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우려 굴복시킨 '슈퍼타워 야심'

[CEO In & Out]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제2롯데월드’ 애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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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2)은 올해도 어김없이 고향인 울산시 울주군 둔기리 호숫가에서 사재를 들여 잔치를 벌였다. 모임 이름은 고향에서 따 온 ‘둔기회’다. 매년 5월 고향사람들을 불러 모아 전통놀이를 즐기고 담소를 나눈 지 벌써 43년이나 됐다. 그만큼 고향에 대한 그의 애착은 깊다.

신 회장에게는 고향 못지않은 애틋한 대상이 또 하나 있다. 첨성대 모양을 형상화한 국내 최고층 ‘마천루’를 짓는 사업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언제까지나 고궁만을 보여줄 순 없다”는 그의 숙원사업은 잠실에서 펼쳐졌다. 지금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높이 555m, 123층 규모의 ‘제2롯데월드’가 바로 그것. 이 슈퍼타워는 신 회장이 직접 “내 마지막 꿈”이라고 말할 정도로 애착이 강한 사업이다.

안전우려 굴복시킨 '슈퍼타워 야심'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그는 제2롯데월드 건설 공사가 험로에 들어설 때마다 생채기를 참아가며 발길을 내디뎠다. 완공된 제2롯데월드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겠다는 굳은 심지가 확연히 드러난다. 하지만 지난달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헬기 충돌사고로 인한 불똥이 롯데슈퍼타워로 튀면서 심상찮은 기류가 생겨나고 있다. 성남 서울공항과의 거리가 겨우 6㎞ 정도라 항공기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다시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항공기 안전사고 우려는 그의 숙원사업을 줄곧 가로막아온 장애물이다. 우여곡절 끝에 정부로부터 건설 허가를 받아냈지만 이번 헬기 충돌 사고에서 튄 불똥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신 회장이 제2롯데월드 완공이라는 마지막 꿈을 성취할지도 가물가물해졌다. 하지만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 눈치다. 국민들의 안전이 담보로 걸려 있음에도 자신의 꿈을 향한 의지를 굽히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신 회장의 애정과 욕심으로 가득한 제2롯데월드가 국민들에게 초미의 관심사로 여겨지는 이유다.

◆꺼지지 않는 ‘슈퍼타워’ 드림

신 회장의 야심작인 제2롯데월드 프로젝트의 시작은 2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7년 시유지였던 잠실 부지 8만7770㎡를 매입하면서다. 강남 한복판에 있는 잠실 땅을 그대로 둘 수 없었던 그는 1995년 초고층 사업 의지를 확고하게 다졌다.

당시 신 회장은 402m 높이인 100층 빌딩 설계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비행안전구역 내 부지는 해발 137m, 인접대지는 해발 164.5m까지만 건축이 허가됐기 때문에 건축 계획이 무기한 중단됐다.

3년 뒤 그는 143m 높이의 최고 36층 빌딩의 줄어든 규모로 건축 허가를 받았다. 그룹 내부에서도 확실한 수익성 보장이 어렵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신 회장은 귀를 닫고 제2롯데월드의 기반을 다지는데 몰두했다.

신 회장은 결국 2004년 미국연방항공청으로부터 받은 기술 자문을 바탕으로 한 555m 높이의 지하 5층, 지상 112층 빌딩 변경안을 다시 냈다. 결과는 역시 ‘건축 불허’였다. 당시 공군과 마찰을 빚은 가운데 나온 절충안은 최고 높이 203m에 40층이었다.

그는 인생의 마지막 야심 프로젝트에서 결코 손을 떼지 않았다. 심지어는 편법 위장이라는 꼼수까지 사용했다. 서울시에 112층 사업계획을 40층으로 변경하는 계획안을 제출했는데 사실 규모는 같고 층수만 바꾼 구조였다. 당시 심의위원들이 혀를 찼을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험난한 길을 걸어 온 신 회장의 슈퍼타워 꿈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의외로 쉽게 풀렸다. 2009년 이명박 정부는 투자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명목으로 긍정적인 검토를 하며 제2롯데월드 사업에 힘을 실었다. 롯데는 급기야 112층에서 123층으로 더 높이는 쪽으로 계획을 변경하며 물 만난 고기처럼 건축공사에 속도를 냈다.

물론 승인 당시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서울공항의 항로가 제2롯데월드와 맞닿아 있어서다. 이대로라면 항공기와 건물이 충돌한 ‘제2의 9.11 사태’가 잠실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결국 서울공항 동편활주로의 각도를 시계방향으로 3도 꺾는 대신 롯데그룹이 공사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형태로 합의가 이뤄졌다. 비행기 이착륙 시 제2롯데월드 접근 여부를 탐지해 경고하는 정밀 감시장비 설치비용도 롯데 측이 부담하기로 했다.


안전우려 굴복시킨 '슈퍼타워 야심'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센터에서 바라본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 / 사진=뉴스1 손형주 기자

◆헬기 충돌사고로 안정성 ‘재조명’

꺼진 줄 알았던 불이 다시 살아났다. 지난 11월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헬기 충돌 사고로 제2롯데월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LG 소속 헬기에는 2명의 베테랑 조종사가 타고 있었음에도 아파트와 정면충돌했고 이들의 목숨까지 앗아갔다. 정확한 충돌 이유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제2롯데월드 인근에서 발생한 이 사고로 '신 회장의 꿈'에 대한 비난이 다시 빗발치고 있다. 서울공항에는 현재 공군의 정찰기, 수송기 등만 배치돼 있지만 유사시 전투기가 이착륙한다. 이처럼 헬기가 아닌 전투기라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신 회장의 슈퍼타워 꿈을 가로막는 지적은 여기서 나오고 있다. 결국 공항 근처에 슈퍼타워를 짓는다는 것 자체가 신 회장의 욕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 회장의 꿈을 가로막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월에는 핵심기둥 11곳에서 균열이 발견돼 안정성 논란을 불러왔다. 당시 감리업체는 “핵심기둥 철골 용접 부위 콘크리트 균열이 심각하다”는 의견을 냈다. 서울시는 대한건축학회, 한국시설안전공단 등과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했고,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면서 신 회장은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결국 사고는 터지고 말았다. 균열 문제는 아니지만 인명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정성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6월 공사현장에서 거푸집 발판이 떨어져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친 사고는 숙원사업에 매달린 신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시공을 맡고 있는 롯데물산이 ‘세계 최초’ 건설 장비라고 홍보했던 바로 그 ‘무교체 자동상승거푸집’ 발판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제2롯데월드의 안정성에 대한 논란에 불이 붙으며 신 회장의 슈퍼타워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 같은 상황들이 겹치면서 신 회장의 꿈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의원은 제2롯데월드와 항공기 충돌 가능성을 지적한 뒤 공사를 중단하고 층수 조정과 안전성 검사를 다시 받을 것을 제안했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도 제2롯데월드에 대해 “안보를 기업에 판 것”이라고 정의하고 국가 안보를 생각해서 제2롯데월드를 지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롯데 측은 “제2롯데월드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으로 설정된 비행안전구역 밖에 건설되고 있다”며 “국내외 항공 전문가와 기관 등를 통해 여러 차례 검증을 거쳐 안전하다는 의견을 받아내 건축도 허가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프로필

▲1922년 10월4일 울산 출생 ▲와세다대학교 화학공학 학사 ▲1948년 일본 롯데그룹 회장 ▲1966년 한국 롯데그룹 회장 ▲1998년 호텔롯데 대표이사 회장, 롯데쇼핑 대표이사 회장 ▲2011년 롯데그룹 총괄회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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