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엔진' 장착한 일본차, 미·중·유럽 재점령 시작

엔저 '2차 공습'이 시작됐다/ 비상걸린 국산차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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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다시 거세진 엔저공습으로 국내 자동차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엔저가 지속되고 상대적으로 원화가치가 높아지면 전세계시장에서 일본기업과 경쟁을 벌이는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수출가격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엔저라는 대외 원군에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일본차는 무서운 기세로 세계시장을 향해 진격하고 있어 우리로서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지난해에 나타났다.

미국 컨슈머리포트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연말 할인폭이 큰 차 베스트 10' 리스트에 한국 차는 단 한대도 없는 반면 토요타 아발론과 렉서스 GS 350 등 토요타-렉서스 차가 4대나 포함됐다. 그만큼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마케팅 공세를 벌이고 있다는 의미다. 엔/달러 환율이 100엔대 이상인 엔저가 지속되면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일본 업체들은 올해에도 가격 할인 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토요타 츠츠미 공장(사진=머니투데이 DB)
토요타 츠츠미 공장(사진=머니투데이 DB)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일본 업체들이 매출·이익에서 상당한 실적을 쌓으면서 향후 공세적인 마케팅을 위한 '실탄'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토요타가 발표한 상반기(4∼9월) 실적은 12조5300억엔(약 128조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4.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무려 81% 급증한 1조2600억엔(약 12조8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판매량이 소폭이나마 증가하는데도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하는 국내 완성차업체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자동차업계는 경쟁력을 완전히 회복한 일본차들이 올해에도 공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내다봤다. 양진수 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차는 금융위기 이후 주춤했으나 부품조달비용 절감, 소규모 고효율 공장 건설 등 내부혁신을 전개했고 아베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된 엔화 약세에 힘입어 경쟁력을 회복했다"고 평가했다.

일본차업체는 엔저에 따른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북미시장에 대한 판촉 공세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닛산과 혼다는 각각 17만5000대와 2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멕시코 신공장을 가동해 소형차의 현지 생산물량을 충분히 확보했다. 토요타는 중국 등 신흥시장 공략 채비도 마쳤다. 지난해 11월 연비 등 상품성을 개선하고 가격을 내린 세단과 해치백 등을 선보였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일본, 유럽차 브랜드의 전력이 약화된 틈을 타 고성장을 지속해 온 현대·기아차 등 국산차는 경쟁업체들의 부활과 원화 강세로 인한 가격경쟁력 저하 등 이중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국산차업체들은 현지 생산물량을 늘려 환율 리스크를 줄이고, 품질을 강화한 신차 수출을 확대해 위기를 헤쳐 나갈 계획이다.

◆ 엔저 바람타고 자동차시장 점령에 나선 일본車

일본차들이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 3대 자동차시장을 재점령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9년 대규모 리콜사태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휘청거렸던 일본차들이 전열을 정비한 뒤 엔저 돌풍을 타고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진격을 시작한 것이다.

일본차의 고전으로 그동안 반사이익을 누려왔던 국산차들은 엔저를 활용한 일본차의 파상공세에 밀려 판매증가율이 크게 떨어지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자동차 판매량은 1558만대로, 전년대비 7.5% 성장했다. 토요타가 7.4%(223만6000여대), 혼다 7.2%(152만5000여대), 닛산 9.4%(124만8000여대) 등 일본차들은 높은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현대·기아자동차는 2012년(126만606대)보다 적은 125만5962대를 파는 데 그쳤다. 일본차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37.1%로 상승했지만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2012년 8.7%에서 8.1%로 하락했다. 미국시장에서 연간 판매량 기준, 5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반면 일본차들은 지난해 미국에서 1월만 제외하곤 매달 현대·기아차보다 높은 판매증가율을 보이는 등 기력을 완전히 회복했다. 중국의 경우 현대차가 해외 단일시장 최초로 연간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하는 등 선전했으나 일본차와 비교하면 빛이 바랜다. 일본차들은 지난해 9월 이후 전년 동월대비 증가율이 82∼192%에 달할 정도로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일본정부가 영토분쟁이 일고 있는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한 데 대한 반일감정으로 2012년 9월 이후 일본차 판매량이 급감한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있지만 최근 엔저를 활용한 일본차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8월 이전에는 매달 10∼40%에 달하는 높은 판매증가율을 보였으나 9월 6.6%. 10월 0%, 11월 1.4% 등 판매증가율이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

유럽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본차들은 지난해 9월부터 전년 동월대비 판매량이 늘기 시작해 10월 12.6%, 11월 6.7% 등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는 10월(-0.1%)과 11월(-4.5%) 두달 연속 전년 동월대비 판매량이 감소했다.

◆ '엔저 공세'에 국산차업계 대책마련 '골머리’

엔화 약세에 따라 연초부터 국산차업계의 주가가 급락했다. 이에 국산차업계는 대책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국산차업계는 일본차와 힘겨운 싸움이 예상되는 만큼 품질을 높여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입장이다. 현대·기아차는 프리미엄급 차량 판매에 중점을 두고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최근의 환율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현지 생산 확대 등을 통해 시장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현대·기아차는 엔화 약세에 기반한 일본 자동차메이커들이 세계시장에서 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고 각 해외법인별로 인센티브 강화 등 대책을 강구해왔다.

현대·기아차는 엔화가 달러당 105엔을 넘어선 지금 더 올라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며 경계하고 있다. 또한 올해 원/달러 환율을 당초 1050원대로 예상했지만 이마저도 넘어서서 수출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미국, 중국, 유럽 등 공장이 있는 곳에서는 현지 생산 확대로 대처해 나갈 수 있으나 수출비중이 높은 지역은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겹칠 경우 판매량이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 진출한 일본 업체들이 일본에서 생산한 차량의 가격을 더 낮춰 들어올 경우 내수시장도 일부 잠식 당할 우려가 있다며 긴장하고 있다. 아직 세계 경기가 살아나지 못한 상황에서 환율 악재까지 겹쳐 국산차업체들의 힘겨운 싸움이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경우 북미 등 해외시장에서 일본 기업들과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다"며 "당장 일본 업체들이 가격을 낮추고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에도 영향을 받겠지만 연구개발(R&D) 투자 등 장기적 부문에서도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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