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반영한 카드, '正策' 될까

길잃은 주택시장 어디로/ 주택시장 살리기 대책, 실효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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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운불우’(密雲不雨)

짙은 구름이 끼어 있으나 비가 오지 않는다는 뜻으로, 어떤 일의 징조만 있고 그 일이 이뤄지지 않거나 은덕이 아래까지 고루 미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장맛비처럼 쏟아진 정책에 비해 뚜렷한 성과는 없었던 최근의 대한민국 주택(부동산)시장에 딱 들어맞는 표현 같다.

사진=뉴스1 최영호 기자
사진=뉴스1 최영호 기자

◆전세시장 불균형 바로 잡는다

지난해 주택시장이 자생 능력을 잃었다고 판단한 정부는 대대적인 긴급 수혈에 나선 바 있다. 4월1일과 8월28일 두차례에 걸친 대규모 부동산 대책은 정부의 부동산 살리기 의지를 드러낸 대표적인 것들이다.

이후 매매시장은 안정세를 회복했으나 전세시장은 구조적인 수급불균형 등으로 전셋값이 2012년 8월 이후 7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임차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시 한번 주택시장 구조변화에 맞춰 규제·지원체제를 정비해 시장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방안들을 내놨다. 지난 2월26일 전·월세시장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 발표한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이 그것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이 방안에 따르면 올해부터 정부는 월세 세입자가 낸 임대료의 10%까지 세금에서 깎아준다. 반면 4억원 이상 고액 전세는 보증 대상에서 제외돼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

현재 임대차시장은 전세 중심으로 형성돼 있고 정부도 전세대출 및 공적보증 지원을 확대해 오히려 전세수요가 급증, 전셋값 급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현행은 총 급여액이 5000만원 이하인 근로자에게 월세 지급액의 60%(최대 500만원)에 대해 소득공제를 해주고 있다. 올해 말 연말정산 때부터는 총 급여가 7000만원 이하인 근로자에 대해 월세 임대료의 10%(최대 750만원)를 아예 세금에서 공제해준다.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되면 통상 낮은 소득세율이 적용되는 중·저소득층의 혜택이 늘어난다.

반면 전세에 대한 지원은 줄어든다. 올해 주택기금에서는 총 6조4000억원(최대 15만호)의 전세자금을 지원하되 지원대상을 보증금 3억원 이하로 제안하기로 했다. 보증금이 3억원을 넘으면 주택기금을 통한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또 시중은행의 전세대출에 대한 주택금융공사와 대한주택보증의 보증 대상도 보증금 4억원 미만(지방 2억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번 ‘고액 전세’ 대출 규제는 자금 여력이 있는 중산층으로 하여금 집을 사도록 유도해 주택시장을 살리는 한편, 전세대출 증가로 인한 가계부채 부실 문제도 해결하겠다는 ‘두마리 토끼 잡기’ 전략으로 분석된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팀장은 “탁상공론식으로 내놓은 정책이 아니라 현실을 반영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며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올바른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실 반영한 카드, '正策' 될까

◆규제완화로 ‘민간자본’ 참여 활성화

정부는 주택시장 과열기에 도입된 과도한 규제도 지속적으로 완화한다. 2006년 5월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도입한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를 재건축시장 활성화를 위해 폐지키로 했다. 또 조합원이 소유한 주택수 만큼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도록 했고 소형평형 의무제 개선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강남 등 일부만 혜택을 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과거 재건축 부담금이 부과됐던 사업장은 서울 중랑·송파·용산구 등에 있었고, 애초 부과예정이었지만 혜택을 보는 단지도 경기, 부산 등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 있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투기방지를 위해 수도권 민간택지 내 주택은 1년간 전매행위를 제한하고 있지만 이를 6개월로 완화할 계획이다. 시세차익에 따른 투기우려가 줄어든 최근 시장상황을 감안한 조치로, 지방의 경우 이미 2008년 9월에 전매제한이 폐지됐다.

공유형 모기지 지원대상은 생애최초 구입자에서 무주택자(5년 이상)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신규주택 수요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임대차시장의 구조변화에 대응하는 또 하나의 방안으로는 공급 확대 계획도 있다. 정부는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공공임대는 올해 9만가구가 실제 입주할 수 있도록 하고, 오는 2017년까지 총 50만가구가 입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다만 임대공급 확대를 위해 새로 도입되는 ‘공공임대리츠’가 얼마나 실효성을 보일지가 관건이다.

리츠방식의 도입으로 LH가 택지비 조기회수 및 건축비 절감 등을 통해 부채감축의 효과를 도모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행복주택과 국민·영구임대사업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임대사업자에 대한 별도공급이 허용되면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 기회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도 임대사업자 중 리츠·부동산펀드에 민영주택을 별도 공급할 수 있으나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어 요건·절차를 완화하는 것”이라며 “다만, 입주자모집승인권자인 시·군·구가 임차수요와 청약경쟁률 등 분양수요를 감안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별도공급되는 비율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정부의 부동산 살리기 방안의 가장 큰 특징은 ‘더하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빼기’(규제완화 및 폐지)에 집중함으로써 시장에 자유로이 민간자본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택했다.

실효성 떨어지는 무자비성 정책들을 쏟아냈던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정부의 자세다. 일단 시장여건은 좋다. 올초 매매시장이 회복기로 돌아서는 등 호흡기를 간신히 뗀 모습이다. 죽어가던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 사활을 걸고 내민 정부의 부동산 정책(政策) 카드가 정책(正策)이 될 수 있을지 긍정적으로 지켜볼 일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노재웅
노재웅 ripbird@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주간지 <머니위크> 산업부 기자. 건설·부동산 및 자동차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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