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거리에서 사라진 일본어 호객행위

엔저 '2차 공습'이 시작됐다/ 엔저로 울상짓는 관광·유통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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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대로 뚝 떨어진 엔화에 국내 관광업계가 울상 짓고 있다. 달라진 모습은 명동거리에서부터 드러났다. 명동의 일본인 관광객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아베정권의 야스쿠니 참배 등으로 일본과의 외교가 최악의 상황을 맞은 데다 엔화가치 하락으로 가격경쟁력마저 떨어지는 등 관광시장에 악재가 겹친 탓이다. 국내 일본인 대상 관광업계는 그야말로 설상가상의 형국이라 할 수 있다.

농림수산품의 일본 수출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농산 및 수산품의 수출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6.6% 감소했다.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 관광 : 대일외교 악화에 엔저까지 '설상가상'

달라진 분위기는 화장품 판매원의 호객행위에서도 나타난다. 일본어 호객행위는 잦아든 반면 중국어는 물론 태국어로 호객하는 새로운 풍경이 연출되고 있는 것. 지난해 초만 해도 명동거리에는 일본인들이 즐비했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여행업계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병찬 한국관광공사 일본팀장은 "외교문제와 엔저가 겹쳐서 단체와 패키지 관광고객이 크게 줄었다"며 "엔화가 떨어지면 여행상품의 가격은 그만큼 국내 물가에 맞춰 인상해야 하는데 관광객이 줄다보니 오히려 가격을 내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일본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사 관계자는 "가격을 제대로 받지 못하다보니 관광객이 오더라도 오는 만큼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광객으로부터 받은 엔화를 추후 원화로 환전, 관광업체에 여행대금을 지불하는 과정에서 계속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매장들도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명동에서 만난 한 상인은 일본인과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외국인관광객면세판매장, 즉 유사면세점을 열었다가 폐업하고 다른 업종으로 전환했다. 그는 "관광객이 많던 지난해에 비해 일본인 관광객이 80%가량 줄어든 것 같다"며 "몇달째 적자를 보다가 결국 폐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스포츠마사지업소들도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업체 관계자는 "6개월 전에 비해 고객이 약 20~30% 줄었다"며 "다행히 손님은 꾸준히 드나드는 편인데 이렇게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가격을 많이 할인해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내민 마사지 전단지에는 45분 코스의 발마사지의 가격을 3만원에서 1만8000원으로 할인해준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일본인 관광객이 주로 숙박하는 명동일대의 호텔 역시 엔저의 영향을 피해가지 못하는 분위기다. 롯데호텔을 비롯해 세종호텔, 로얄호텔, 프린스호텔 등은 일본 여행객의 감소에 따라 고객 수가 30~40% 줄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2012년 10월 이후 일본 인바운드 관광객이 전년대비 약 30% 감소세인 채로 아직까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엔저 급락으로 인해 일본인 관광객 투숙자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 소공동의 롯데호텔서울은 고객 다양화 전략을 통해 일본인 관광객 감소에 대비한 전략을 수립했다. ▲다국적 업체의 비즈니스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판촉 및 서비스 강화 ▲국제회의 행사의 선행 유치 ▲중국과 동남아의 고급 개별여행객 시장 공략 등 새로운 영업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

일본관광객이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세종호텔 역시 새로운 활로를 모색 중이다. 점유율이 떨어짐에 따라 숙박요금을 1박당 17만~18만원에서 14만원 수준으로 낮췄다. 세종호텔 관계자는 "일본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호텔이어서 영향이 크다"며 "방이 하루 비면 그대로 손실이 나기 때문에 일본인 위주의 영업전략에서 중국이나 동남아, 유럽 등으로 넓히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가 지지 않는 면세점업계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일본인관광객 매출이 20~3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쇼핑하는 인원 자체가 크게 줄지는 않았지만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구매까지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국인 매출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대체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사진=머니투데이 DB
사진=머니투데이 DB

◆ 유통 : 농림수산품, 대일수출 타격

유통업계에서는 엔저현상으로 농림수산품의 수출이 난항을 겪고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지난해부터 엔화약세가 계속돼 기저효과가 있어 올해는 더 악화되지는 않겠지만 기존 수출량과 비교해 감소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일본으로부터 수입해오는 품목은 점차 줄고 있어 엔저로 인한 대일 수입 가격 인하 효과보다는 수출부진의 타격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장 연구위원은 "유통업계는 농산 및 축산물과 가공식품류를 수입해오고 있었지만 일본 원전사태 이후 수입물량이 크게 줄어든 상태"라고 설명했다.

생산량의 80%가량을 일본으로 수출하는 동원산업, 사조씨푸드 등 국내 참치업계는 지난해부터 계속된 엔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마트의 자료에 따르면 엔화가 지난해 1월 1200원대에서 최근 1000원대로 20%가량 하락함에 따라 국내 참치 수출 원료가가 동반 하락, 참치회사들의 대일본 횟감용 참치 매출이 약 15% 떨어졌다. 대일 수출물량이 그대로 국내로 유턴하면서 국내 참치 시세마저 떨어뜨려 수출과 내수 모두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가공식품업계는 엔화로 인한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일본 수출물량이 많지 않은데다 중국이나 미국, 유럽 등의 수출비중이 더 크기 때문이다. 복수의 식품업체 관계자들은 "일본 수출물량이 감소하기는 했지만 당초 수출물량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다른 업종에 비해 영향을 덜 받는다"며 "중국이나 동남아시장 활로 확보가 식품업체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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