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 '호갱님' 되지 않으려면…

[기획연재]아파트에서 살아남기 ④분양광고/모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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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선분양제도 아래 입주 전 허위·과장광고가 판을 치고, 모델하우스 안에는 ‘꾼’들이 득실댄다. 업체는 오로지 ‘완판’만 생각할 뿐, 소비자를 위한 진정한 서비스는 찾아보기 어렵다. 입주 후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소송이 진행되는가 하면 알지도 못하는 곳으로 관리비가 새어 나가기도 한다. 대한민국 아파트라는 정글,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해답을 찾고자 <머니위크>가 긴급진단에 나섰다.
TV광고에선 유명 여자연예인이 우아한 표정을 지으며 “저 OO아파트에 살아요”라고 말을 하고, 홈쇼핑에 미분양 아파트가 등장하는가하면, 최근에는 ‘김미영 팀장’ 식의 휴대폰 스팸문자광고까지 판을 친다. 바야흐로 아파트 광고 홍수시대다.

아파트 분양광고는 날이 갈수록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적절한 비유를 통해 아파트를 부각시키는 정도를 넘어, 없는 시설을 마치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있는 내용을 몇배로 부풀리는 과장은 기본이다.

분양광고의 현실판이라 할 수 있는 모델하우스 역시 마찬가지다. 인터넷 쇼핑몰 속 멋진 모델과 같은 이 모델하우스 속에 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이른바 ‘호갱님’(호구+고객님)이 돼버린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큰 돈을 주고 사는 물건일 수 있는 아파트. 아무 생각 없이 ‘어머’ 하다간 3년 뒤 ‘아차’ 하기 십상이다.

아파트 분양 '호갱님' 되지 않으려면…

◆실제 분양정보? 누구도 알려주지 않아

건설경기가 좋지 않은 탓에 요즘에는 아파트 광고에서 특급 여배우의 모습이 뜸해지긴 했지만, 십여년 전부터 건설사들은 ‘이미지 광고’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이미지 광고를 계속해서 보다 보면 소비자의 머릿속에는 어느 샌가 브랜드의 이미지가 자리 잡는다. 길을 지나다 브랜드 아파트를 보는 순간, 광고에서 보았던 고급스럽고 쾌적한 이미지를 절로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S건설에서 오래 전에 지은 아파트 주민들이 ‘우리 아파트도 새 브랜드를 쓰게 해달라’고 소송을 벌이는 일도 생겨났다.

아파트 이미지 광고에 세뇌된 소비자 마음 속에는 한가지 큰 착각이 생기게 된다. 브랜드가 같은 아파트는 모두 광고 속 이미지와 같은 것이라는 착각이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같은 브랜드라 하더라도 강남에 있는 것과 서울 외곽에 있는 것은 천지차이가 날 수 있다. 아파트의 입지 조건이 다르고 평형이 다르다. 주변 환경이나 생활수준도 다르다. 무엇보다 분양가격이 다르다.

지역만 다를 뿐 아니라 시행사도 다르다. 건설사는 외주납품업체일 뿐이다. 만약 어떤 시행사가 아파트를 계획할 때 시공사에 평당 건설비 200만원짜리로 주문하면 그 가격에 맞춰 지어준다. 다른 시행사가 같은 건설사에 300만원짜리로 주문하면 또 그 가격에 맞춰 짓는다. 이 두 아파트가 똑같은 브랜드라는 이유로 품질까지 같을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다.

이미지 광고가 사람들에게 브랜드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는 과정인 ‘밭갈이’라고 하면, 분양광고는 본격적으로 ‘씨를 뿌리는’ 단계라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이 씨가 어떤 작물로 어떻게 자라날 지에 대해선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분양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는 바로 ‘예정’이다. 다시 말해 지금은 없는데 앞으로는 생길 것이라는 얘기다. 분양되는 시점에서는 이게 정말인지 아닌지, 조성된다고 해도 광고에서 자랑하는 것만큼 규모가 크거나 시설이 좋은지 알 수가 없다.

