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도 미리 체험해 봐라?

웰다잉을 위하여/ 웰당잉산업 어디까지

 
  • 김수연|조회수 : 16,314|입력 : 2013.11.2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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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사업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호스피스완화의료서비스(이하 호스피스)부터 임종체험서비스, 엔딩노트 제작 등 관련 아이템도 다양해졌다. 지난해에는 총 150개 업체가 참여한 국내 첫 웰다잉 산업박람회인 '2012 MBC플러스 웰다잉페어'까지 열렸다.

하지만 '죽음'과 관련된 서비스·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응도는 기대 이하였다. 사흘간 진행된 당시 행사의 참관객 수가 1만명에 그친 것. 웰다잉사업에 대한 아이템은 다양하지만 돈을 벌 수 있을 정도로 소비자에게 어필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 기업 등 단체고객을 중심으로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임종체험서비스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웰다잉사업들은 활성화 단계로 도약하지 못하고 있다. '죽음'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해당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게 웰다잉산업계의 공통된 한탄이다.

◆웰다잉산업, 아이템 다양…활성화는 아직

국내 웰다잉산업은 임종체험서비스와 호스피스, 엔딩노트 제작 등으로 요약된다.

이 가운데 임종체험서비스는 '아름다운삶', '카핀아카데미' 등 소수의 중소업체에서 유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효원상조' 등 대형 상조업체에서는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업체에서 운영하는 임종체험 프로그램은 통상 '영정사진 촬영→인생 돌아보기→유언장 작성→입관체험→버킷리스트 작성'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국내의 경우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기록하면서 노년층뿐 아니라 10~20대의 젊은층도 임종체험서비스 업체를 많이 찾는 편이다.

이와 관련 2002년부터 임종체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아름다운삶 수련원의 김기호 대표는 "수련원을 찾아오는 이들이 2000년대 초반에는 월 20~30명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월 300명이 이곳에서 임종체험을 한다"며 "예전에는 40~50대 고객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연령 구분 없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신없이 바쁜 삶을 살아가면서 놓쳐버린 소중한 것들을 임종체험을 통해 발견하고자 하는 젊은층 이용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업체의 임종체험서비스 이용료는 5만원이며,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약 4시간이 소요된다.

임종체험에 이어 웰다잉의 핵심 산업으로 꼽히는 호스피스의 경우 그 필요성에 비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호스피스는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한 팀이 돼 환자에게 증상관리를 위한 의료서비스와 영적 지지, 심리상담, 경제적 문제로 인한 가족구성원들과의 갈등 중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단순 요양서비스와 구분된다. 환자에게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함으로써 편안한 임종을 맞도록 도와주는 것이 핵심.

호스피스를 제공하는 국내 의료기관은 55개, 종사자는 약 800명이다. 대부분이 민간기관이고 최근 들어 의료원 중심으로 규모가 확대되는 추세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사망원인 가운데 암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27%에 이른다. 하지만 암 사망자 대비 호스피스 이용률은 11.9%에 불과하다. '죽음'에 대한 환자 및 가족들의 부정적인 인식과 치료·진단 중심의 보험체계 등이 호스피스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장윤정 국립암센터 호스피스완화의료사업과 과장은 "보험체계를 보면 의료진이 검사를 하고 약을 처방해야 병원에 이익이 되는 식이다"며 "따라서 의료진들이 환자에게 굳이 호스피스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호스피스를 권장하는 쪽으로 보험체계를 개선하고 국가가 시설확대를 적극 지원해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웰다잉산업의 또 다른 아이템으로는 본인의 삶을 기록하는 책자형태의 '엔딩노트'가 있다. 이는 일본에서 유래됐다. 일본에선 다양한 종류의 엔딩노트가 서점 스테디셀러 코너에서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낮다.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사고가 잦은 일본의 소비자와는 달리 한국인들은 '죽음'에 대한 민감도가 낮기 때문에 해당사업이 아직 빛을 보지 못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엔딩노트 전문업체들이 출간한 엔딩노트들은 대형서점과 인터넷 서점을 통해 판매되고 있으며 주로 복지재단의 웰다잉 강사 양성프로그램 교재나 보험사의 생명보험 판촉물 등으로 납품되고 있다. 본인의 의지로 구매하는 개인 소비자는 많지 않다.

국내 대표적인 엔딩노트 제작업체인 '해피엔딩'의 경우 140여쪽 분량의 1만8000원짜리 엔딩노트 '메모리얼노트: 사랑하는 나의 가족에게'(이하 메모리얼노트)를 판매하고 있다.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버킷리스트(남은 삶에 대한 계획 목록)를 작성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으며, 장례 절차 및 비용 등에 대한 정보가 부록으로 수록된 점이 특징.

이준혁 해피엔딩 과장은 "국내 소비자들은 일본 소비자보다 죽음에 덜 민감할 뿐 아니라 죽음 자체를 입에 올리기 꺼려한다"며 "여기에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스스로 아직은 청춘이라고 믿는 70~80대 노인들이 많은데 이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무슨 엔딩노트를 쓰냐'는 인식이 강하다"고 밝혔다.


◆'죽음'에 민감한 일본에선…

이제 막 움튼 국내 웰다잉산업과 비교하면 일본은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 자연재해로 인한 대규모 사망사고 등으로 주변인의 죽음을 목격한 이들이 많은 일본의 경우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문화가 확산돼 있기 때문.

일본에서는 유언장을 작성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모델들이 현지 웰다잉산업의 근간을 이룬다. 국내엔 생소한 '유언투어'가 바로 그것. 2010년 10만엔이라는 고가에 출시된 유언투어의 경우 이용자가 2박3일 일정으로 온천여행 등을 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유언장을 쓸 수 있도록 구성된 상품이다. 일본 고쿠요의 유언장 키트는 출시된지 4개월만에 바닥이 날 정도로 대박을 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최근에는 망자와 유가족의 마음을 위로한다는 취지로 요코하마에 문을 연 '망자(亡者)를 위한 호텔'이 외신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망자의 시신을 화장하기 전 이곳에 유해를 안치하고 휴식을 취하며 호텔서비스를 받는다. 망자의 유해는 조명과 인테리어가 갖춰진 방에 안치된다. 이용료는 하루 17만원선이다.

일본에서 유래된 엔딩노트가 국내 웰다잉사업에 접목됐듯, 일본 현지에서 트렌드로 자리잡은 이러한 아이템들이 국내 소비자들을 만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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