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선교장에선 정중동, 주문진항에선 동동동

송세진의 On the Road / 강릉 선교장·주문진항

 
 
기사공유
  • 카카오톡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네이버 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공유
  • url 공유
선교장과 주문진항엔 사람의 에너지가 있다. 선교장은 대부분을 여행자가 드나들 수 있게 개방해 온기가 식지 않는다. 주문진항은 펄떡이는 생선처럼 활기가 가득하다. 그래서 강릉은 ‘기(氣) 받기’ 좋은 여행지다.

◆강릉의 큰 성, 선교장

말 그대로 ‘대궐 같은 집’이다. 위엄 있는 본채와 이를 둘러싼 별채들이 마치 하나의 마을을 형성하고 있는 듯하다. 경포호수와 동해바다, 소나무 숲까지 있으니 한양의 궁궐보다 좋은 환경이다. 유럽식으로 하자면 큰 성에 비유할 수 있겠다. 여기가 조선시대 효령대군의 11대손인 이내번이 1703년에 건립한 선교장(船橋莊)이다. 조선후기 전형적인 상류주택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곳은 10대에 걸쳐 후손들이 거주하며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 그들은 건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3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조선시대 사대부가의 명성과 전통을 지키며 생활하고 있다. 20세기 한국 최고의 전통가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는 선교장은 과연 그럴 만했다.

선교장
선교장

입구의 활래정(活來亭)은 이 집의 프롤로그에 해당한다. 아직 솟을대문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연못을 배경으로 외별당 하나가 있다. 연못 쪽으로 돌출된 누마루를 연못 안쪽에서 돌기둥이 떠받치고 있는 것이, 마치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세운 정자 같다. 그러나 이 집은 단지 대청마루 하나 정도를 올린 것이 아니라, 건물의 구조를 다 갖췄다.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누마루와 온돌방, 다실은 일종의 휴식 공간이다. 이곳에서 손님도 맞이하고 담소했다니 일종의 게스트하우스 같은 곳이라고 할까? 이름이 ‘활래’인 이유는 서쪽 태장봉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이 이 연못을 거쳐 경포 호수로 빠져 나간다는, ‘활수’(活水) 때문이다. 연못이지만 고인 물이 아니다. 활수 아래 피어나는 연꽃이라…. 연꽃 만발한 봄에 오면 그 화려함이 대단하겠다.

여행자를 압도하는 또 하나는 행랑채이다. 지나던 선비와 풍류객, 일을 보는 집사들이 머물던 곳이라는데 집의 전면에 길게 자리 잡아 마치 성벽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드나들었으며 주인의 그늘 아래 있었는지 짐작이 간다. 한편 안채인 주옥은 안방마님과 여인들의 거처인데 부엌이 딸려 있다. 한쪽으로 계단이 아닌 램프식 비탈이 있어 무거운 상이나 짐을 쉽게 나를 수 있도록 한 것이 부잣집의 넉넉한 살림살이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큰 사랑채인 열화당은 특이하게도 건물 앞 지붕에 동판으로 차양을 달았다. 전통 가옥을 왜 이렇게 어색하게 복원했나 싶었는데, 설명문을 읽어보니 이해가 간다. 이 건물은 최초 건립 년도보다 100년 후인 1815년에 지었고, 러시아공사관이 이 채양 시설을 선물했다고 한다.

초정
초정

◆생명연장의 꿈, 나눔

가장 인상적인 것은 초정(草亭)이다. 선교장 가장 뒤편 열화당 후원의 정자로, 다른 이름은 ‘녹야원’이다. 이 또한 1820년에 지은 건물로 이정도 살림살이라면 깔끔한 와가를 지었을 텐데 초가지붕을 얹었다. 왜 가장 높은 곳에 이런 집을 지었을까. 이곳은 시문을 짓고 책을 읽는 곳으로, 초가에 살고 있는 소작인들의 애환과 삶을 공감하고 검소와 베풂의 덕을 수련하도록 소박하게 지었다고 한다. 뒤로 펼쳐진 소나무 숲과 원추리 군락지, 그리고 초정만 떼어 놓고 보면 초야에 묻혀 책을 읽는 선비의 모습이 그려진다. 생각해 보면 숲과 개인의 독서실마저 집 안에 속했으니 상당한 호사일 뿐 아니라 그 권세가 드러나는데, 의미만을 되새겨 보면 조선시대 양반의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밖에도 안팎으로 볼거리가 많다. 다 같은 건물 같지만 거처하는 사람과 쓰임새에 따라 다른 구조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보존 차원에서 비워둔 곳도 있지만 대부분 교육관, 이야기방, 숙박실, 전시장, 체험장, 도서관, 식당, 다실 등으로 사용하고 있어 건물에는 사람의 온기가 있다. 사실 비워두는 것보다 쓰고 유지하는 것이 더 손이 가고 신경 쓰이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입금지’가 아닌, 방문자가 사용하는 곳으로 개방했다. 덕분에 이 귀한 문화유산이 죽지 않고 살아서 ‘보전’(保全) 되고 있다. ‘초정’의 가르침이 지금의 가능한 방식을 입은 듯하다.

