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 건배사' 사라진 은행가

은행장들 대부분 조용한 행보… 긴축경영에 은행원들도 불안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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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장들이 조용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저금리 기조로 인한 수익성 저하와 불법대출 혐의, 개인대출정보 유출 등 올 들어 잇단 악재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또 일부 은행은 정치인 계좌 불법조회 등으로 곤혹을 치루기도 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은행장들은 연말이 다가왔지만 공식적인 행사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연말을 즐기기보다는 자숙에 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송년회 건배사' 사라진 은행가

▲ 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조용한 연말연시 맞는 은행장들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은 공식적인 송년회를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올해 7월 첫 행장으로 부임해 개인적으로는 의미 있는 한해였지만 마냥 웃고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KB국민은행은 현재 전 도쿄지점장과 부지점장 등 2명이 불법대출 혐의로 검찰로부터 구속영장을 받은 상태다.
 
당시 이들은 지난 2011년 국민은행 도쿄지점에 근무하면서 대출 무적격 기업체 2곳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부당하게 대출을 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행장은 지난 11월27일 "고객의 피해가 있다면 모두 배상해주겠다"는 내용이 담긴 '대국민사과'를 발표했지만 여론의 싸늘한 시각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다만 신년회 계획은 논의 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잡히지 않았지만 잘못된 관행을 씻어내고 새롭게 시작하자는 의미로 직원들을 격려하는 행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송년회 건배사' 사라진 은행가
이순우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도 아직 공식적인 송년회 계획을 잡지 않았다. 연말 분위기를 만끽하기보다는 우리금융의 최대과제인 민영화 작업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현재 우리F&I와 우리파이낸셜 본 입찰을 시작으로 민영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예상 밖의 흥행 저조로 삐걱거리는 상황이다.
 
서진원 신한은행장도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기는 마찬가지다. 신한은행은 실적부문에서 다른 경쟁은행보다 비교적 선방했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특히 금융환경 전체가 침울한 분위기여서 가급적 대외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신년회 역시 아직 미정이다.
 
 
조준희 기업은행장도 별도의 송년회 계획을 잡지 않았다. 조 행장의 임기는 12월27일까지다. 연임이 될지, 교체가 될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유롭게 송년회를 즐기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종준 하나은행장과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연말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김 행장은 산행 및 토크콘서트를 통해 임직원들과 소통할 계획이다. 또 장애인 복지시설 방문 등 봉사활동 계획도 예정돼 있다. 직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한해를 돌아보고 다가오는 2014년을 새롭게 맞이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행장은 지난해에도 연말을 맞아 봉사활동을 통해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펼친바 있다.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열정 KEB 윈-윈 투게더'(Win-Win Together)라는 경영슬로건을 내걸고 임직원들에게 격려와 치하를 하기 위해 각 부점별 자체 행사에 가급적 많이 참석할 예정이다. 또 신년을 맞아 신년메시지 동영상을 촬영해 전 직원에게 인사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점 로비에서 출근하는 직원들과 일일이 손을 잡으며 새출발을 다짐할 계획이다. 아울러 혹시 있을지 모를 불확실성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임직원에게 윤리경영과 강력한 내부통제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각 은행장들이 김장김치 지원, 연탄 나누기, 음악회 등 연말 봉사활동을 하느라 분주했는데 올해는 봉사활동 행사도 축소하는 분위기"라며 "은행장들의 조용한 행보가 금융권의 현 실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통합·긴축경영 본격화…숨죽이는 행원들

연말을 맞아 숨을 죽이는 것은 은행원들도 마찬가지다. 은행들이 긴축경영에 돌입하면서 잇따라 지점 통합·축소에 나서고 있어서다. 아직까지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지금처럼 저성장·저금리가 지속된다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외국계은행들의 타격이 컸다. HSBC은행은 지난 7월 개인금융업무 폐지를 추진하면서 국내 11개 지점 가운데 10개 지점이 폐쇄를 위한 예비인가를 받았다. 사실상 한국에서 소매금융 영업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현재까지 230명이었던 개인금융부문 직원의 90% 이상이 명예퇴직했다.

한국SC은행은 전국 350여개 지점의 약 25%를 차지하는 100개가량의 지점을 단계적으로 축소키로 했다. 본부 부서도 기존의 47개에서 약 30개까지 감축하고 기존 부서의 인력들은 영업관련 부서로 재배치했다. 계열사 매각도 단행 중이다. 현재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 매각을 진행 중이며 최근에는 SC은행 주총에서 SC펀드서비스를 은행으로 통합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올 들어 국내 지점 22개를 폐쇄했다. 이에 따라 국내 지점수가 지난해 말 218개에서 196개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말에는 199명의 직원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다.

국내 시중은행들도 구조조정의 한파를 겪기는 매한가지다. 지점 통폐합은 이미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명예퇴직 얘기도 솔솔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은 내년 초까지 1300여개 지점망 가운데 55개 점포를 통폐합하기로 했다. 올 상반기 14개 지점을 축소한 신한은행은 향후 지점 통·폐합 계획을 금감원에 제출했다. 하나은행은 지점 25곳을 줄이고 3곳을 신설해 하반기에 총 22개 지점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지난해 초 신경분리된 농협은행도 올해 상반기 PB센터 7곳을 폐쇄해 관련업무를 영업본부의 WM지원단으로 이전하는 등 총 9개 지점을 축소했다. 농협은행의 경우 1100여개에 달하는 점포 중 30개 안팎의 점포가 5년 연속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추가 통폐합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내년 중 15개 점포를 통폐합해 비용절감 및 조직 효율화를 꾀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의 점포수는 11월 말 현재 991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장은 물론 은행원들도 매우 불안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면서 "더 걱정스러운 것은 금융환경이 언제 살아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불안한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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