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도박, 양지로 끌어내야"

은밀하게 거대하게 핀 사행산업/ [전문가 제언]이희찬 세종대 관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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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은 개인의 탓도 있지만 사행산업을 주도하는 국가의 책임도 적지 않다. 국무총리실 산하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에 따르면 도박 중독은 삶의 질을 크게 추락시킬 뿐 아니라 생산성 저하, 도박비용, 부채로 인한 이자비용, 범죄, 법집행, 건강의료, 복지, 재활 등에 무려 78조원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경마, 경륜, 경정, 카지노(강원랜드), 복권, 스포츠토토 등 국가의 합법적인 관리 하에 있는 사행산업은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다지만 문제는 이 범위 밖의 불법도박이다. 사감위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사행산업 시장규모는 19조5443억원인 반면 온라인 도박 등 불법도박의 규모는 40조원을 가뿐히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불법 도박은 적발과 단속이 쉽지 않아 중독자를 끊임없이 양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온라인도박, 양지로 끌어내야"
사진=머니위크 류승희 기자

이희찬 세종대 관광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는 여러가지 정책과 대안으로 불법도박을 적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감시 비용만 증가할 뿐 효과적인 근절을 이루지 못했다"며 "음지의 불법 도박을 합법화하는 것이 불법 도박 규제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도박의 합법화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지금처럼 관련 정책이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를 만나 건전한 도박문화 정착을 위한 방안을 들어봤다.

- 현재 불법도박을 막기 위한 정책이 적절하다고 보나.

▶우리나라의 경우 사행산업 외 도박을 금지하고 있지만 도박 중독률은 세계 2~3위를 다툴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매출액 차이는 도박을 합법화한 국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의 도박금지법이 실효가 없다는 방증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불거진 문제가 불법 온라인도박이다. 정부는 불법 온라인도박에 대해 모니터링 요원을 늘려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단속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온라인 불법도박 사이트만 해도 1600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이 중에는 한사람이 여러개의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단속에 걸리면 폐쇄시키고 다른 사이트를 가동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단속자와 범법자가 끝나지 않는 꼬리잡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특히 서버를 대만이나 필리핀 등지의 해외에 구축해 적발되더라도 서버 소재 국가와의 관할권 문제로 도박 개장죄에 대한 처벌이 불가능한 점을 노리고 있다. 무엇보다 온라인도박은 익명성이 보장된 데다 스마트폰, IPTV, 인터넷 등을 이용해 수시로 서버에 접속이 가능해 접근자체를 막기 어렵다. 금융거래도 갈수록 정교해져 대포통장, 대포폰을 이용하는 등 적발이 쉽지 않다.
 
- 그렇다면 대안은?

▶불법도박을 적발하는 데 진전이 없고 예산만 낭비되는 만큼 도박을 합법적인 규제 아래 두는 것이 더 옳은 방법이라고 본다. 선진국처럼 정부가 민간에 온라인도박시설 설치·운영을 허용하고, 이를 적절히 관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온라인도박을 합법화해 민간사업자에게 이관하면 음지에서 자행되고 있는 거액의 판돈, 무분별한 횟수 등을 정부가 규제할 수 있다. 불법도박이 양산하는 중독을 일정부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민영화한 운영사는 자신들의 면허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규제를 준수하려 노력할 것이다. 이들은 불법으로 운영할 때 묵인돼온 청소년의 도박을 단속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감소시키는 불법 온라인도박사이트 적발과 폐쇄에도 누구보다 적극적일 수 있다.

정부로서는 비효율적인 도박 완전금지를 위해 소요되던 막대한 비용을 크게 줄이고 합법업자들끼리의 자정작용을 통해 불법도박 시장축소라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그동안 거둬들일 수 없었던 지하경제 역시 양성화함으로써 세수를 더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는 최근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고 여러 학자들이 내놓은 방안이기도 하다.

"온라인도박, 양지로 끌어내야"
 
- 도박을 양지로 끌어들이면 더 많은 사람이 노출되는 만큼 중독자도 증가하지 않을까 우려되는데.

▶아직까지는 청소년 교육 등을 통해 제한적으로 도박 중독에 대한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일반인에게는 업장에 경고문구를 써놓는 것이 중독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겠다. 물론 민간에 오픈하는 만큼 정책적으로도 보다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듯 운영사들이 운영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규제 준수를 위해 노력하는 등 여러가지 방안을 갖춰 중독에 대한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분명한 것은 불법도박사이트를 막고 규제를 하더라도 인간의 사행심리는 쉽게 제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풍선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불룩해지듯 도박에도 풍선효과가 있어 어느 한쪽을 막으면 다른 쪽으로 문제가 불거지기 마련이다.

- 도박을 합법화한 다른 나라는 어떤가.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현재 도박을 합법화했고 불법도박 억제와 세수 확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이다. 영국은 온라인도박을 허용해 2010년 기준 84개의 사이트를 정부의 규제 하에 운영하고 있다. 영국의 도박법은 온라인의 경우 모든 면허가 국가 수준에서 통제되며 면허를 받은 운영자는 기업의 형태로 영국 내에 위치해야 한다.

프랑스는 '통제된 자유시장'이라는 개념 하에 온라인도박을 허용했다. 2010년 4월 온라인도박 자유화와 규제에 관한 최종 법안이 통과됐는데 해외 운영사들 역시 프랑스의 규제를 받을 정도로 엄격한 통제와 감독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자국민의 도박수요를 정당화할 수 있도록 법제화한 것으로 현재까지 50여개의 운영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도박에 관한 법은 우리만큼이나 매우 엄격한 편이다. 하지만 2020년 도쿄올림픽을 위한 기반시설 조성 목적으로도 카지노의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카지노산업 유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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