주문진등대
주문진등대

◆주문진항과 주문진등대

이제 살았을 뿐 아니라 에너지가 넘치는 곳으로 가보자. 주문진항은 일제강점기에 항구의 시설을 갖추기 시작했다. 강릉시 15개 항 중 가장 먼저인 1920년대에 항구로서 모습을 갖추었고, 식민지 수탈에 사용됐다. 1917년 처음 여객·화물선이 입항한 이후 지속적으로 시설을 보강하면서 지금은 920m의 방파제가 펼쳐진 500여척의 어선이 정박할 수 있는 대규모 항구가 됐다. 이에 따라 수산시장이 일찍부터 발달했다. 새벽 배가 실고 온 오징어, 양미리, 꽁치, 멸치 등을 입맛 따라 구입하고 포장해 가는 정도는 기본이고, 한쪽에선 그물을 정리하는 어민, 즉석에서 솜씨 좋게 회를 만드는 모습, 대게를 푹푹 찌는 냄새가 정신을 쏙 빼 놓는다. 왁자한 흥정을 거쳐 활어회, 해물탕, 생선찜, 복어 음식 등을 먹었다면 주문진 수산시장의 맛을 제대로 본 셈이다.

바닷가 안쪽으로는 건어물 상가들이 많은데 가만 보니 상호가 재미있다. 평양, 광주, 광명, 부산…. 이곳은 강릉인데 온 나라가 다 있다. 이유가 뭘까? 1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항구인 만큼 일찍부터 전국에서 사람이 몰렸고, 이곳에 정착한 경우도 많았다. 여행자가 많아지면서 해안도로에 있던 집들이 자연스럽게 상가로 변신했는데, 자신의 출신지역을 따서 상가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특별히 북쪽 지명을 가진 간판을 보며 마음이 잠시 아련해 진다.

한편 주문진등대는 역사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1918년 3월 20일 강원도에서 첫번째로 세워진 등대로 점등 당시 석유등으로 홍색과 백색 불빛을 교대로 비추었다고 한다. 등대는 한국전쟁 때 파손돼 1951년 복구됐는데, 역사를 증명이라도 하듯 등대 출입구에 일제의 상징인 벚꽃이 조각돼 있고, 등대 외벽에 6·25 당시 총탄의 흔적이 있다. 등대가 위치한 곳은 조선시대엔 주문산봉수가 있던 곳으로, 바다로 돌출돼 있어 등대의 위치로서 최고의 자리이기도 하다. 그러니 한번쯤 이 자리에 올라서 보는 게 좋겠다.

등대 앞에 서니 동해바다의 전망이 시원하다. 보고 생각할 것이 많았던 선교장이나 소란스러운 주문진항의 흥분도 이 자리에서 정리가 되는 듯하다. 바람은 조금씩 따뜻해 질 테고 곧 선교장에 봄빛이 가득할 것이다. 꽃 피는 강릉을 기대하며, 몇개의 계단을 내려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주문진항
주문진항

[여행 정보]

● 선교장 가는 법
[승용차]
경부고속도로 - 영동고속도로 - 동해고속도로 - 경강로 - 사임당로 - 교동광장로 - 솔올교차로 - 동해대로 - 죽헌길 - 경포로 - 운정삼거리에서 ‘선교장’ 방면으로 좌회전 - 시루봉길 - 운정길

