송

 
  • 심상목|조회수 : 8,148|입력 : 2013.08.23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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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손보 사진=류승희 기자
한화손보 사진=류승희 기자
한때 국내 손해보험사들을 휘청이게 만들었던 선수금환급보증금(RG)보험 논란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조선사를 상대로 보증금을 받아줬던 손해보험사간 소송전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은 지난 7월5일 흥국화재를 상대로 선박건조에 관한 선수금 환급보증과 관련한 소송을 제기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의 향배를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RG보험은 2008년 금융위기 시절 국내 손보사들을 몰락의 길로 인도할 뻔한 사건이었을 뿐만 아니라 소송규모도 어마어마해 소송에서 진 회사가 입는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보여져서다.

일종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유사한 RG보험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조선사들이 위기에 처하면서 손보사에도 치명상을 입히는 연쇄반응을 일으킨 바 있다.

 
◆RG보험


RG(Refund Guarantee)는 선박을 발주한 선주가 선수금을 주면서 계약대로 배를 인도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은행·보험사 등으로부터 받는 보증을 말한다.

보통 선주는 선박을 주문할 때 조선사에 선수금을 지급한다. 조선사는 이 선수금을 바탕으로 장비 및 설비를 마련한다. 이 경우 선주는 조선사에 선수금에 대한 지급보증을 요구하게 된다. 돈줄이 막히거나 다른 이유 등으로 조선사가 선주에게 선박을 인도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조선사들은 금융사에 일정한 금액의 수수료를 내고 이행보증서를 발급받는데, 이 보증에 대해 재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RG보험이라고 한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기 직전까지 국내 손해보험사들은 RG보험 판매에 혈안이었다. 손보사들이 RG보험 판매에 열을 올린 이유는 그만큼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조선업이 호황이었고 선주가 지급하는 선수금에 대한 리스크는 매우 적은 편이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당시 국내 손보사들이 판매한 RG보험은 약 1조원대였다. 손보사들은 조선사가 가입한 1조원 중 약 80%를 재보험에 가입했으며 나머지 20%는 손보사가 직접 책임지는 구조로 상품을 판매했다. 즉, 손보사는 선수금에 대해 지급보증을 서주면서 수수료 수입을 올리고, 선수금 중 80%를 재보험에 가입해 리스크를 줄이는 구조였던 것.

이 같은 구조로 인해 RG보험은 손보업계의 안정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수익원이 될 수 있었다. 이는 재무구조가 비교적 탄탄하지 않은 중소형 조선사에게도 RG보험을 판매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불확실한 재보험 가입이 도화선


그러나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경제위기로 조선사들이 쓰러지기 시작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조선사들이 쓰러지자 선주들은 지급한 선수금에 대한 지급을 손보사에 요청했고 보험사는 어쩔 수 없이 선수금을 돌려줘야 했다.

문제는 RG보험을 판매한 보험사들이 우량한 재보험사의 재보험 상품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선수금에 대한 리스크(피해)가 손보사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하는 원인이 됐다.

지난 2008년 11월 C&중공업 등 중소형조선사가 쓰러졌을 당시 한 보험브로커는 '재보험 사기'를 저질렀다. 해외 유명 재보험사에 재보험을 들어준다고 속인 후 실제로는 지명도나 신용도가 낮은 재보험사 상품에 가입한 것이다. 일부 손보사에서는 보험료나 수수료 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해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 형식의 재보험사를 세운 후 이곳의 재보험을 가입한 경우도 드러났다.

이는 손보사들이 조선사의 몰락과 함께 막대한 리스크를 떠안는 것으로 돌아왔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비우량 재보험에 가입하거나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재보험사)의 재보험 상품에 가입한 손보사의 경우 파산할 정도의 위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흥국화재 사진=류승희 기자
흥국화재 사진=류승희 기자

 
◆"관리하지 못한 흥국화재 책임져"

한화손해보험이 흥국화재를 상대로 제기한 이번 소송도 이와 같은 RG보험 문제점의 연장선상에 있다.

흥국화재가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은 흥국화재와 공동으로 선박건조에 관한 선수금환급보증(RG) 대한 복보증(재보험)을 제공했다. 한화손해보험은 "흥국화재가 재보험 계약 체결과정에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배상금을 청구했다.

한화손해보험이 제기한 총 보상금은 198억8792만원이다. 이는 흥국화재 자기자본(3697억2480만원)의 5.3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자기자본의 5%가 넘는 소송가액은 흥국화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흥국화재는 지난 2011년 5월, RG보험으로 인한 손해를 메꾸기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태광산업을 상대로 1279만여주(주당 발행가 5300원)의 제3자 배정을 통해 678억원을 증자했다. 당시 흥국화재는 "기존 회사 자금이 RG 관련 손실을 털어내는데 쓰여 자금여력이 부족해졌다"며 "증자를 거치면 지급여력비율 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RG보험으로 유상증자까지 실시한 흥국화재로서는 자기자본의 5%가 넘는 규모의 소송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소송에 따라 흥국화재의 자본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화손해보험은 이번 소송과 관련해 "흥국화재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흥국화재는 "이번 소송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손보업계는 이번 소송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화손보의 승리로 끝날 경우 소송가액으로 봤을 때 흥국화재가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소송이 전례가 돼 다른 손보사나 금융사 간의 소송전을 촉발시킬 수도 있어서다.

한편 한화손보는 소송대리인으로 국내 굴지의 법무법인을 선임했다. 사건을 맡은 변호사들 역시 보험 등 금융관련 법률전문가라는 점이 한화손보가 이번 소송전을 철저하게 준비했음을 시사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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