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DB

"결혼과 동시에 푸어가 돼버린 주위 사람들을 보면서 작은 결혼식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작은 결혼식' 서약에 동참한 회사원 김진명씨(33)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여성가족부와 혼인종합지원센터에서 벌인 '작은 결혼식 캠페인'에 참여했다. 작은 결혼식 서약은 본인이나 자식들의 결혼식을 간소하게 치루겠다는 약속이다.
　
최근 작지만 의미있는 결혼식을 준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허례허식보다는 실속과 의미를 챙기는 결혼식에 대해 알아봤다.
　
◆웨딩홀 선택, '청와대'부터 '삼청각'까지
　
우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로운 예식을 원한다면 공공시설 예식을 추천한다. 저렴한 비용은 기본이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여가부를 중심으로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협력해 전국 175개 공공시설 예식장을 지정·운영하고 있다. 미술관, 시·도청, 도서관, 주민센터 등 각종 공공시설은 물론 청와대 사랑채에서도 예식이 가능하다.
　
지난해 5월 대구 시립미술관에서 예식을 올린 오경화씨(31)는 "결혼성수기에 식을 올렸지만 예식과 피로연을 모두 진행하는데 4시간으로 시간이 넉넉했다"며 "소란스럽지 않아 가족과 하객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고 말했다.
　
답답한 실내 예식이 싫다면 하우스 웨딩이나 전통혼례 예식도 고려해볼 만하다. 하우스 웨딩은 소규모 공간에 적은 인원의 하객이 참석하는 파티형식의 예식이다. 하우스웨딩홀은 주로 도심 외곽에 위치해 있지만 최근에는 강남 등 도심 중심에도 전문업체들이 생기는 추세다.
　
전통혼례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흥겨운 국악소리가 넘치고 볼거리가 가득한 전통혼례는 서양의 웨딩 파티 못지않게 하객들이 즐거운 예식이다. 서울에서 전통혼례를 치를 수 있는 장소는 한국의 집, 삼청각, 명륜당 등이 있다. 한국의 집은 기본 혼례 비용이 120만원인데 초례청 음식, 혼구용품, 집례, 집사, 의상, 접수대, 장소대여 등을 포함한다. 단 결혼성수기에는 시간대별 하객 보증인원이 다르니 참고할 필요가 있다.
　
◆꽃화분, 리폼 결혼반지로 '에코웨딩'
　
친환경 제품이나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을 사용하는 '에코웨딩'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기존 꽃 장식 대신 꽃 화분을 사용하고 하객들에게 답례품으로 나눠준다거나 화환 대신 쌀을 받아 기부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한복이나 예물에도 에코웨딩 상품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복전문점 꽃담의 강도연 팀장은 "최근 화학섬유보다 자연친화적인 소재의 한복이나 소품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물푸레나무를 수가공으로 깎아 만든 목각기러기는 인기 에코웨딩 상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보석을 리폼한 예물도 최근 인기다. 주얼리전문업체 소담의 진미선 대표는 "리폼 예물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며 "부담스런 결혼반지보다 실속과 의미를 동시에 챙기는 리폼 커플링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효진 부산여대 웨딩이벤트학과 교수는 "최근 예식문화에 대한 의식이 바뀌는 것은 우리사회에 긍정적인 신호"라며 "현재 우리의 예식은 서양 웨딩에 관행적인 절차가 부가되면서 요란하고 이상한 문화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결혼식은 결혼의 끝이 아닌 시작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