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의 공공사업 수주…"누워서 떡 먹기"

외국계만 배불리는 동반성장/ 공공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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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기업의 공공사업 수주…"누워서 떡 먹기"

대기업의 독식을 막고 중소기업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경제민주화 정책이 국내 기업 역차별을 불러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공공사업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개정된 관세법과 동반성장위원회의 공공기관사업 지침,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등에서 대기업을 배제한 정책이 오히려 외국기업에 반사이익을 안겨주고 있어서다. 실제로 공공부문 입찰실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소기업-대기업 상생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경제민주화법의 정책적 취지가 무색해지는 게 사실이다.

◆세계 2위 면세점 사업자 듀프리, 김해공항 접수

경제민주화법으로 수혜를 본 외국계 기업은 최근 김해국제공항 주류·담배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듀프리'가 대표적이다.

김공항 주류·담배 면세점 DF2구역 사업은 신규 면세점 허가 시 중소·중견기업 등에 일정비율 이상을 부여하도록 명시한 개정 관세법이 처음으로 적용된 사례다.

듀프리는 공항공사가 김해세관에 '김해공항 출국장면세점 운영자 선정(안)'과 '입찰공고(안)'을 제출한지 두달만인 지난 8월, 자본금 1000만원으로 자회사 '듀프리 토마스줄리코리아'를 급조해 해당사업에 입찰했고 두달 뒤인 10월, 최종사업자가 됐다.

면세점 매출 세계 2위인 듀프리의 국내 자회사인 듀프리 토마스줄리코리아가 최종사업자로 선정되자 중소기업들의 '혹시나'하는 기대감은 '역시나'하는 실망감으로 뒤바뀌었다.

면세점 운영을 총괄하는 한국공항공사는 국내 기업 '역차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쏟아지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국내법에 따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서 중견기업으로 인정받은 듀프리를 입찰에서 배제할 명분이 없었다는 설명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사실 면세점은 그동안 자금상의 문제로 중소기업이 감당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김해공항 면세점 역시 중소기업들이 자금력 문제 등으로 최저입찰가에 미치지 못하거나 참여자체를 못해 수의계약을 포함해 4차례나 유찰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최영수 전 롯데면세점 대표는 최근 출판기념회 자리에서 "주요 브랜드를 유치해야 하고 재고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면세사업은 중소기업이 절대로 할 수 없는 사업"이라며 "허울뿐인 정책보다는 일부품목을 정해 중소기업이 운영토록 하는 방안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정부 면세점정책의 허점을 꼬집었다.

앞으로 7개 지방공항이 3년 내 모두 면세점 계약을 종료하게 되는 만큼 외국계 대기업의 지방공항 면세점 장악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외국기업의 공공사업 수주…"누워서 떡 먹기"

◆글로벌 급식업체 아라코, 세종청사 구내식당 접수

정부세종청사 내 구내식당 위탁운영권도 미국 대기업의 손에 들어갔다. 지난달 11일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 위탁업체로 선정된 미국계 급식업체 '아라코'가 그 주인공이다.

세계 3대 급식업체로 꼽히는 '아라마크'의 한국법인 아라코는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구내식당 중소 급식업체 참여 확대 지침'에 따라 국내 대기업과 싸워야하는 번거로움 없이 단숨에 한자리를 차지했다.

올해 국내에서 아라코가 수주한 공공기관 구내식당 운영권은 정부세종청사를 비롯해 5곳에 달하며 지난해에도 다산콜센터·신용보증기금·국립환경과학원 등의 구내식당 운영권을 확보했다.

급식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중소·중견 급식업체를 살리기 위해 대기업들의 공공기관 구내식당 입찰 참여를 금지했더니 아라코 같은 외국기업이 운영권을 독식하고 있다"며 "외국계 기업은 상호출자제한 규정에서 제외돼 해외 대기업임에도 국내에서는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3월 기획재정부는 중소·중견 급식업체 지원정책으로 공공기관 구내식당 운영에 대기업 계열사의 입찰을 금지한다는 방침을 밝혔고, 당시 86개 공공기관에서 구내식당(181개)을 위탁운영하고 있던 대기업들이 모두 철수했다.

◆조달청 MRO, 외국계 대기업 '오피스디포'와 계약

공공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시장에서의 '외산기업 독식' 상황도 현실화됐다.

'중소기업제품 구매 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지난해부터 MRO 사업자 선정에서 국내 대기업을 배제한 조달청은 그해 11월 해외 대기업 '오피스디포'와 전국 10개 권역 중 6개 권역에서 2년간 78억원어치의 용품을 공급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계 사무용품업체 오피스디포는 전세계 60개국에 1600여개 매장을 보유한 글로벌 대기업. 중소기업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미명 하에 단순히 대기업만을 참여 배제 시키는 안일한 행정으로 역효과만 낳은 것이다. 조달청 MRO 선정이 중소기업에 수혜를 주고자 했던 정부정책의 실패사례로 꼽히는 이유다.

