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의 시대, 아름답게 죽는 법도 필요하다

웰다잉을 위하여/ '아름다운 죽음 교육' 효과 있을까?

 
  • 배현정|조회수 : 15,045|입력 : 2013.11.1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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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류승희 기자

'34:09:22(Year:Months:Days)' 시계를 볼 때마다 앞으로 살아갈 시간(남은 수명)을 확인하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지만 실제 이런 수명 시계가 최근 등장했다. '티커'(Tikker)라는 잔여 수명을 표시해주는 손목시계다. 음주·흡연·운동 등 건강정보를 입력하면 시계가 남은 수명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이 시계가 소개된 소셜펀딩사이트 '킥스타터'에서는 수명시계 양산을 위한 모금이 연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예상수명을 계산하는 방식이 과학적이지 않음에도 지난 9월30일부터 시작된 모금운동에는 4000달러가 넘는 기금이 모아졌다.

근래 들어 죽음을 주제로 한 상품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을 기록하는 '버킷리스트'가 유행하는가 하면,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이라는 뜻의 '종활'(終活: 슈카츠)산업이 뜨고 있다. 취업준비처럼 죽음도 준비하는 시대라는 것.
사람들은 왜 이토록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 어두운 관 속에 들어가보니…

"엄마아빠, 제가 사춘기여서 불평과 짜증만 내서 미안해요. 진심으로 부모님께 사랑했다는 말도 못한 게 후회돼요. 다음 생에도 엄마아빠 아이로 태어나고 싶어요."

"친구들아 매일 때리고 욕해서 미안해. 내가 하늘나라 먼저 갔다고 슬퍼하지 마. 항상 행복해야 돼!"

죽음을 마주하면 지난 생에 대한 후회와 못다한 사랑의 말들이 가슴을 친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효원힐링센터에서 진행된 '임종체험'의 시간. 남녀 중학생 20여명이 자신의 영정사진을 앞에 둔 채 유언장을 작성하는 가운데 여기저기서 눈물 훔치는 소리가 배어나온다. 이어 좁은 관의 뚜껑이 닫히면 어두운 방 안에는 정적만이 10여분간 흐른다.

이날 임종체험을 한 황모(16)양은 "관 속에 있을 때 무서우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며 "이번 죽음 체험이 앞으로 어려운 일이 닥칠 때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순간이지만, 그 두려움을 미리 겪어보면서 후회 없는 삶에 대한 각오를 다시 다질 수 있다는 것.

효원상조에서 지난 3월 문을 연 이 센터는 한달 평균 1000명가량이 임종체험을 위해 방문하고 있다. 이 센터의 정용문 센터장은 "흔히 어르신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중학생부터 90대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류승희 기자
 
◆ 죽음준비, 진짜 도움이 될까

죽음준비교육이 진짜 웰다잉(well-dying)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까. 지난 2009년부터 이색 사회공헌프로그램인 죽음준비 '하늘소풍 이야기'를 진행해온 한화손해보험이 2012년 이 프로그램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죽음준비교육 후 죽음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고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늘소풍은 노인복지관에서 자서전 쓰기, 유언장 작성, 장수사진 촬영, 상속 및 유언 법률 강의, 장묘시설 견학 등을 통해 어르신들의 웰다잉을 돕는 프로그램. 교육 후 설문조사에서 노인들의 죽음불안 태도는 교육 전 평균 52.1점에서 교육 후 45.8점으로 6.3점 감소했으며, 노인생활 만족도는 교육 전 17.2점에서 교육 후 19.0점으로 1.8점 상승했다.

하늘소풍의 강의를 맡고 있는 죽음준비 전문강사인 유경씨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입시, 출산, 노후에 대한 준비는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죽음준비는 거부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며 "죽음준비는 '이제 죽을 때가 됐다'가 아니라 두려움의 대상인 죽음을 객관화된 대상으로 인식하고 마음속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여생을 더욱 보람되고 알차게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죽음준비는 죽음이 가까운 어르신 세대는 물론 청소년·어린이 세대에도 유용하다. 우리나라는 특히 잘못된 죽음(자살) 비율이 높은 국가로서 어린 시절부터 죽음 준비와 더불어 생명존중교육이 필요하다는 것. 유씨는 "어린 아이들도 애완동물부터 부모님까지 사별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에 일상의 삶 속에서 죽음을 바라보는 연습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현대인들은 왜 부쩍 죽음준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을까. 이에 대해 김진세 신경정신과 원장은 "배고픔 등 기본적인 욕구도 충족하기 어려운 시절에는 죽음을 떠올릴 여력이 없었지만,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죽음까지 고민하게 된 것은 성숙한 변화"라고 말했다. 또한 고령화시대에 접어들면서 노년층이 갖고 있는 주 관심사인 죽음이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풀이했다.

웰다잉 열풍은 보다 높은 삶의 질을 고민하는 긍정적인 시도라는 것. 그러나 죽음준비가 한때의 유행처럼 인식되는 분위기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경씨는 "죽음을 무겁고 엄숙하게 다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죽음이 이벤트로 여겨져서는 안된다"며 "죽음이 삶의 끝이 아니라 완성이라는 것을 깨닫는 교육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죽음을 준비하는 아름다운 마음 갖기
 
 1.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진정한 삶이 무엇인가 조용히 떠올려본다.
 2. 자신이 떠난 다음 가족에게 누가 안되도록 주변을 정리한다.
 3.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마무리가 안된 인간관계가 있다면 그 사람과 화해한다. 당사자를 만날 수 없다면 자신의 마음속에서라도 그 사람과 맺힌 마음을 풀고 털어낸다.
 4. 종교가 있다면 신앙생활에 더 충실하게 임한다.
 5. 유언장을 작성한 후에는 유산상속과 같은 세속적인 일에서 관심을 털어낸다.
 6. 죽음 이후의 삶이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사후를 적극적으로 준비한다.
 7. 남은 능력으로 이웃에게 베풀 수 있는 일이 있는지 생각해보고 실천한다.
 <자료 출처: 한국인의 웰다잉 가이드라인>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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