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도 '흠뻑 빠진' 안동 그 마을

송세진의 On the Road/ 안동 하회마을

 
  • 머니S 송세진|조회수 : 8,824|입력 : 2013.08.3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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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도 '흠뻑 빠진' 안동 그 마을

뭐 이런 곳이 다 있나?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등재, 국보가 2개, 보물이 4개, 사적이 1개, 중요민속자료가 13개, 경북도민속자료가 1개, 아름답기로 소문난 물돌이동, 하회탈놀이, 선유줄불놀이라는 전통의 축제와 공연….

자랑할 게 넘쳐서 시샘하게 되는 곳, 안동 하회마을이다.

◆800년을 살아 온 하회별신굿

‘나무아비 타불 관세음 보살, 나무아비 타불 관세음 보살……’
사람들의 웃음이 터진다. 부네(기녀 탈)가 오줌 누는 모습을 보고 중이 염불을 외는 장면이다. 중이 부네에게 수작을 걸다가 춤을 추자 초랭이(종탈)와 이매(하인탈)도 춤을 추고, 관객 모두와 함께 어우러진다. 배우들은 연신 우스갯소리를 하고 정신없이 웃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마당. 관객과 배우, 악사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신나게 춤판을 벌이고 끝을 내는 하회별신굿놀이다.

우리가 현재 즐기는 탈놀이는 여섯마당이다. 양반, 사회를 비웃는 해학, 관객과 소통하는 무대로 보는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분명히 탈은 움직이지 않는 무생물인데, 탈의 각도와 연기자의 몸짓이 합을 이루어 마치 살아있는 사람의 표정 변화를 보는 듯하다. 아마도 얼굴 부분에서 턱이 분리되기 때문에 탈놀이 시 표정이 더욱 생동감 있게 보이는 것 같다.
 
이 중 하회탈 전설이 깃들어있는 이매탈은 턱부분이 없는 미완성 작품이지만 의도한 듯한 완전함이 느껴진다. 배우의 입 모양, 얼굴 방향, 몸짓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표현한다. 더 신기한 것은 그 와중에 순박하면서도 바보스러움은 일관성 있게 보여진다는 점이다. 이런 탈들을 보는 것 만으로도 공연시간이 어떻게 가는 지 모를 정도다. 이처럼 하회탈은 단순한 재미 이상의 조형미와 신비로움이 있다.

하회탈은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탈로 국보 제121호, 하회별신굿은 중요무형문화재 제69호로 지정되어 있다. 그 역사가 800년이나 되었다는데 아직까지도 모두가 즐기기에 손색이 없고, 탈의 예술성이 느껴지니 대단하고 놀랍다고 할 수밖에. 사실 탈은 바가지나 종이로 만들어 탈놀이 후 태워버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다행히 하회탈은 오리나무로 만들고 옻칠을 두세겹 칠해 정교한 색을 내고 보존하여 지금까지 전해지게 되었다. 이런 귀한 탈의 이름에 ‘하회’가 들어 있으니 어디서도 탐할 수 없는 일관성과 정통성이 느껴진다. 이것만으로도 하회마을은 참 복 받은 마을이다.

부용대
부용대

삼신당
삼신당

◆부용대에 올라 보다

하회마을을 한눈에 보려면 부용대에 올라야 한다. 부용대 자체도 아름다운데 이것을 밟고 올라야 하니, 일단 눈의 즐거움은 하회마을에 양보하기로 한다. 낙동강이 마을을 휘돌아 가는 물돌이동은 더러 있지만 이곳의 특징은 예쁘고 착하게 생긴 태극모양 지형이다. 여기에 와가와 초가가 조화를 이루었고, 강을 향한 집들과 강변에 심겨진 소나무가 복잡했던 마음에 평화를 준다.

듣자 하니 선비들은 ‘선유줄불놀이’라는 것을 했다고 한다. 이곳 부용대 꼭대기에서 하회마을 만송정숲까지 밧줄을 달고, 이 줄을 타고 불꽃을 내려 보낸다. 선비들은 이 불을 보며 강물에 배를 띄우고 놀았다고 하니 불놀이와 물놀이를 동시에 즐긴 셈이다. 절벽 위에서 마을로 불을 내리다니, 생각만 해도 호사스럽다. 최근 들어 음력 7월16일이면 이 행사를 재연한다고 하는데, 안전을 위해 소방차가 출동한다고 한다. 그 시대에는 소방차 따위는 없었을 테고, 그만큼 더 아슬아슬 하고 보기 어려운 구경거리였겠다.

부용대에서 내려와 다시 한번 부용대를 바라본다. 보통은 저 절벽 하나만으로도 떠나 올 이유가 충분하겠다 싶은데, 이곳에선 그저 마을을 내려다 보기 위한 전망대로 지나쳐야 하니 여행자의 짧은 하루가 야속할 따름이다.

양진당
양진당

여왕도 '흠뻑 빠진' 안동 그 마을

◆전통은 이럴 때 쓰는 말

하회마을은 류씨 동네다. 원래 하회탈을 만들었다는 허도령의 전설로 보아 허씨가 가장 먼저 자리를 잡았고, 이후 안씨 향교가 있었다고 하니 안씨의 동네였다. 고려말, 조선초에 마침내 풍산 류씨가 이곳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서애 류성룡이 하회마을을 빛냈다. 이제 후손들은 불편함을 감내하며 이곳을 살아 있는 마을로 지켜가고 있다.

이곳은 지붕 없는 박물관, 고택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진당, 충효당, 화경당, 염행당 등의 기와집이 있는가 하면 이 집을 둘러싼 초가들 또한 원래의 모습을 보존한 채 사이 좋게 자리잡고 있다.

