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성장 시대, 재테크도 달라져야"

피플/ 리처드 하인버그 탈탄소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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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류승희 기자
사진 =류승희 기자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만 잘 해결하면 세계 경제는 다시 성장을 지속할 것이다."

성장 위주의 경제학자들이 내놓은 담론이다. 하지만 올해 초 <제로성장의 시대가 온다>는 책을 낸 리처드 하인버그 탈탄소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러한 성장 위주의 통념이 터무니없는 눈속임이라고 꼬집는다. 자원은 유한하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도 한계를 지녔기에 결국 경제는 더이상 성장하지 않는 '제로'상태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젊은층의 실업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환경 파괴와  기존 금융시스템이 붕괴되는 등의 신호가 이를 증명한다. 11월 초 하인버그 교수는 이러한 담론을 가득 안고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했다. 그는 "제로성장이 곧 종말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한국 사회를 보면 <제로성장의 시대가 온다>에서 말한 여러가지 상황들이 마치 제로성장의 전조증상처럼 나타나고 있다. 대형기업의 몰락, 민주주의의 약화가 일어나고 극심한 전력난에 블랙아웃(Black Out)이 실제로 일어나있는데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 한국처럼 작고 성장이 집약된 국가는 제로성장의 문제가 더욱 빨리 닥칠 수 있다. 특히 에너지 부족은 이미 당면한 문제다. 가장 먼저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당연한듯 소비되고 있는 에너지에 대해 지금과 같은 과도한 소비가 필요한지 고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불을 끄는 것과 같은 직접적인 것 외에 간접적인 통제도 필요하다. 일례로 지역생산물을 소비하는 것이다. 현지에서 생산한 제품을 소비하는 것은 원거리 제품보다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운송비 등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은 노력이 인생 전반에 걸쳐 일어날 경우 보다 많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 한국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높다. 특히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다른 나라와 무역량을 더욱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 한국경제가 무역에 기반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한국 경제와 국민에 위협적일 수 있다. 무역은 전적으로 운송에 의존하고 운송은 석유 사용을 기반으로 한다. 그 때문에 유가가 오르면 운송에 굉장한 차질을 빚게 된다. 
 
개인적으로 현지에서 생산한 것을 현지에서 소비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유가의 인상과 함께 한국 역시 점차 무역의 규모를 줄여가게 될 것이다.

- 한국은 여전히 성장 위주의 시각에 사로잡혀 있다. 지난해 치러진 선거에서 대선후보들은 그 누구도 성장의 종말에 대해서 얘기한 적이 없다.

▶ 다른 나라와 굉장히 비슷한 상황이다. 미국을 예로 들면 모든 정치가들은 항상 "이번 위기가 지나면 성장이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속으로는 제로성장에 당면할 것을 깨닫고 있고 이 문제를 간과할 수 없는 것을 알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나 젊은층의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고 에너지 가격 역시 오르고 있다. 부채의 수준도 정부와 민간 모두 위험한 지경에 처했다.

한편으로는 정치인의 입장도 이해할 만하다. 제로성장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대중 역시 변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만 받아들이기 쉬운 얘기는 아니다.

- 다른 나라는 제로성장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 부정적인 부분과 긍정적인 부분 모두가 혼재한다. 많은 나라의 정부에서 성장의 종말이 곧 사회적인 종말을 야기할까 두려워한다는 점이 부정적이다. 그 때문에 경찰력을 더 늘리는 등 각종 통제가 많아지고 있다.

긍정적인 변화는 주로 유럽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다. 경제의 규모에 집중하는 대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이다. GDP의 숫자에만 골몰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가치를 존중하고, 가족 간의 유대관계를 중시하는 등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볼때 성장이 멈추는 것은 인간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 세계경제의 성장이 멈추면 우리의 재테크 방향도 달라져야 할 것 같다. 앞으로 계속 성장할거라 보고 증권과 같은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있지 않은가. 특히 한국에서는 은퇴준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각종 투자상품이나 연금을 통해 미래를 대비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 재테크로 개인의 부를 축적하는 것은 머지않은 미래에는 실효성이 없을 거라고 내다보고 있다. 금융산업은 지난 수십년간 부채를 기반으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때문에 금융산업의 규모가 팽창하고 사회에서 미치는 영향력도 커졌다. 금융거래에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과도하게 팽창한 금융산업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신 더욱 강력한 사회 안전망을 통해 노인은 물론 가난한 자들이나 실업 청년들 같은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 제로성장에 대비해 실제로 어떻게 살고 있는가.

▶ 나와 아내는 교외의 120㎡규모의 작은 집에 살며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고 닭을 키우는 등 탄소에너지를 적게 쓰는 삶을 살고 있다. 이렇게 생활방식을 바꾸는 것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많은 노동을 필요로 하지만 자연은 많은 것을 보답한다.

물론 도시에서도 생태적인 삶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모두가 개인 텃밭을 소유하기 어렵다면 공동체 소유의 텃밭을 통해서 농작물을 기를 수 있다. 또 지역 농부와 직접 연계해 농산물을 사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 책 속에서는 제로성장이 수십년 후의 미래가 아니라 몇년 후 곧 닥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어떻게 대비하면 좋을까.

▶ 실제적이고 실용적인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 공동체 네트워크를 더욱 탄탄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공동체에서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하다. 내가 공동체를 도우면 공동체도 나를 도울 것이다. 앞으로 나 역시 이에 대해 계속 연구하고 고민해볼 문제다. 
 
☞ 리처드 하인버그 수석연구원은…
'석유 생산 정점' 분야의 세계 최고 전문가이자 환경운동가에게 영감을 주는 지식인으로 꼽힌다. 최근의 경제위기에서부터 식량과 농업, 공동체 복원, 기후변화까지 전문영역이 폭넓다. 지금까지 <블랙아웃>, <파워다운> 등 9권의 저서를 냈고 <미래에서 온 편지>, <파티는 끝났다>, <제로성장의 시대가 온다>가 국내에 소개됐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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