[대중교통]
강릉고속버스터미널 - 202번 - 선교장 정류장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선교장: 검색어 ‘선교장’ / 강원도 강릉시 운정길 63
주문진수산시장: 검색어 ‘주문진수산시장’ /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읍 주문리 312-91
주문진등대: 검색어 ‘주문진등대’ /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읍 옛등대길 24-7

< 여행 주요정보 >
선교장
http://www.knsgj.net / 033-648-5303
관람시간: (동절기) 오전 9시~ 오후5시
(하절기) 오전 9시 ~ 오후 6시
입장료: 성인 3000원 / 청소년(14세~18세) 2000원 / 어린이(6세~13세) 1000원 / 전통문화체험관 이용객 입장료 면제

주문진수산시장
033-661-7302
영업시간: 오전 7시~오후 10시

강릉 바우길
http://www.baugil.org / 033-645-0990
강원도 말로 ‘바위’를 뜻하는 바우길엔 자연친화적·인간친화적인 트레킹 코스 16개 구간이 있다. 그 중 11구간이 ‘신사임당길’로 이 코스 안에 오죽헌, 선교장, 허균, 허난설헌 생가터 등 조선시대 선비와 문인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유적이 있다.

해파랑길
http://www.haeparanggil.org / 02-6013-6610~3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해맞이공원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해안도로 770㎞의 걷기 길이다. 이중 주문진등대와 주문진항은 ‘강릉 40코스’에 해당한다. 사천진리해변에서 주문진해변까지 12.4㎞ 거리로 약 4시간 정도 걸리는 평탄한 길이다. 다만 드라이브로 이동하는 차들이 많으니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

< 음식 >
초당할머니순두부: 송림 아래 자리잡은 소박한 두부집에서 전통의 손맛을 즐길 수 있다. 매운 순두부가 아닌 흰두부만으로 승부를 보는 곳이다.
순두부백반 7000원 / 모두부 1만원 / 메밀동동주 4000원
강원도 강릉시 초당동 307-4 / 033-652-2058

교동짬뽕: 전국 5대 짬뽕 중 하나로 유명한데 그 순위의 근거는 확인할 수 없다. 시원한 매운 맛, 푸짐한 해물 등 선입견 없이 음식 자체를 즐긴다면 맛있는 곳이다.
짬뽕 6000원 / 짜장 4000원 / 만두 4000원
강원도 강릉시 교1동 1809-8 / 033-655-3939

보헤미안: 핸드드립 커피 붐이 일면서 마니아들 사이에서 일부러 찾아가는 곳이 됐다. 이곳에서 1대 바리스타인 박이추 선생이 현역으로 활동 중이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커피 뿐 아니라 아침에는 모닝서비스가 있어서 커피 한잔 가격으로 충분한 아침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커피 4000~8000원 / 모닝서비스 6000원 / 토스트세트 5000원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영진리 181 / 033-662-5365

오징어빵-마시와: 강릉 특산물인 오징어가 들어있는 간식이다. 한입씩 먹기 좋게 포장돼 있어 택배 주문이나 선물하기에도 좋다. 영진 해변 본점은 오징어 전문 카페로 꾸며져 있고 오징어과자, 홍게과자, 음료 등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9개 세트 4000원 / 30개 세트 1만2000원 / 오징어 맥반석구이(건, 반건, 배오징어) 3000~5000원 / 오징어빵 체험 5000원
http://www.masiwa.co.kr / 033-661-4311

< 숙박 >
선교장: 선교장의 서별당, 연지당, 홍예헌, 초가 등을 한옥숙박체험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2인실에서 단체용 별당까지 객실이 다양하고 관리가 잘 돼 있다.
http://www.knsgj.net/
문의전화: 033-646-3270, 4270
객실요금: 10만~100만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 0%
  • 0%
  • 코스피 : 3249.32상승 24.6818:01 06/11
  • 코스닥 : 991.13상승 3.3618:01 06/11
  • 원달러 : 1110.80하락 518:01 06/11
  • 두바이유 : 72.69상승 0.1718:01 06/11
  • 금 : 71.18상승 0.4718:01 06/11
  • [머니S포토] '국민의힘 30대 당대표 탄생'
  • [머니S포토]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줄확진 '올스톱'
  • [머니S포토] 공수처 수사 관련 발언하는 김기현 권한대행
  • [머니S포토] 캐딜락 5세대 에스컬레이드, 압도적인 존재감
  • [머니S포토] '국민의힘 30대 당대표 탄생'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