마을 중심에 있는 삼신당도 재미있다. 하회별신굿놀이에서 탈놀이 춤판이 가장 먼저 행해지던 곳이라고 하는데, 이곳 느티나무의 수령이 600년이 넘는다. 정월대보름에 마을을 지켜주는 동신에게 동제를 지내는 이곳에서 여행자들은 염원을 담은 쪽지를 새끼줄에 빼곡히 묶어 놓는다.

마을 중심에서 옛집을 보다가 걸어나올 때 또 하나의 휴식이 있다. 바로 만송정숲이다. 모래사장 위로 아름다운 소나무 숲이 펼쳐져 있는데 이 이름에도 이야기가 있다. 류성룡의 형인 겸암 류운용이 부용대의 거친 기운을 완화하고 북서쪽의 허한 기운을 메우기 위해 소나무 1만그루를 심었다고 해서 만송정인데, 그 뜻을 받들어 1906년에 100여그루의 소나무를 다시 심었다. 지금은 마을사람들이 정기적으로 심는 작은 소나무와 조화를 이루어 기품 있는 소나무 숲을 자랑한다. 이곳이 여행을 마무리하기에 딱 좋은 숲이다.

하회마을은 바쁘게 지나치기엔 아쉬운 곳이다. 하루 이틀 머물며 천천히 흐르는 강물과 넓은 모래사장과 나지막한 부용대와 평화로운 소나무숲을 충분히 느껴보는 것이 좋다. 일찍부터 관광명소로 알려진 터라 상업시설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이 또한 마을을 지키기 위한 생계라 생각하면 될 일이다. 옛 마을에서 넉넉해 지는 비법은 내가 먼저 마음을 내려 놓는 것일 테니….


◆여행 정보

▶하회마을 가는 법
[승용차]
경부고속도로 – 영동고속도로 – 중앙고속도로 – 경서로 – ‘안동하회마을, 풍산읍, 북부청사’ 방면 – 상리길 – 안교사거리에서 ‘지보, 하회마을, 병산서원’ 방면으로 좌회전 – 지풍로 – 하회삼거리에서 ‘하회마을, 병산서원’ 방면으로 좌회전 – 전서로를 따라 이동

[대중교통]
센트럴시티터미널 – 안동터미널 – 46번 버스 – 탈놀이전수관 앞 정류장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하회마을: 검색어 ‘하회마을’ /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여행지 주요정보
 
안동하회마을
http://www.hahoe.or.kr
054-852-3588
입장료: 어린이 1000원 / 청소년, 군경 1500원 / 어른 3000원
입장시간: (하절기) 오전 9시~오후 7시 (동절기) 오전 9시~오후 6시
문화관광해설사 예약: 전화나 해당사이트를 통해 예약(054-840-6974)

하회마을 탈놀이
http://hahoemask.co.kr
상설공연: 3월~12월 (주3회) 매주 수, 토, 일요일 오후 2시
6월~10월 (확대공연) 매주 금요일 오후 2시
장소: 하회마을관리사무소 뒤 상설공연장
낙동강 음악분수 야간공연(7월~9월): 매주 토요일 오후 7시
관람료: 무료

▶주변여행지
병산서원
: 같은 하회마을권에 있는 서원으로 서애 류성룡이 풍산에 있던 '풍악서당'에서 병산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임진왜란 때 불태워졌다가 광해군 6년에 유림들이 이곳에 사당인 존덕사를 창건하며 '병산서원'으로 개칭하였다. 특별히 만대루와 만대루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기막히게 아름답고, 3월과 9월에는 향사례를 지낸다.

화천서원 : 부용대 동쪽 기슭에 있는 서원이다. 겸암 류운룡 선생의 뜻을 기린 유림들이 선생을 봉안하고, 순조 3년(1803년)에 동리 김윤안 선생과 증손자인 졸재 류원지를 종향 했는데 고종 5년에 철폐령에 따라 강당과 주소만 남았다가 1966년 복원되었다.

▶ 음식
헛제삿밥: 제사를 지내지 않아도 제삿밥과 같은 차림으로 먹어서 헛제삿밥이다. 원칙대로 하면 간장으로 간을 하는 비빔밥이지만 손님들의 입맛에 맞춰 고추장을 별도로 제공하는 집이 많다. 헛제삿밥 상차림에 안동 간고등어나 매콤한 안동식혜를 곁들이면 안동의 전통 음식은 대충 다 맛보는 셈이다.

헛제삿밥 8000~1만5000원 / 간고등어정식 1만원
터줏대감 : 054-823-1500 / 경북 안동 풍천면 하회리 301-2 / http://tjdaegam.com
하동고택 : 011-252-3773 / 경북 안동 풍천면 하회리 739 / http://www.하동고택.kr

안동찜닭 : 안동시청 근처 안동구시장에는 닭집골목이 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안동찜닭. 당면과 야채를 넣어 간장육수로 볶아낸 안동찜닭은 차림도 푸짐하고 짭짤하고, 매콤하고, 달콤한 맛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전국적으로 인기 있는 닭요리다.

안동찜닭 2만5000~4만원
안동촌닭찜닭: 054-841-7171 / 경북 안동 서부동 181-2
원조안동찜닭 본점: 054-855-8903 / 경북 안동 남문동 181-7

▶숙소
하회마을에 왔으니 고택 체험을 해 보는 것도 좋다. 하회마을 안팎으로 민박과 고택이 많이 있으니, 하회마을 사이트를 참고하여 예약하면 된다. (http://www.hahoe.or.kr)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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