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사를 걷고, 한옥에 머물다

송세진의 On the Road / 갑사·공주한옥마을 /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 송세진|조회수 : 11,405|입력 : 2013.11.0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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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사를 걷고, 한옥에 머물다

여기 이기적인 여행자가 있다. 깊은 산 멋진 경치를 보고 싶지만 너무 힘들지 않으면 좋겠다. 한옥 체험을 하고 싶지만 불편하거나 불안하지 않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남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면 좋겠다. 그런 곳이? 있다!

◆절 중의 절, 갑사

산의 초입부터 범상치가 않다. 주차장에서 몇 걸음 떼지 않아, 제멋대로 자란 고목들이 산길의 숲 그늘을 만들었다. 이곳은 이미 깊은 산. 금 닭이 계란을 품었고,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모양이라 닭의 ‘계(鷄)’와 용의 ‘용(龍)’자를 따서 계룡산이라고 했단다. 이름에서부터 ‘굽이굽이’가 느껴진다. 입구까지 오는 동안 무속인의 깃발이 펄럭이는 여러 집들을 지났다. 확실히 산으로부터의 정기가 특별한 곳인가 보다.

그러니 갑사는 입지부터가 남다르다. ‘춘(春)마곡 추(秋)갑사’라는 말이 있듯, 가을에 계룡산을 찾는다면 바로 이곳, 갑사에 와봐야 한다. 차를 타고 오는 동안은 은행나무가 만든 노란 숲 터널을 지났는데, 갑사에 오르는 동안은 나이를 알 수 없는 오래된 나무들이 자꾸만 발을 멈추게 한다. 약간은 붉고, 아직은 푸르다. 단풍이 더디 오는 곳이라 어찌 보면 짧은 가을을 조금이라도 더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갑사의 ‘갑’은? 요즘 유행하는 말, 흔히 ‘으뜸’, ‘첫째’란 뜻의 그 갑이 맞다. 그러니까 ‘절 중의 절, 절 중에 갑, 계룡산에서는 이곳이 갑’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420년 백제 구이신왕 때 창건돼 화엄종 10대 종찰 중 하나가 됐는데, 산 이름을 따서 계룡갑사라고 불렀다. 천왕문을 지나 천천히 돌아보자니 확실히 큰 사찰이다. 그렇지만 규모만을 자랑하지는 않는다. 큰 사찰의 웅장함과 천년고찰의 온기와 전각 하나하나의 아늑함을 모두 가지고 있다. 나지막한 담장 위로 크게 자란 고목이 위협적이지 않은 건 그 모습이 부드럽게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나무도 산을 닮아 시원하게 뻗기보다는 둥글게, 주변의 것들을 감싸 안듯이 자랐다. 경내에 있는 불전과 승당, 부속 전각 뿐 아니라 계룡산 곳곳에 암자가 있어 여행자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산행으로 이어진다. 계룡산 전체가 곧 갑사인 셈이다. 그러고 보니 계룡산엔 귀신만 사는 게 아니다. 석가모니의 자비와 무속신앙이 이 깊은 산 속에서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다.
갑사를 걷고, 한옥에 머물다

 
약사여래입상
약사여래입상

◆약사여래입상과 삼신불괘불탱화

대웅전 오른쪽으로 삼성각·관음전을 지나면 숲길이 이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지나 어디론가 향한다. 그들을 따라가보니 100m쯤 떨어진 곳에 계곡이 흐르고, 석벽 동굴에 석조약사여래입상이 있다. 고려시대 조성했다는 이 불상은 소박하지만 오묘한 카리스마가 있다. 형태는 단순하지만 옷 주름이 섬세하게 표현돼 있고 손에는 약병을 들고 있다. 건강을 기원하는 불상이다. 유난히 사람이 많은 이유는 우리 모두 건강하길 바라기 때문이겠지…. 내년에도 후년에도, 살아있는 동안 무탈하여 이 산에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특별한 보물은 삼신불괘불탱화다. 대웅전의 불상 뒤로 돌아가면 볼 수 있는데 길이 12.47m, 화폭 9.48m의 괘불이다. 불상 뒤의 공간이 좁아 그림 앞에서 자세를 낮추고 고개를 바짝 들어야 끝이 보인다. 이 거대한 그림은 붉은색과 청록색의 오래된 느낌이 상당히 신비롭고 아름다운데 사실은 이 그림이 진품이 아니란다. 그림 아래 있는 커다란 목곽 안에 진품이 있고, 보물을 보고 싶어 하는 신도들을 위해 이렇게 모조품을 걸어 놓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그림이 빛을 보는 날은 언제일까? 영산회, 낙성재, 석가탄신일 등 사찰의 중요한 야외 행사가 있을 때 법당 앞뜰에 걸고 의식을 행한다. 1650년 효종 때 제작된 이 괘불은 크기와 완성도 면에서 뛰어나 국보298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종교적 의미나 내용을 모르더라도 부드러운 중간색조의 조화가 이국적이기도 하고 밝으면서도 차분해 친근함과 따뜻함까지 느껴진다.

