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다 보고 살면' 행복할까

환경·화재 취약… 위험관리 종합 방안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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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다 보고 살면' 행복할까
지난 11월16일. 서울 도심 초고층아파트(38층)의 24∼26층에 민간 헬기가 충돌하는 사상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다. 헬기가 충돌한 지점은 지상에서 90m 정도 높이였다.

문제는 서울에서 이러한 높이를 초과하는 30층 이상의 초고층건물이 240개를 넘는다는 점이다. 특히 높이 200m가 넘는 50층 이상의 초고층건물은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 55층 279m, 강남구 타워팰리스 69층 264m, 양천구 현대하이페리온 69층 256m, 영등포구 63빌딩 60층 249m 등 18개나 된다.

2015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송파구 잠실의 '롯데슈퍼타워'는 125층 건물로 높이가 555m에 달한다. 인근에 성남비행장이 있어 안전상의 이유로 공군이 반대했지만 롯데그룹은 성남비행장 활주로의 각도를 약간 틀기로 하고 지난해 건축 허가를 받았다. 부산에도 해운대와 남포동 일대에 100층 이상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며 부산 시내에 이미 우뚝 서있는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은 25개나 된다.

초고층빌딩의 시초는 뉴욕의 102층(381m)짜리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세계 각 도시는 랜드마크로서 초고층건물을 건설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따라서 고층건물의 안전공법기술도 그만큼 발달했다. 초고층건물의 건축을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타워팰리스의 50층에 사는 주민도 건물에 스프링쿨러와 같은 방재시설이 잘 돼 있는 데다 매일 점검하고 있어 그다지 불안해하지 않는다. 화재 때 대피요령과 피난통로 안내 등도 엘리베이터에 부착된 액정 TV를 통해 자주 볼 수 있다

또 아파트 문화가 발달한 한국에서는 초고층일수록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좋기 때문에 아파트에서도 점점 초고층이 늘고 있다. 초고층일수록 조망권을 이유로 가격이 높게 형성돼 초고층아파트는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번에 헬기가 충돌한 아이파크 역시 고급브랜드 아파트로서 연예인 중 손창민, 전지현, 이미연, 권상우-손태영 부부 등 스타급 연예인들이 살고 있거나 살았던 적이 있다. 아이파크는 현재 30억원을 전후로 거래되며, 부산에서도 해운대의 초고층아파트가 최고의 분양가를 기록했다.
 헬기 충돌사고로 건물 외벽이 파손된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앞으로 헬기장이 보인다. 서울에는 이번 사고 아파트보다 높은 5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이 18곳이나 돼 또다른 헬기 도심 운항 사고가 우려된다. / 사진=뉴스1 손형주 기자
헬기 충돌사고로 건물 외벽이 파손된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앞으로 헬기장이 보인다. 서울에는 이번 사고 아파트보다 높은 5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이 18곳이나 돼 또다른 헬기 도심 운항 사고가 우려된다. / 사진=뉴스1 손형주 기자

◆환경문제 취약…스스로 건강관리 신경써야

다만 초고층의 경우 화재·지진·비행기 충돌을 비롯해 각종 위험요소가 저층에 비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환경문제도 거론된다. 초고층아파트를 다룬 KBS <환경스페셜>(2008년 4월23일 방영)은 초고층아파트 거주 시 당뇨병·뇌졸중 등 성인병과 폐쇄적인 생활로 인한 우울증, 자폐증 등의 유발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높은 층으로 갈수록 벤젠, 톨루엔, 포름알데히드 등 발암물질이 많이 쌓이는 것을 밝혀낸 국립환경과학원의 연구결과와 일본 초고층아파트에 사는 임신부의 유산·사산 등의 이상분만비율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소개했다.

이처럼 초고층에 주거할 경우 신체건강에 취약점이 생길 수 있음을 고려해 건강관리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 집안 환기를 잘 하고, 아래로 내려오기 귀찮더라도 집안에 머물지 말고 바깥 공기를 직접 쐬며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케이스 메디컬센터(Case Medical Center) 대학병원 연구팀은 미국 각 지역의 20년간 사망률 자료를 분석한 결과 높은 곳에 사는 사람들의 자살률이 상당히 높은 것을 확인했다. 따라서 정신건강을 위한 노력에도 더욱 신경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헬기사고나 이전의 몇몇 고층빌딩 화재에서 볼 수 있듯이 건물 자체의 안전설비가 잘 갖춰져 있고 평소 관리가 잘 이뤄지더라도 이와는 무관한 외부적인 요인에 의한 사고나 사람의 잘못에 의한 사고(人災)는 예기치 않게 발생할 수 있다.