이에 대해 조달청은 "오피스디포가 차지하는 비중은 공급기준 26.3%에 불과해 규모가 크지 않다"면서 "외국계 기업을 MRO 사업자로 선정한 것은 사실이나 현행법상 국내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규제할 근거가 없었으며 규제할 경우 국제분쟁 소지가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한구 국회의원(새누리당)은 조달청의 해명에 대해 "외국계 오피스디포는 대기업 배제 전인 2011년에도 조달청과 공급계약을 통해 납품하던 업체로 조달청은 사전에 오피스디포가 외국계 업체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면서 "대기업이 포함됐던 2011년에는 오피스디포의 공급비중이 5.2%(4억8000만원)에 불과했으나 대기업이 빠진 2012년도 공급비중은 26.3%(25억2000만원)로 5배 이상 늘었다"고 반박했다.

◆공공 IT시장 먹는 외국계 IT기업들

외국계 기업들은 IT시장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점했다. 현재 국내 공공 IT시장은 중소·중견 IT업체들의 공공사업 참여기회 확대를 위한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이 시행되면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55개 대기업의 계열사들이 입찰에 제한을 받고 있는 상태다.

올해 1월1일부터 해당 법 적용 대상인 삼성SDS, LG CNS, SK C&C 등은 국방·외교·치안·전력 등 예외 적용사업 외에는 공공사업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삼성SDS는 아예 '공공 IT사업 철수'까지 선언한 상황.

반면 공공시장에서 경쟁사인 국내 대기업들을 더 이상 상대할 필요가 없어진 외국계 IT기업들은 법 추진으로 업계가 술렁이던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굵직굵직한 사업들을 따내고 있다.

특히 한국IBM과 대우정보시스템, 쌍용정보통신 등 기술력과 사업경험, 자본 등 여러 측면에서 중소·중견기업들보다 경쟁우위에 있는 기업들이 잇따라 공공 IT사업자로 선정됐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남경필 의원(새누리당)이 조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외국계 기업 공공사업 수주현황'에 따르면 한국IBM은 지난 1월 3억7000만원짜리 국민연금공단의 신규 통합데이터센터 설계 컨설팅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7월에는 70억원 이상 규모의 한국고용정보원데이터센터 이전사업의 컨설팅을 맡게 됐다. 기존 데이터센터 인프라 이전과 신규 통합데이터센터의 전략수립, 개념설계, 실시설계 및 운영전략 수립을 총괄하는 사업을 따낸 것이다.

하지만 SW진흥법 개정안에 따르면 매출 8000억원 이상 규모의 외국계 기업은 80억원 미만 공공 IT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자사가 3억, 70억원짜리 공공 사업을 수주한 것에 대해 한국IBM 관계자는 "고객과 관련된 어떠한 사항도 말씀드릴 수 없어서 해당 사업을 어떻게 수주하게 됐는지 답을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또 다른 관계자는 "SW진흥법으로 외국계 기업이 한국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우리는 연매출 1조원 이상인 기업에 속해 이에 따른 사업 참여제한을 받기 때문에 국내 대기업과 똑같이 공공 IT사업에 제한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IBM은 해당사업 수주를 발판삼아 공공기관 이전 컨설팅 및 이전 프로젝트 비즈니스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중국계인 글로리초이스차이나가 35%, 미국계인 AT커니코리아가 27.7%의 지분을 보유한 대우정보시스템의 경우 한국고용정보원 차세대 고용보험시스템(150억원), 한국장학재단 통합 유지보수사업(163억원) 등을 수주했다.

이와 함께 ▲기획재정부 나눔로또 통합복권시스템 운영 ▲외교통상부 국가외교통상통합관리시스템 3단계 구축 ▲안행부 국가정보자원 개방 및 공유체계 구축(45억원) ▲국방부 군수국 군수통합 ISP(10억원) ▲국방 전산원 기반 통합(60억원) ▲한국정보화진흥원 국유재산통합관리시스템 2단계 구축(36억) 등의 사업자로도 선정됐다.

그런가하면 일본 태평양시멘트가 최대주주인 쌍용양회가 64.35%의 지분을 보유한 쌍용정보통신은 ▲2014 인천아시안 게임 대회정보시스템(234억원) ▲2018 평창동계올림픽 정보화 전략 계획 수립사업 ▲해군지휘통제체계(KNCCS)(89억원) 등을 포함해 올해 25건의 공공사업을 수주했다(국방 IT사업 포함).

이러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최근 안전행정부 정부통합전산센터가 발주한 1300억원대 초대형사업과 내년 8월 474억원짜리 한국전력공사 데이터센터 이전사업도 이들 외국계 기업의 수중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SW진흥법 규제대상인 한 대기업 계열 IT서비스업체 관계자는 "올해 공공기관 발주물량이 지난해보다 확 줄었는데 이는 공공기관들이 그동안 대기업에 맡겼던 일을 사업경험이 비교적 떨어지는 중소·중견기업에 맡기려니 불안해서 눈치만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공사업에서 대기업을 배제하는 것이 중소·중견-대기업간 상생 생태계 조성의 최선책은 아니라고 본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이뤄 공공사업에 입찰할 수 있게 하되 중소기업의 의무 참여 비중을 높이도록 하는 게 보다 현실적이고 현명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조달청에 따르면 올해 공공기관 IT사업 발주 물량은 지난해보다 30%가량 줄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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