한옥마을 다도체험
한옥마을 다도체험

◆한옥과 빌라의 행복한 만남

공주한옥마을에는 전통가옥이 없다. 한옥인데 전통이 아니라고? 물론 전통의 장점은 모두 살렸지만, 불편함은 깨끗이 해소했다. 이곳은 군불 때는 황토구들에 소나무·삼나무로 지은 와가와 초가가 사이좋게 자리잡은 한옥 리조트다. 방바닥은 따끈따끈하고 웃풍은 없다. 대문을 열고 마루에 오를 땐 카드키를 써야 한다. 즉, 옛날 집의 불안한 보안문제도 해결했다. 여닫이, 모기장, 유리 미닫이, 한지 블라인드의 사중창으로 옆집의 소음이나 벌레, 프라이버시 문제도 모두 해결했다.

무엇보다 좋은 건 ‘객실’ 개념이 아니라 ‘독채’ 개념이라는 점이다. 마당 있는 한옥 한채를 하루동안 내 집으로 만드는 거다. 집마다 구조가 다르고, 골목골목을 짜임새 있고 예쁘게 꾸며 놓아 이 작은 동네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런 이유로 주말에는 숙박이 아닌 동네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골목을 누빈다. 아침에는 장작 타는 냄새가 굴뚝을 타고 올라오는데 포근한 시골 동네에 와 있는 기분이 그만이다.

가족여행을 계획한다면 꼭 한번 머물러 볼 만한 곳이다. 한쪽에 마련된 바비큐장에서 고기와 함께 공주 특산물인 밤도 구워먹고, 천천히 금강가로 걸어나가 산책을 즐기고, 밤에는 지글지글 등 찜질을 하며 잠이 든다. 마을 양 옆으로는 무령왕릉과 공주국립박물관이 있으니 하루는 계룡산에 오르고 하루는 박물관을 구경하면 딱 좋다.

공주는 ‘그냥 좋아서’ 다시 찾게 되는 곳이다. 갑사 가는 길은 아름다울 뿐 그다지 힘들지 않고, 한옥 집도 전통의 모습을 했으나 불편하지는 않다. 쉼이 있고 잔잔한 즐거움이 있다. 그래서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할 때 떠올리게 되는 곳이다.

갑사가는 길
갑사가는 길


[여행 정보]

● 갑사 가는 법
[승용차]
경부고속도로 - 천안논산고속도로 - ‘천안, 공주’ 방면으로 우측방향 - 창말교차로에서 ‘논산, 공주’ 방면으로 우측방향 - 차령대로 - 오인육교 - 봉명교차로에서 ‘갑사, 계룡’ 방면으로 우측방향 - 영규대사로 - 좌회전 - 갑사로 - ‘대전, 갑사’ 방면으로 좌회전 - 소라티길

[대중교통]
서울고속버스터미널 - 공주종합버스터미널 - 700번(공주, 유구) - 옥룡동주민센터 - 320번(공주, 갑사) - 갑사 정류장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갑사: 검색어 ‘갑사’ / 충청남도 공주시 계룡면 중장리 52번지
공주한옥마을: 검색어 ‘공주한옥마을’ / 충청남도 공주시 관광단지길 12

< 여행 주요정보 >
갑사
http://www.gapsa.org/ 041-857-8981
템플스테이: 휴식형이나 체험형 중에 선택이 가능하다. 도솔실, 비람실, 신보장각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체험형의 경우 예불이나 참선 등의 사찰체험 뿐 아니라 사물체험이나 다도와 같은 프로그램을 함께 할 수 있다. 사이트나 전화로 문의.
체험형(1박2일): 어린이·청소년 4만원 / 성인 6만원
휴식형(1박2일): 어린이·청소년 4만원 / 성인 5만원
템플스테이 문의: 041-857-8921

공주한옥마을
http://hanok.gongju.go.kr / 041-840-8900
실속형에서 고급형까지 다양한 개별숙박과 수학여행이나 단체연수를 위한 단체숙박동이 있다. 한옥마을 내에서 전통혼례를 할 수 있고, 단체 숙박자는 여러가지 전통문화체험도 가능하다.
사이버공주에 회원가입을 하면 ‘공주 사이버시민’이 되는데, 한옥마을 이용요금의 30%가 할인되고 박물관 무료입장을 할 수 있다.
이용요금(1박): 5만~25만원

사이버공주
: http://cyber.gongju.go.kr

< 음식 >
새이학가든
: 유명한 공주국밥집이다. 원래 이학가든에서 시작됐는데, 시어머니가 하던 일을 며느리가 이어받아 하고 있다. 공산성 근처에 새이학 본점이 있고, 공주한옥마을 내에 2호점이 있다. 공주한옥마을은 집 안에서 취사를 할 수가 없어 투숙객들이 한번쯤 들르게 된다.
본점: 돼지석갈비 1만1000원 / 공주국밥 8000원 / 유황오리훈제 4만5000원
충남 공주시 금성동 173-5 / 041-854-2030
한옥마을 새이학(2호점): 메뉴는 대동소이하나 돼지석갈비가 없고 아침식사가 가능하다. 단체 손님을 위한 조식, 석식 뷔폐 예약 가능.
충남 공주시 웅진동 344-38 / 041-856-0019

금강관
: 공주한옥마을에 있는 한정식 전문점이다. 화려하고 깔끔한 상차림으로 주말에는 공주 시민들이 가족행사나 모임차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별정식 1만5000원 / 달정식 2만원 / 해정식 3만원 / 금강정식 5만원
http://www.kumkangkwan.com / 충남 공주시 웅진동 340 / 041-857-6700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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