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소통 본능', 협력통로를 열다

CEO In & Out/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 김진욱|조회수 : 4,061|입력 : 2013.10.0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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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16만 팔로워 거느린 '소통의 달인' 재계 목소리 '말문' 열었다

'트위터 경영자'로 불리는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58)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은 지 한달여가 지났다. 지난 8월21일 열린 회장 취임식에서 그는 수출 주도의 한국경제구조가 수출·내수가 함께 성장하는 패러다임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한상의를 변화와 혁신을 꾀하는 대표 경제단체로 키워내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박 회장은 대한상의를 둘러싼 주변상황이 긴급하고 중요한 시점에서 제21대 회장직에 올랐다. 전임 회장인 손경식 회장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CJ그룹을 살리기 위해 갑작스레 자리를 떠났고 '경제민주화' 기치를 내건 박근혜 정부가 유독 대기업의 규제강화에 초점을 맞춘 상황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재계는 대한상의 새 수장이자 46년만에 가장 젊은 사령탑이 된 박 회장을 주목하고 있다. 새내기 회장의 '지난 한달'이 나름의 의미를 갖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취임식서부터 '변화 패러다임' 역설

"앞으로 5년에서 10년이 한국의 성장 잠재력을 다시 끌어올리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수출이 성장을 주도해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수출에만 의존해서는 경제성장을 이룰 수 없습니다."

취임식에서부터 박 회장은 한국경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수출과 내수가 함께 성장을 이끌 수 있도록 성장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고 정부와 함께 대한상의도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맞추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는 최근 불고 있는 대기업을 향한 정치권의 규제 움직임과 관련해서도 강한 어조를 유지했다. 박 회장은 "입법과 규제 이전에 그 필요성을 놓고 당사자들간의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굳이 입법이나 규제를 택하지 않아도 된다"며 "그런 점에서 입법과 규제의 모든 단계에서 소통과 논의를 거친다면 현명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상의가 그 소통과 논의의 통로가 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실제 박 회장은 지난 9월5일 대법원에서 열린 통상임금 소송사건의 공개변론에 앞서 14만 상공인의 뜻을 담은 '통상임금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하며 '통로'의 한쪽 문을 열어젖혔다.

당시 대한상의는 회장단 명의의 탄원서를 통해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될 경우 기업의 인건비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오르게 돼 결국 중소기업은 존폐의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기업의 정상적 경영활동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통상임금의 범위 확대는 신중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정부 '규제 콘트롤 타워', 상의내 출범

사실 대한상의는 재계의 대표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전경련에 많이 의지해왔다. '재계의 맏형'이라 불릴 만큼 전경련의 위상과 힘은 대한상의를 능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몇년 새 전경련은 '재계의 입'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정부의 기업 규제 칼날에 당당히 맞서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재계의 화합을 이끄는 데도 큰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다.

그런 상황에서 상의 회장 취임 한달만에 박 회장은 중요한 성과물 하나를 만들었다. 지난 9월12일 중소기업중앙회와 손을 잡고 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규제와 기업애로를 해결하는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을 출범시킨 것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규제 컨트롤타워'인 이 추진단을 대한상의에 둥지를 트게 했다는 점에서 재계 일각에선 박 회장의 행보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민간의 규제개혁 요구를 효율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정부와 경제계간 공식 협력채널이 마련됐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경제민주화' 역풍으로 몇몇 대기업 총수들이 법의 심판대에 오르는 등 위축된 재계의 분위기를 반등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인 점도 박 회장의 '짧은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정치권과 재계 간 벌어진 '틈'을 좁히기 위해 그는 현장중심의 경영행보를 보였다. 지난 9월초 한국·베트남간 상공회의소 및 정부관계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경제협력을 다짐하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9월8일 박 회장은 박 대통령의 베트남 방북길에 동참해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베 경제협력 만찬간담회'를 열고 양국간 경제교류의 가교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그리고 베트남 현지 진출기업의 애로사항 건의 등을 심도깊게 의논하는 자리를 만들어 '소통과 통로'에 충실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통의 달인, 재계 전체 회합 이끌까

앞서 언급했듯 박 회장은 재계에 내로라하는 '소통의 경영자'다. 트위터 팔로워만 16만여명에 이를 정도로 활발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동을 벌이는 데다 평소에도 임직원과 거리낌 없이 지내기로 유명하다.

그의 이 같은 '본성'은 대한상의의 회장 자리에서도 속속 묻어나고 있다. 우선 박 회장은 대한상의 임원급 회의에서 '스무고개' 토론을 제안해 화제를 낳았다. 직급이나 팀에 관계없이 스무고개 하듯 자유롭게 질문하고 답하며 토론의 합리적인 결과를 갖자는 취지다.

이 토론방식이 합리적인 해결책을 이끈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그동안 보수적인 이미지가 굳어진 대한상의로서는 참신한 회의방식인 것만은 분명하다.

박 회장의 색깔있는 소통경영은 9월초 임원·팀장 62명과 비서 2명 등 총 64명의 임직원들에게 8인치 짜리 '갤럭시 노트'를 지급한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당시 그는 50만원 상당의 갤럭시 노트를 개인 돈 3000여만원을 들여 구입했다. 갤럭시 노트를 이메일 확인과 회의 등에 적극 활용, 상의 전사적으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의지에서다.

이제 막 한달을 달려온 박용만 회장. 전국 71개 지역상공회의소와 14만 회원사, 그리고 130여년의 역사를 가진 재계 대표단체 대한상의를 이끌고 있는 그가 대한상의의 옛 명성과 위상을 되찾아올지 그에 대한 평가는 이제 막 시작됐다.

두산 일가와 대한상의
 
두산 일가는 유독 대한상의와 인연이 깊다. 박용만 회장의 부친인 고 박두병 회장이 1967~1973년, 그리고 형인 박용성 대한체육회 명예회장이 2000~2005년에 대한상의 회장을 지냈다. 따라서 이번에 박 회장까지 두산은 2대에 걸쳐 총 3명의 회장을 배출하게 됐다.

물론 1980년부터 1988년까지 대한상의 회장을 맡은 전문경영인 출신 정수창 전 두산그룹 회장까지 포함하면 두산 출신 상의회장은 4명이나 된다.

한편 1955년 2월생인 박 회장은 경기고,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보스턴대학교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하고 1982년 동산토건(現 두산건설)에 입사한 뒤 OB맥주 등 여러 계열사를 거쳤다.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두산 회장에 이어 현재 두산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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