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도 손해인 '아파트 소송'

[기획연재] 아파트에서 살아남기 ②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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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선분양제도 아래 입주 전 허위·과장광고가 판을 치고, 모델하우스 안에는 ‘꾼’들이 득실댄다. 업체는 오로지 ‘완판’만 생각할 뿐, 소비자를 위한 진정한 서비스는 찾아보기 어렵다. 입주 후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소송이 진행되는가 하면 알지도 못하는 곳으로 관리비가 새어 나가기도 한다. 대한민국 아파트라는 정글,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해답을 찾고자 <머니위크>가 긴급진단에 나섰다.
이겨도 손해인 '아파트 소송'
# 영종 하늘도시에서 H아파트를 분양 받은 이진원(가명)씨. 제3연륙교 건설을 비롯한 각종 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지난해 건설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최근 법원으로부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입주자들이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를 해 현재 2심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까지 가면 최소 2년은 더 걸리기 때문이다. 이 경우 그동안 쌓인 대출이자로 인해 승소한다 해도 오히려 1심 배상액보다 더 큰 돈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신용등급이 8등급까지 떨어진 이씨는 “요즘 사는 꼴이 말이 아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이씨처럼 아파트 소송으로 인해 골머리를 썩고 있는 입주민들이 늘고 있다. 승소는 고사하고 소송기간 동안 연체된 잔금이자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면서 신용불량자로 내몰리거나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소송 중에는 입주 잔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변호사의 달콤한 말만 믿다가 낭패를 본 것이다.

◆소송 후 연체이자만 집값의 절반

아파트와 관련한 분쟁이 발생할 때,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이 바로 ‘소송’이다. 입주자들은 두가지 착각을 쉽게 하곤 한다. 첫째 소송을 너무 쉽게 여기는 것이고, 둘째는 법이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착각을 교묘하게 파고드는 이들이 바로 아파트 기획소송 전문 로펌(변호사)이나 브로커, '입주자 엑스'(아파트에서 살아남기 ①편 참조)들이다.

집값이 떨어지거나 하자가 생기는 등 분쟁거리가 생기면 이 싸움을 주도하는 입주자 대표에게 변호사 사무실에서 줄기차게 연락이 온다. 아파트 관련 분쟁에 대해 많은 노하우가 있으니 전문가인 자기들에게 믿고 맡겨달라는 것이다. 입주자 스스로 뭉쳐서 업체와 싸우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보니 여기에 넘어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최근에는 입주 전에 분쟁이 일어나서 입주예정자들이 중도금과 잔금을 거부 중인 아파트 단지들을 중심으로 채무부존재소송에 들어가는 것이 일종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입주예정자 대표에게 접근하는 변호사들 중에는 채무부존재소송을 거는 것만이 정답인 것처럼 말하는 이들도 많다. 채무부존재소송이란 말 그대로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법이 결론 내려달라는 소송이다.

이들 변호사나 로펌이 아파트 소송에 목을 매는 까닭은 바로 막대한 성공보수 때문이다. 이들의 성공보수는 배상금이 분양대금의 15~20%일 경우 분양대금의 7%, 10~15%는 6%, 10% 이하는 5%다. 2차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이들이 챙기는 수당은 많게는 100억원을 웃도는 경우도 왕왕 존재한다.

반대로 입주자는 대법원까지 가서 패소가 확정되면 소송 기간 동안의 이자가 눈사태처럼 개인을 덮치게 된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이자 부담에서 해방되지만 재판이 끝난 뒤에는 그동안의 이자가 정상 이자가 아닌 연체 이자로 계산되기 때문에 그 부담금은 더욱 불어날 수밖에 없다.

연체이자는 보통 연 14%에서 16% 수준. 2억원의 잔금이 남아 있는 경우 매년 3000만원 정도의 이자를 내야 하는 셈인데, 3년 동안 법정 공방을 벌이다 보면 이자가 집값의 절반을 넘게 되는 일도 허다하다. 물론 중도금과 잔금도 고스란히 내야 하며, 패소를 하게 되면 별도로 상대방이 쓴 소송비용까지 입주자 측에서 물어줘야 한다.

A법무법인 관계자는 “소송을 하더라도 잔금이자를 고려해서 분양대금을 적기에 납부하고 소송하는 것이 좋다”며 “담당 변호사의 아파트 소송 경력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자보수, 소송보단 업체 조이기가 먼저

채무부존재소송 외에도 아파트 관련 소송은 생각보다 많다. 소송을 주장하고 선호하는 일반 입주자들도 역시 많다. D대형건설사 관계자가 “요즘은 어느 아파트나 일단 소송에 들어가고 보는 게 당연시 되고 있다”고 혀를 둘러 말한 것이 괜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겪게 되는 아파트 소송은 관련 폐해가 적지 않다.

우선 계약무효소송. 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소송이다. 승소 시 계약이 무효가 되며 계약금까지 돌려받는다. 하지만 이 소송으로 승소한 사례는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을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가 무너질 지경이라든가, 심각한 위해시설이 사전 안내 없이 옆에 들어서는 등 정말 심각한 상황이 아니고선 거의 패소한다고 보면 된다”고 경고했다.

다음으로는 많은 단지들이 가장 쉽게 접근하는 아파트 소송인 손해배상소송이 있다. 손해배상소송은 허위·과대광고나 부작위에 의한 기망(반드시 알려줘야 할 사항을 일부러 알려주지 않음)의 사유로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와 미시공·오시공·변경시공과 같은 준공 전 하자에 대해 소송을 진행하는 두가지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는 승소확률이 매우 높은 소송이다. 입주자는 손해의 정도를 합리적으로 증명해내면 되므로 배상 금액의 크고 작음만이 관건이 된다. 뜻있는 입주민들이 나서준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소송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반대로 하자보수소송은 입주자들이 얻는 결과물이 가장 적은 동시에 업체 측에선 내심 환영할 만한 소송이다. 하자 발견 시 보수 처리가 빨리 되면 좋겠지만 일반적으로 건설사는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매우 더디게 처리한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관계법령엔 건축비의 3%에 해당하는 하자보증금을 건설공제조합이나 보증보험에 예치하게 돼있다.

하지만 하자를 증명하기가 까다롭고 하자를 증명하더라도 이 예치금액의 거의 전부를 찾아오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이런 점을 감추고 각종 용역업체와 소송 브로커들이 소송을 부추기는 경우가 많다. 소송 승소 사례를 늘어놓으며 예치금을 거의 다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설명한다. 이것이 소위 기획소송이라 불리는 소송이다. 예치금액의 20~30% 수준에서 승소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며, 이마저도 변호사 수임료와 각종 용역비용을 빼고 나면 시간과 에너지만 소비할 뿐 남는 것은 별로 없는 경우가 많다.

분양 승인 시점의 착공 도면과 중공 된 후의 사업승인 도면을 비교해서 차이가 있다면 그 차이만큼의 손해를 청구하는 분양가정산소송도 있다. 이 역시 소송 전문 브로커들이 매우 활발히 활동하는 분야다. 하자보수소송과 마찬가지로 입주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매우 적다.

<아파트에서 살아남기> 저자 김효한씨는 “다양한 아파트 소송에 대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입주자들에게 먼저 접근하는 변호사와 ‘소송만이 답이다’라고 외치는 강경파를 경계하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특히 하자 발견 시 소송을 너무 쉽게 가곤 하는데 그보다 좋은 방법은 돈을 받는 것이 아닌 건설사로부터 직접 보수를 받는 것”이라면서 “입주자와 건설사 모두 귀찮은 일이지만 목돈에 눈이 멀어 막심한 손해를 입는 일보단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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