문제는 현재와 같이 소비자에게 불리한 선분양제도 속에서는 완벽한 검증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분양광고가 나오는 시점과 실제 아파트를 볼 수 있는 시점 사이에는 적어도 3년이라는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문제는 올바른 판단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참고할 만한 곳도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언론·포털·정보업체 등의 기사나 자료를 통해 분양정보를 얻고 신뢰하고 있지만, 이곳들에서 나오는 정보는 수요자를 바보로 만드는 주원인이기도 하다.

언론사의 분양기사라 할지라도 실제로는 기자가 직접 눈으로 보지도 않고 홍보대행사가 건네준 자료에만 의존해 작성한 경우가 허다한 데다, ‘기사형 광고’인 경우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런 광고기사의 특징은 분양지에 대한 단점은 없고, 앞으로 개발될 호재만 다룬다는 점이다.

장재현 부동산뱅크 팀장은 “계약 전에는 반드시 분양현장을 발로 뛰어봐야 한다”며 “철길이 단지 바로 옆을 지나는지, 대규모 하수처리장이 들어설 예정인지 등은 어디서도 알려주지 않고 전문가들도 모른다. 오로지 본인만이 직접 현장에 가야만 확인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모델하우스는 내 집이 아니다

모델하우스를 운영하는 대행사도 어떻게든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별별 방법을 다 동원한다. 라면, 마스크팩, 키친타올 등 주부들이 좋아할 만한 상품들로 유혹한다. 심지어는 네일아트 서비스까지 해주는 곳도 있다. 손을 내밀고 기다리는 동안 직원들이 열심히 붙어서 영업을 한다.

모델하우스 안을 한참 둘러보고 있자면 소비자들은 어느새 인테리어의 마법에 최면이 걸린다. 은은한 조명 아래에 깔린 하얀 양탄자와 온 몸을 파묻고 책에 푹 빠질 수 있을 것 같은 가죽 리클라이닝 체어, 고급 벽지에 창틀, 침대, TV, 냉장고 등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인다.

하지만 ‘이 집이 앞으로 내가 살 집이 되는구나’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서는 순간 대행사의 농간에 넘어간 것이 된다. 모델하우스에 들어선 고급 인테리어들은 다 합쳐봐야 몇천만원 수준의 물건들이다. 실제로 우리가 수억원의 큰돈을 주고 살 물건은 철근과 콘크리트로 만든 텅텅 빈 ‘돌덩이’다. 여기에 홀려 집을 구매하는 일은 맞선으로 말하자면 사람 자체는 보지 못하고 그 사람이 입은 옷만 보고 배우자를 고르는 꼴이다.

게다가 모델하우스는 짓고 꾸미는 비용까지 모두 분양가에 책정되기 때문에 대행사 입장에서는 전혀 아낄 이유가 없다. 자칫 착각하는 순간 실제 집이 아닌 모델하우스의 환상을 사게 될 수 있기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입주를 앞에 두고 내 앞에 놓인 현실은 꿈같은 모델하우스가 아니라, 덩그런 시멘트 구조물의 빈 공간뿐이라는 사실을 알 때는 이미 늦었다.

그렇기에 모델하우스에서는 착한손님이 되기보다는 진상손님이 돼야 함이 옳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미리 살펴본 분양광고와 딱 들어맞는 모델하우스에 ‘역시나’ 하면서 입을 벌리고 직원들의 설명만 얌전히 듣다간 실제 확인해야 할 중요사항들을 잊고 넘어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눈앞에 보이는 인테리어를 지우고 자신의 가구가 들어갈 공간이 맞는지, 구조는 실생활에 정말로 유익한지 등을 몸소 체험해봐야 한다.

<아파트에서 살아남기> 저자 김효한 대표는 “모델하우스는 선분양제도가 낳은 기형아”라고 비유하면서 “완제품을 보지도 않고 주택 가격의 대부분을 완공 이전에 납부해야 하는 ‘모험에 가까운’ 거래를 하면서 분양광고나 모델하우스만을 맹목적으로 믿어선 큰일”이라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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