더욱이 최근 들어 기상이변이 점점 잦아지고 있다. 현재 도심 초고층건물의 항공안전대책은 경광등 설치가 전부다. 따라서 조종사들은 기상상태가 좋지 않을 때에는 초고층빌딩에 설치된 경광등만 보고 비행해야 하는 애로사항을 토로하기도 한다. 항공사고 시 항공유가 외부로 배출되면서 일어나는 화재도 위험을 확대시키는 요소다.

민간의 헬기 사용이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고층건물이 많은 대도시에서의 항공기 운항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설정되고 항공기 출연을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기를 기대한다.

사고 발생 당시 삼성동과 가장 가까운 서울공항의 가시거리는 800m였으며, 사고가 난 아파트의 주민들은 10층 이상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짙었다고 전했다.

현행 항공법 시행규칙을 보면 인구 밀집지역에서는 비행하지 않도록 명시돼 있고 헬기는 정상적인 비행경로인 한강변을 따라 운항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한강 폭은 1km를 약간 넘고 한강변을 따라서는 고층아파트가 늘어서 있다.

조종사들은 비행시야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구름 밑으로 비행하려 하기 때문에 약간의 경로 이탈로도 고층아파트와 충돌할 우려가 있다면 해당 문제에 대한 검토 및 대책이 철저히 이뤄져야할 것이다.
지난 11월17일 오후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에서 관계자들이 지난 16일 헬기 충돌사고로 파손된 외벽
지난 11월17일 오후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에서 관계자들이 지난 16일 헬기 충돌사고로 파손된 외벽

◆고층아파트 위험관리 방안 시급

화재 시 인명손실은 고층일수록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인명손실은 보통 30분 안에 일어난다.
 
하지만 초고층건물에서 화재가 나면 고가 사다리차를 이용해 외부에서 화재를 진압하기 어렵기 때문에 화재경보기와 스프링쿨러 등 자체 방재시설이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부는 특히 고층건물이 화재위험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16층 이상 고층빌딩을 ' 특수건물'로 지정해 정기적인 화재안전점검과 보험가입을 의무화하는 등 특별관리를 하고 있다.

한국화재보험협회에서 발표한 2007~2011년 특수건물 화재조사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동안 아파트 특수건물에서 발생한 인명피해 발생건수는 전체 특수건물 인명피해 발생 화재건수의 52.2%였고, 사망사고는 70.6%에 달했다.

특히 아파트 화재는 대부분이 고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고층화재는 거주자의 피난과 소화활동에 매우 어려움을 주고, 이로 인해 대형화재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김종원 <고층아파트 위험관리 방안 연구>(J. Korean Society of Disaster Information), 2013년, 9(2), pp 178-187).

이 논문에 따르면 건축법·소방법 등 관계법령에서 요구하는 기본적 방재기준만으로는 고층아파트의 화재위험에 대한 최선의 위험관리를 완성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망라하는 종합적인 '고층아파트 위험관리방안'이 필요하다.

화재보험 요율체계는 그동안의 화재발생 통계와 잠재적인 화재위험도를 반영해 결정하는데, 초고층일수록 할증요율이 급격히 높아진다. 이를 통해서도 초고층건물의 화재에 대한 대비가 매우 철저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아파트 화재 시 병원에 실려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불이 난 층보다 높은 층의 주민들인데, 이는 연기가 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제연설비는 화재가 났을 때 연기로부터 질식을 막아주는 설비다. 센서가 연기를 감지하면 복도에 있는 제연설비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와 문이 열려도 집 안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한 연기가 복도로 나오지 못한다. 이러한 제연설비를 2007년 7월부터는 새로운 법에 의해 10층 이상 아파트의 모든 층에 갖추도록 했다.

그러나 서울에서 2007년부터 4년간 지어진 아파트 중 제연설비 설치대상 아파트임에도 90%가량이 제연설비 없이 준공된 사실이 2011년 국정감사에서 지적된바 있다. 새로운 제도와 법이 제정된 후에는 철저한 관리감독이 수반돼야 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인명피해가 수반되는 사고에 대한 위험대비는 아무리 철저해도 지나침이 없다. 3중, 4중, 다각도로 이뤄져야 한다. 위험에 대비하는 것을 비용이 지출되는 것으로만 보면 안된다. 선진국일수록 안전이 중요한 산업분야로 간주된다. 안전유지를 위한 기술개발, 설비의 생산 및 보급 확대, 인력 충원 등도 내수경제에 보탬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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