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원죄' 털고 화려한 부활 이끌까

CEO In & Out/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김진욱|조회수 : 9,467|입력 : 2013.11.1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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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1달러’. 1978년 리 아이어코카 크라이슬러 회장은 파산 직전의 회사를 살리기 위해 “연봉 1달러만 받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그는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크라이슬러를 회생시켰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또한 1998년 도산 직전 애플에 복귀하면서 ‘연봉 1달러’를 외쳤다. 드림웍스의 제프리 카젠버그, 구글의 래리 페이지, 포드의 빌 포드 등의 외국기업 CEO들도 이 행렬에 동참했다. 한국에선 1998년 김정태 주택은행장이 취임하며 '월급 1원'을 선언해 화제에 올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박삼구 회장이 돌아왔다. 지난 5일 금호산업의 등기이사로 선임된데 이어 8일 열린 이사회를 통해 금호산업 대표이사에 등재됐다. 지난 2010년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경영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 3년7개월만이다. 박 회장 역시 복귀의 변에서 ‘연봉 1원’을 거론했다.

“연봉은 1원만 받겠습니다. 경영 정상화에 실패할 경우 금호산업 지분도 모두 내놓겠습니다.”

금호타이어에 입사한 이후 47년간의 경영인생을 내건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격이다. 하지만 ‘배수의 진’을 친 박 회장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오너 경영자 책임감 믿는다” 반응 호의적

일단 채권단의 동의를 얻어 경영일선에 나선 박 회장이 경영 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회복에 무게를 두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그동안 박 회장은 채권단의 암묵적인 동의 아래 금호산업의 경영권을 행사해왔지만 등기이사는 아니었다. 경영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을 지지 않았던 것. 그러나 이번에 경영정상화를 이뤄내지 못하면 금호그룹의 경영권역에서 완전 배제되는 처지가 된다.

재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보다 금호그룹을 직접 경영해온 박 회장이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경영 정상화에 더 유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연봉 1원만 받겠다고 밝힌 점도 그만큼 책임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로 평가된다”고 해석했다.

금호산업의 주가 흐름에 ‘훈풍’이 불고 있다는 점도 박 회장의 복귀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다. 박 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된 다음날인 지난 6일 주식시장에서 금호산업은 상한가를 기록하며 전날보다 1600원 오른 1만2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대비 14.81% 상승한 것으로 지난 9월9일 이후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이후 숨고르기 양상에 들어간 국면이지만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오너 경영자가 가진 조직 장악력과 책임감 등이 작용해 금호산업이 향후 정상화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형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구체적인 경영 계획 등을 살펴봐야 하지만 그동안 금호그룹을 직접 경영해온 박 회장이 다시 경영권을 가졌다는 점에서 시장이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금호산업이 3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는데다 자본잠식률까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 역시 박 회장의 ‘재기’를 돕는 긍정적인 메시지로 보인다.

금호산업은 3분기 영업이익이 130억7600만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20.6% 늘었다. 매출액은 3520억1000만원으로 4.2% 줄었지만 당기순이익은 231억8900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678.9%나 증가했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이 보유 중인 금호산업 기업어음(CP) 약 790억원이 금호산업 주식으로 출자전환되면서 금호산업의 자본잠식률도 낮춰졌다.

채권단은 박 회장에게 금호산업 경영 정상화에 성공하면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 가운데 30%에 대해 우선 매수청구권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경영 정상화에 실패할 경우 박 회장 지분과 채권단 지분은 모두 제3자에게 매각돼 사실상 박 회장으로선 금호산업은 물론 그룹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모두 잃게 된다.

위기 자처한 장본인에 '특혜'?

‘오너 경영자’로서 책임감 있는 경영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만큼 일각에선 박 회장의 복귀를 보는 불편한 시선도 존재한다. 금호산업을 워크아웃에 빠뜨리게 한 ‘장본인’을 다시 경영 전면에 나서게 하는 것은 일종의 ‘특혜’라는 시각이다.

금호산업은 박 회장의 주도 속에 2006년 약 6조원을 들여 대우건설을 인수했지만 무리한 차입에 따른 경영난으로 2009년말 대우건설을 되팔았다. 이어 2008년에는 대한통운까지 인수하며 재계 서열 8위로 도약했지만 이 역시 재무구조를 불안하게 만들어 결국 금호그룹 계열사들은 2010년부터 구조 조정에 돌입했다.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김기식 의원(민주당)은 대주주의 실질적인 자구노력이 얼마 안되는 상황에서 채권단이 박 회장 등 오너 일가에게 유상증자를 통해 금호산업 지분 14%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하고 지배권을 돌려준 것은 특혜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채권단 측은 “박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은 경영 정상화에 실패할 경우 그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며 특혜 논란을 일축하는 입장.

금호산업 최대주주인 박 회장은 이번 이사회 결의에 따라 기존 원일우 대표이사와 함께 각자 대표이사로 금호산업을 함께 운영한다. 채권단과 박 회장은 조만간 추가 정상화 방안 등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박 회장이 해결해야할 선결 과제는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금호산업의 워크아웃 조기졸업이다. 채권단 역시 이 부분과 관련해 박 회장에게 ▲자체 자금조달 ▲2년 연속 경상이익 실현 ▲2년 연속 경영목표 달성 ▲부채비율 200% 이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사업 자력 추진 등의 '숙제'를 안겼다.

금호산업에 대한 채권단의 지분은 약 67% 수준으로, 경영이 개선돼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하면 박 회장은 금호그룹을 되찾을 수 있다. ‘연봉 1원’의 승부수를 던진 박 회장이 스스로 결자해지(結者解之)의 미덕을 보여줄 지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

CEO들 낙마 속 복귀 '독야청청'

묘한 상황이다. 최근 들어 대기업 수장들이 줄줄이 낙마하거나 건강악화로 병원신세를 면치 못하는 사이, 유독 박삼구 회장만 경영복귀를 선언하며 역행보를 보이고 있다.

재판에 회부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그리고 실적악화에 시달린 강덕수 STX그룹 회장 등이 모두 그룹의 쇄신을 내세워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가장 최근엔 오리온그룹의 담철곤 회장도 '사퇴' 행렬에 몸을 가담했다.

물론 일각에선 '친MB(이명박)' 성향의 회장들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점차 퇴각의 길을 걷는다는 평가가 나오기는 한다.

그러나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재현 회장처럼 건강악화로 병원을 수시로 입퇴원하는 처지에 내몰린 회장님들도 있다.

매서운 한파가 서서히 몰아치는 시점에서 박삼구 회장만이 '독야청청' 행보를 보이는 것이 새삼 주목받는 이유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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