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치 가문의 '위대한 CSR'

이주의 책 / <피렌체의 빛나는 순간> / 양준영 교보문고 북모닝CEO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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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를 꽃피운 메디치 가문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책에서 소개된 바 있다. 주로 메디치 가문을 열고 중흥을 이끌었던 조반니 디 비치와 코시모 데 메디치, 로렌초 데 메디치 등의 인물을 중심으로 리더들의 처신과 용인술 등이 다뤄졌다.

메디치 가문의 '위대한 CSR'
<피렌체의 빛나는 순간>에서 주목하는 것은 피렌체라는 도시의 그림에 숨어있는 중세의 모습이다. 그림에 녹아있는 시대의 욕망을 읽어내려고 노력한다. 그런 점에서 기존 르네상스의 미술품을 이야기하는 다른 책들과는 차별적인 시선임에는 분명하다. 이 책에서는 그림과 예배당의 이야기로 시작해 시대와 문화의 중심이 누구로 바뀌어 가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여기에 이 책의 진짜 재미가 숨어있다.

르네상스 시대를 만든 중심에는 우리가 자주 듣던 메디치 가문이 있다. 기득권층인 귀족이 아닌 시민의 편에 섰던 것이 바로 메디치다. 조반니 디 비치는 귀족들이 독점하고 있던 교회와 관련된 각종 권한과 이득을, 교황과의 거래를 통해 시민들도 취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놓았다. 위대한 가문의 선조로서 그가 한 마지막 일은 아들 코시모 데 메디치에게 유언을 남긴 것이었다.

“피렌체의 선하고 훌륭한 시민들을 존경하는 일에서 즐거움을 찾으면, 시민들은 우리 가문을 그들의 안내자로서 빛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p.131)

코시모는 시민들을 위한 교회 짓기를 아버지를 위한 기념사업보다 먼저, 더 크게 벌였다. 귀족이 지배하는 교회를 시민들의 공간으로, 시민 공동체를 위한 공간으로 전환시키는 일을 벌인 것이다. 신 중심의 사회에서 교회는 경제·권력·문화의 랜드마크였다. 메디치 가문은 새롭고 강력한 욕망의 주체였던 시민들에게 랜드마크를 열어줌으로써 위대한 가문으로 역사에 남을 수 있었다.

코시모 데 메디치를 통해 교회라는 랜드마크에 자리를 얻게 된 시민계층은 그들의 세(勢)를 결집하고 보여주는 장으로서 축제를 진행한다. 책에서는 ‘동방박사 경배’ 축제로 소개돼 있다. ‘동방박사 경배’는 13세기 평시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축제다. 성경에 기록된 바 예수의 탄생을 예견하고 예수를 찾아와 경배를 드리는 동방박사들의 행위를 재연하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 행사를 코시모 데 메디치가 신축한 산 마르코 수도원에서 진행했다는 점이다. 랜드 마크로서의 위상을 여실하게 보여준 것이다. 시민들의 자발적 집결의 중심에 메디치 가문이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피렌체의 빛나는 순간>은 ‘멀고먼 중세 이야기를 이 그림은 왜, 어떻게 그리게 되었을까’라는 질문을 통해 우리 옆으로 바짝 끌어다 놓았다. 역사책이 신과 귀족의 세계가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인간과 시민의 세계로 옮겨왔다는 지식을 알게 해줬다면, 이 책은 그 지식을 이해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그 다음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바로 이를 통해 오늘날 되새길 교훈을 발견하는 일이다.

시대의 욕망은 예술품이라는 매개를 통해 표현된다.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들은 신을 모티브로 삼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를 빈번하게 노출시킨다. 이는 그림을 주문한 상인들의 욕망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지극히 세속적이고 감각적이며 시대를 읽는 살아있는 촉을 지닌 사람들의 욕망을 대변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시대의 욕망은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는지 돌이켜보게 된다.

성제환 지음 | 문학동네 펴냄 | 1만98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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