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수록 소중해지는 부부의 가치

서동필의 Third Age Story

 
  • 머니S 서동필|조회수 : 6,667|입력 : 2013.11.1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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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을 시키면 목소리도 듣기 싫고 짜증부터 난다.
• 이혼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다른 사람과의 로맨스를 꿈군다.
• 문제가 생겨도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 아이들이 없으면 어색하다.
• 첫사랑 혹은 결혼 전 연인이 자주 생각난다.
• 성적 매력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 다른 부부와 자주 비교한다.
• 상사와 부하, 갑과 을의 관계 아니면 그냥 무거래 관계처럼 행동한다.


나이들수록 소중해지는 부부의 가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다. 부부가 결혼한 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권태를 느끼는 시기를 말하는 소위 권태기(倦怠期)의 전형적인 증상들이 어느 순간부터 남의 얘기보다는 자신의 얘기를 하는 것만 같아질터 

미국의 역대급 섹시배우인 마를린 먼로가 지하철 환풍구 위에서 치마가 펄럭이던 장면으로 유명한 ‘7년만의 외출’이란 영화의 원제는 ‘더 세븐 이어 이치(The Seven-year Itch)’다. 

권태기란 뜻이고, 7년마다 재발하는 가려움증을 가리키는 말로, ‘옴’이란 뜻도 있다. 권태기를 우리말로 굳이 풀어서 잘 옮겨놨다. 

왜 하필이면 ‘7’이란 숫자가 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결혼 후 서로 이꼴저꼴 다보고 이제 더 이상 볼 것 없는 시기가 대충 그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특별히 문제가 없다면 애 둘은 기본으로 있을 나이고, 호르몬에 의한 열정적 사랑은 이미 식은 지 오래일 터이다. 

대화의 십중팔구는 아이들 얘기고, 다시 십중일이는 돈 얘기다. 그렇다고 딱히 이 사람하고 이혼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아닌데, 그냥 꼴보기 싫다.

천재, 이단아, 독창적이란 말로 수식이 되는 아방가르드 풍의 시인이 ‘권태’란 제목의 수필을 썼기에 대충 훑어봤다. 이상이 보는 권태는 대충 이렇다.

나'가 보는 여름날의 벽촌은 지리하고 단조롭다. 한없이 펼쳐진 벌판이나 그 벌판을 덮고 있는 초록의 물결조차 신선하기보다는 지루함을 더해 준다. 나는 잠시라도 권태를 물리치기 위해 이웃에 사는 최서방 조카를 찾아가 그와 장기를 둔다. 그러나 장기를 두는 일도 일상의 반복이고 그 승부도 언제나 같은 것이므로 전혀 새로운 느낌을 주지 못한다.
그럼 오늘 하루를 나는 어떻게 지냈던가? 이런 것은 생각할 필요가 없으리라. 그냥 자자! 자다가 불행히, 아니 다행히 또 깨거든 최서방의 조카와 장기나 또 한 판 두지. 웅덩이에 가서 송사리를 볼 수도 있고, 몇 가지 안 남은 기억을 소처럼 반추하면서 끝없는 나태를 즐기는 방법도 있지 않으냐? <권태, 이상>


차라리 이상의 권태는 호사다. 한없이 펼쳐진 벌판을 바라보며 툇마루에 누워 아무 생각없이 조용히 낮잠 한 숨 자고 싶다. 해치워야만 하는 일 없이 장기나 또 한 판 두면서 물색없이 늘어지고 싶다. 두려움이나 허무를 느끼는 소위 고상한 권태이든, 행복감에 젖어서 만족스러운 하품을 해대는 따분한 권태이든 그런 권태를 해보고 싶다.

지렁이 울음소리처럼 들리지는 않지만, 그렇게 자기를 향해 울고 있는 것을 저 사람은 알까. 

