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나는 미세먼지? 유통가는 '바람 불어 좋은 날'

미세먼지·황사로 숨 막히는 대한민국/ 특수 누리는 유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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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세먼지가 한창이던 지난 2월 말. 한산한 거리를 걷는 사람들은 저마다 하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였다. 약국은 마스크와 구강청결제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가전제품을 파는 매장에는 공기청정기나 청소기 등을 둘러보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과학적 입증 여부를 떠나 '미세먼지엔 삼겹살이 좋다'는 속설에 따라 마트와 정육점, 그리고 육류를 파는 식당가에도 연일 고객들이 줄을 이었다.

아무리 강한 바람이 불어도 외투를 벗지 않다가 따사로운 햇살에 겉옷을 훌훌 벗은 우화 <해와 바람> 속 나그네처럼, 영하의 날씨와 눈보라가 몰아치는 날에도 열리지 않던 서민들의 지갑이 '미세먼지'로 너무나 쉽게 열리고 있다.

봄을 앞두고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가운데, 관련 업계는 뜻하지 않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세먼지가 비염과 기관지염, 천식 등을 유발할 수 있고 혈관을 타고 이동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관련 상품 소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세먼지로 촉발된 관련 산업의 성장은 공기청정기 같은 가전에만 머무르지 않고 마스크나 의약품, 미역·삼겹살 등의 식품,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영향을 미친다. 미세먼지 자체가 하나의 특화된 '쇼핑 카테고리'로 자리 매김한 셈이다.

초미세먼지가 날아오면서 서울 광화문 광장을 지나는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사진=뉴스1 양동욱 기자)
초미세먼지가 날아오면서 서울 광화문 광장을 지나는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사진=뉴스1 양동욱 기자)

◆ 1차 방어벽 '황사마스크' 소비 급증

판매량이 가장 많이 뛴 것은 역시 마스크다. 미세먼지가 호흡기계 질환을 악화시키고 폐 기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입자까지 차단해 주는 '황사마스크'가 각광 받고 있다.

황사마스크 매출은 그 동안 황사철인 3~4월에 반짝 집중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말부터 중국발 미세먼지가 연일 날아오면서 12월에 판매가 급증한 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유한킴벌리 크리넥스 황사마스크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동안 월평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8배나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해 황사 특수철과 비교해서도 약 4배 가까이 신장했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황사마스크 특수는 미세먼지의 지속 여부와 무관하게 적어도 3~4월 황사철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환경적 요인 외에도 대형마트 등 시중의 취급 확대로 고객들이 손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되면서 황사마스크 매출이 크게 늘었다"며 "천마스크와 황사마스크의 기능적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사용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는 점도 한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 기관지에 좋다는 음식들 매출 ‘UP’

미세먼지는 우리의 먹거리 매출에도 영향을 끼쳤다. 민간요법에서 호흡기에 좋다고 알려진 상품의 매출이 급등한 것이다. 특히 삼겹살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돼지고기의 지방이 입과 기관지에 붙은 먼지를 내려보낸다는 속설이 매출 증가로 이어진 결과다.

이마트는 지난달 14~27일 삼겹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3%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축산매출 신장률 12.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삼겹살 외에도 기관지와 목에 좋다고 알려진 도라지와 배도 미세먼지 특수를 누리고 있다. 배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0%, 도라지는 19.2% 매출이 올랐다. 알긴산이라는 성분이 미세먼지와 중금속 배출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지며 해조류를 찾는 사람도 늘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0% 뛰어올랐다.

기관지를 비롯한 호흡기 건강에 좋은 물도 많은 수요가 몰리면서 최근 2주간 생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5% 늘었다. 이마트 이종훈 마케팅팀장은 "중국발 미세먼지가 심해지자 민간요법에서 호흡기에 좋다고 알려진 상품의 매출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들은 미세먼지나 황사 이물질을 제거하는 실내 공기청정기 제품 등을 매장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자료제공=LG전자)
대형마트들은 미세먼지나 황사 이물질을 제거하는 실내 공기청정기 제품 등을 매장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자료제공=LG전자)

◆ 실내 공기청정기 '벼락 인기'

마스크·삼겹살처럼 비교적 저렴한 제품뿐만 아니라 공기청정기 등 고급 가전의 매출도 급상승했다. 특히 공기청정기는 업계의 전통적인 비수기로 꼽히는 1~2월에도 판매량이 크게 늘어났다. 롯데하이마트는 올 1월과 2월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650%, 1000%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는 매달 판매량이 전월 대비 평균 80%씩 늘었다.

이런 현상은 백화점에서도 똑같이 발생했다. 롯데백화점은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1월에는 전년 동기보다 110% 증가했고, 2월에는 23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도 2월 공기청정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71% 증가했다. 미세먼지로 인해 실내환기 자체가 불가능해진 가운데,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자구책으로 공기청정기를 선택하는 주부들이 늘어나면서 공기청정기가 ‘벼락 인기’를 끌게 된 것.

공기청정기가 비수기인 겨울에 이처럼 판매량이 대폭 상승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미세먼지 주의보가 있는 날이면 공기청정기 제품에 대한 문의가 평소보다 20~30% 늘어난다”며 “미세먼지 사태 초기에는 ‘실외에서만 조심하면 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점차 실내 미세먼지 농도 조절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미세먼지용품 '전면 앞으로'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들은 미세먼지 특수를 잡기 위해 관련 용품을 일찌감치 매장 전면에 배치하고 기획 할인행사도 늘렸다. 이는 바로 판매실적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4개월간 황사마스크 판매량은 이마트의 경우 전년동기대비 268.5% 늘었고, 롯데마트는 19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손세정제 매출도 이마트는 19.8%, 롯데마트는 23.3% 각각 늘었다.

오픈마켓도 초미세먼지 특수가 짭짤하다. G마켓은 지난 2월 황사마스크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2873%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방진마스크 매출도 368% 늘었고, 손세정제 매출 역시 172% 증가했다. 옥션과 11번가도 최근 한달간 황사용품 매출이 전년대비 4~5배 이상 늘었다.

소셜커머스는 황사용품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릴 정도다. 대형마트와 오픈마켓이 황사용품을 싹쓸이 하면서 티몬은 고급형 황사마스크와 어린이용 황사마스크가 품절된 상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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