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들은 왜 '수수료 체계' 변경에 반발하나

민원 줄이려 ‘보험의 꽃’ 고사?

 
  • 머니S 심상목|조회수 : 7,171|입력 : 2013.10.1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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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사들은 왜 '수수료 체계' 변경에 반발하나
“선지급 수수료 축소는 개인연금 활성화 되레 역행”
 
# 지난해 8월부터 보험설계사 일을 시작한 A씨(29)는 최근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 대학교 졸업 후 취업전선에서 밀려났어도 '열심히 일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설계사를 시작했지만 벌이가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달에 150만~200만원가량의 수입을 올리면서도 영업할 때 사용하는 교통비, 밥값, 음료값 등을 제외하고 나면 남는게 별로 없다. 최근에는 금융감독당국이 보험모집인에게 돌아가는 선지급수수료를 오는 2014년부터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본인의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이 보험설계사에 돌아가는 선지급수수료를 내년부터 줄여나가겠다고 밝히자 설계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설계사들은 특히 선지급수수료가 줄어들면 많은 부작용과 함께 A씨처럼 영업기반이 튼튼하지 못한 설계사들의 이탈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또 선지급수수료체계 변경이 금융당국의 고육지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개인연금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고 보험영업의 핵심조직인 설계사의 수익구조가 흔들리면 보험계약 유지율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개인연금 활성화 위해 수수료체계 개편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 인구의 노령화와 그에 따르는 국민의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 '개인연금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제시된 설계사 선지급수수료 변경은 설계사와 보험사 모두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금융위가 발표한 개인연금 활성화 방안의 명분은 공적연금 보완수단으로써 사적연금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해 노후소득 보장기능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포함한 국내 사적연금 소득대체율은 약 20%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의 국제기구 권고비율이 40%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밖에 안된다. 또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적연기금 자산비중도 4.5%로 OECD 회원국의 평균인 33.9%보다 현저하게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국민연금 등 공적보험이 채워주지 못하는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연금보험 등 사적연금을 활성화해 그 공백을 메우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설계사들에게 돌아가는 선지급수수료를 줄이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되고 있다. 현행 연금보험의 사업비 지급구조는 선취수수료(선지급수수료) 70%, 후취수수료 30%로 구성돼 있다. 설계사가 계약을 성사시키면 수수료 중 70%를 먼저 받고 나머지 30%는 7년간 분할해 지급받는 구조다.

금융위는 내년부터 이 같은 선지급수수료 구조를 60% 대 40% 구조로 바꾼다고 밝혔다. 또한 1년 유예기간을 거쳐 2015년에는 선취수수료와 후취수수료를 50%씩 분할하기로 했다.

금융위가 개인연금 활성화 방안으로 수수료 체계를 개편한 이유는 고객들에게 많은 해지환급금을 돌려주기 위해서다. 연금보험 등 저축성보험은 보험에 가입하고 이른 기간에 해지하면 할수록 환급금 규모가 줄어든다. 고객이 납입한 보험료 중에서 설계사에게 돌아가는 수수료 등의 판매비를 제외하고 적립하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선취구조로 인해 초기 수익률이 낮고 해약 시 환급금이 납입한 보험료보다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선지급 비중을 축소해 해지환급금 수준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설계사 소득감소는 판매저조로 이어져"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설계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와 설계사들은 지난 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선지급수수료 개편안에 대해 반박했다.

설계사들이 꼽은 이번 개편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수료 규모가 줄면서 영세한 설계사 규모가 늘어날 것이며 이는 곧 연금보험 등 저축성보험 판매기피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설계사들은 만약 선지급수수료로 체결비용의 50%만 지급하는 경우 현재보다 수입이 약 30% 감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실제 판매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보다 적은 판매수수료를 받으면 설계사들은 연금보험 등 저축성보험의 판매를 기피하고 이는 곧 연금보험 활성화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모집수수료 분급 이후 설계사들의 소득감소가 이어졌다"며 "분급 이후 1년여 만에 분급을 또 다시 확대하면 설계사들이 다른 직업으로 이탈할 것이며 그 피해는 고객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설계사들은 왜 '수수료 체계' 변경에 반발하나

◆"민원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에 불과"

선지급수수료 축소가 연금보험 활성화에 역행한다는 분석은 원수사인 보험사에서도 제기하는 부분이다. 보험업계에서는 특히 늘어난 해지환급금이 오히려 해약을 늘려 노후대비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보험업계의 분석은 이렇다. 예컨대 연금보험에 가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납입한 보험료만큼 해지환급금을 받을 수 있다면 급전이 필요한 소비자는 저축성보험 해지를 가장 먼저 염두에 둘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연금 등의 해약률을 높여 국민의 노후대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이번 선지급수수료 개편안은 개인연금 활성화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해지환급금이 적다는 민원이 빗발치자 이를 피해가자는 금융당국의 고육지책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또 "수수료체계 개편으로 설계사의 정착률이 낮아질 것"이라며 "정착률 하락은 보험계약 유지율을 동반하락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설계사들은 이번 수수료체계 개편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마저도 안된다면 유예기간을 좀 더 늘려달라는 입장이다.
 
한편 금융위는 지난 9월17일 이러한 수수료체계 개편안을 담은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을 발표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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