은행 지점장인 남편은 TV채널을 돌리는데 독특한 기술을 갖고 있다. 7에서 9로, 9에서 11로. 그 사이의 공허한 숫자를 용케도 잘 건너뛰어 바보에서 반벙어리로, 폭군으로, 계모로, 악처로, ××쇼에서 △△쇼로 깡충깡충 구경을 즐겼다. 남편이 또 하나 즐기는 것이 있다. 술 담배를 못하는 그는 감미가 짙고도 말랑한 것. 이를테면 생과자나 찹쌀떡, 눅진한 조청들을 입술을 핥으며 손가락을 쭉쭉 빨아가며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며……. 아! 연속극까지 맛있어하며 시청한다는 말이 옳겠다.
나의 집에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은 나를 부러워했다. 그뿐인가? 일가붙이도 우리 궁합을 들먹이고 관상타령까지 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행복이란 저런 것이다, 라고. 나는 그 울타리에 가둬졌다. 그러나 그것은 행복감과는 무관하다. 권태기인가? <지렁이 울음소리, 박완서>


여성인 박완서 선생이 한 소설에서 남편을 향해 저리 조용히 울었지만, 현실에서 남편도 아내를 향해 저런 식으로 운다. 이상의 권태보다 박완서의 권태가 조용하지만 더 뼈아프다. 혼자의 권태가 아니라 상대가 있는 권태이기에 혼자 해결할 수도 없다.

신들의 제왕이기에 가장 신적인 존재여야 할 ‘제우스’는 역설적이게도 참으로 인간적이다. 왠지 모르게 호감이 가는 남자(?)다. 

그의 아내 헤라는 결혼과 출산을 담당하는 만물의 어머니 역할을 하는 여신이었지만, 그에 어울리지 않게 가정(?)에서는 항상 제우스를 감시하고 질투한다. 

여신 헤라를 그렇게 만든 건 결국 제우스이긴 하지만, 제우스는 아내를 피해 주체할 수 없는 바람기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수많은 에피소드를 양산한다. 

제우스는 다른 여신 혹은 여인과 끝없는 추문을 일으키고, 헤라는 그 연적 혹은 거기서 태어난 아이들을 죽이거나 소, 곰 등으로 바꿔버렸다. 그 둘간의 추문과 질투가 그리스 로마 신화를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들었다.

주체할 수 없는 바람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정에서 아내가 보이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아니 차라리 보이지 않으면 다행이겠다. 이 건 아예 눈엣가시다.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던 모습이 우적우적 씹는 소리만 들리고, 설레게 하던 뒷모습은 쿵쾅쿵쾅 귀에 거슬리는 발소리만 남긴다. 풍만한 상상을 남기던 잠자리는 둔탁한 숨소리에 잠겼고, 속삭이던 목소리는 날카로운 바늘이 되어 귀에 박힌다. 뭘 해도 가슴이 응답하지 않는다.

하지만, 늙어서 챙겨줄 사람이 누구고, 자식들 다 떠나고 팔팔하던 손발에 한기가 차기 시작하면 옆에서 온기를 더해 줄 사람이 누구랴. 결국 부부밖에 없다.

세상의 많은 것들이 세월의 흐름과 동시에 처음의 감동과 열망은 줄기 마련이다. 권태기를 결혼생활 중 겪는 하나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면서 서로 노력하면 된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부부만의 공간과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해 보기도 하고, 결혼 전 추억을 같이 나눠보기도 하자. 허심탄회하게 마음속 이야기를 드러내 보기도 하고, 그 것도 아니면 혼자 여행을 떠나보기도 하자. 

어떤 식으로든지 노력하고 챙겨야 한다. 소원한 관계를 방치한 채 노년이 돼서 부부관계를 복원해 보겠다고 나서는 것은 말 그대로 배 떠난 뒤 손흐드는 일이다. 노년준비의 많은 것들이 젊은 시절부터 차근차근 해야 하는 것들이지만, 부부관계 역시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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