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버전 '아이폰 신화' 나올까

미래 현대차 '감성 엔진' 장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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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지난 4개월 동안 대치지점에서 고갱과 그의 친구들을 테마로 국내 대표 작가 7명의 작품 20여점을 전시하는 대치지점 H-art 갤러리 시즌8 을 운영해왔다.
현대차는 지난 4개월 동안 대치지점에서 고갱과 그의 친구들을 테마로 국내 대표 작가 7명의 작품 20여점을 전시하는 대치지점 H-art 갤러리 시즌8 을 운영해왔다.

산업과 인문·문화·예술 분야는 더 이상 이질적인 관계가 아니다. 첨단 IT기술에 인문학적 감성을 결합하고, 이를 통해 전세계 산업과 경제에 가공할 파장을 일으킨 애플의 아이폰은 업계에서 신화로 평가 받는 혁신의 아이콘이다.

산업은 문화로부터 새로운 영감을 얻어 제품에 혼과 스토리를 담아 소비자에게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하고 있고, 문화는 산업과 결합함으로써 저변을 확대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창조경제 시대에 발맞춰 정몽구(75)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고민 끝에 찾아낸 현대차의 해답 역시 인문학 그리고 문화·예술이었다. 최첨단 자동차 기술에 '감성 코드'를 심어 융합형 자동차의 미래를 설계하겠다는 현대차의 야무진 시도가 혁신을 이끌지 주목된다.

◆자동차 버전 아이폰 신화 이룰까

지난 7일, 현대차는 경기도 과천의 국립현대미술관에 내년부터 2023년까지 10년 동안 총 120억원을 후원한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 활동(메세나) 가운데 금액 면에서 가장 클 뿐 아니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장기 후원 사업이다.

후원금 120억원 중 90억원(매년 9억원)은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는 한국 중진작가의 개인전과 학술 세미나를 개최하는 비용으로 사용된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매년 1명씩 중진 작가들을 선정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최고 수준의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회화·조각·공예 등 각 분야의 신진작가를 포함한 유망 작가들에게도 30억원을 후원한다.

작가들의 전시회와 관련해 책을 발간하거나 세계적인 평론가를 초청한 학술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글로벌 예술계와의 소통을 확대하는 데에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현대차는 이번 후원을 통해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예술 한류를 주도할 차세대 예술가를 양성하고 대중의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문화와 산업의 이종교류를 통해 혁신적이고 감성적인 제품 개발을 위한 창의 인프라를 활성화하겠다는 혁신 의지가 담겨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후원은 문화·예술의 발전 및 대중화 지원을 통해 문화와 산업이 함께 발전하는 새로운 형태의 동반성장 프로그램”이라며 “앞으로도 대중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을 위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람객들이 국립현대미술관 내 갤러리 아트 존에서 전시작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관람객들이 국립현대미술관 내 갤러리 아트 존에서 전시작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문화후원에만 그치는 차원은 옛말

현대차의 내부적인 문화 지수 역시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이라는 게 사내·외 평가다.

서울 양재사옥 대강당을 콘서트홀로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매년 5차례 이상 유명 가수와 뮤지컬 팀을 초청해 임직원과 가족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가수 부활, 박정현, 김경호, 신치림의 콘서트와 뮤지컬 '뮤직쇼 웨딩' 등이 무대에 올랐다.

사내 문화예술 동아리도 회사의 적극적 지원 하에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댄스, 밴드, 오케스트라 등의 동아리들이 등이 매년 동료들과 지인들 앞에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자동차 전시장을 갤러리로 활용하는 'H-art 갤러리'도 현대차의 대표적인 사내 문화 프로그램이다. 대치지점에서 열린 H-art 갤러리 시즌8에서는 홍경택 작가가 고갱의 명화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한 ‘그랜저 아트카’ 작품이 고객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20세기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고갱을 모티브로 국내 대표 작가들이 새로운 생각, 새로운 시선으로 완성한 작품들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며 “앞으로도 기존 전시장의 틀에서 벗어나 자동차와 예술, 그리고 고객들이 함께하는 대표 문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현대차 사업장의 일상적 공간을 유명 작가가 새로운 시각을 투영해 촬영한 예술 사진을 사내 모니터 등을 통해 임직원들이 관람하고 있다.

현대차의 문화 지수가 내부에서 외부로, 문화예술 후원에서 예술로부터 영감을 얻는 제품 스토리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역 엠스테이지(M-Stage)에 설치된 브릴리언트 큐브(Brilliant Cube)의 모습.
서울 강남역 엠스테이지(M-Stage)에 설치된 브릴리언트 큐브(Brilliant Cube)의 모습.

◆이제는 브랜드 프리미엄을 만들 때

최근 수준 높은 콘텐츠의 ‘역사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차는 직원들의 역사의식 함양을 위해 지난 9월부터 해외 관련 업무를 하는 직원을 비롯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대학 교수 등을 초빙해 '역사 콘서트'라는 이름의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뚜렷한 역사관을 갖고 차를 판다면 이는 곧 대한민국의 문화도 함께 파는 것”이라며 “이것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의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규 채용할 인재들에게도 일정 수준의 역사관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올 하반기 대졸공채의 채용시험 격인 인적성검사(HMAT)에서는 ‘고려·조선시대 인물 중 가장 존경하는 사람과 그의 업적을 설명하고 이유를 쓰시오’와 ‘세계의 역사적 사건 중 가장 아쉬웠던 결정과 자신이라면 어떻게 바꿀지 기술하라’는 문제 중 하나를 선택해 에세이를 작성하는 문제를 출제해 관심을 모았다.

신입사원 교육 때도 토론을 통해 역사적 사실로부터 시사점을 얻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입사 후에도 체계적인 역사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판매량에서 세계 4위 자리를 넘볼 정도로 양적인 성장은 충분히 이뤄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여기에 이제는 ‘브랜드 프리미엄’을 입히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이다. 국내 1위 완성차업체 현대차가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아이폰을 만들어내는 날 또한 머지 않아 보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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