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포텐②] 김연아 춤추게 한 반도네온 다루는 여자 ‘진선’

[스타포텐②] ‘반도네오니스트’ 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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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신인 아이돌그룹, 신인배우, 연극인, 음악인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 중에서 끼와 재능을 두루 갖췄지만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을 만나 소개한다. 일명, 스타의 잠재적 능력을 가진 이들을 발굴하는 ‘스타포텐’을 기획했다. (포텐은 potential의 줄임말로 잠재력, 가능성이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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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퀸 김연아가 탱고로 뜨겁게 안녕했다. 지난 2월 20일 소치에서는 김연아 선수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를 장식한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탱고 곡 ‘아디오스 노니노(Adis Nonino)’가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흠뻑 적셨다.


탱고 대표 악기 ‘반도네온’이 탱고 특유의 매혹적이면서도 강렬한 음색을 쏟아내며, 김연아 선수를 클라이맥스로 끌고 가자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쏟아졌다. 처연하면서도 고혹적이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무대가 마지막이라는 것에 더욱 가슴이 미어졌던 국내 팬들은 지금도 ‘아디오스 노니노’의 반도네온 선율을 추억하지만, ‘반도네온’이라는 악기는 아직 생소하다. 


김연아 선수의 멋진 고별 무대를 완성한 ‘반도네온’과 이 반도네온을 다루는 여자 ‘진선’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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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텐 1. 수줍은 진선의 한 맺힌 외침 “아코디언 아닙니다! 반.도.네.온”

“방도레, 반도니... 뭐요?” 참 낯설기도 하다. 반.도.네.온. 하지만 ‘탱고’라는 단어를 건네면 “아~”라는 애매한 답변이 돌아온다. 생소하지만 친숙한 악기, 이 반도네온을 연주하는 반도네오니스트 ‘진선’을 만났다.


간만에 봄바람이 거세게 불던 저녁, 자기 몸집만한 악기 가방을 들고 불면 날아갈 듯 여리여리, 위태위태하게 서있던 여자, 그녀는 진선이었다.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수줍어하며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아~ 네...”


‘휴, 오늘 인터뷰 쉽지 않겠구나.’


웬걸, 인터뷰를 시작하자 그녀의 반전매력이 마치 반도네온을 연주하듯 내 마음을 좁혔다 열었다. 그녀가 반도네온을 내려놓자, 화사한 원피스가 눈에 띄었다. ‘사진 촬영을 염두에 두고 한껏 멋을 낸 것일까’라는 생각에 다소 형식적인 인사말을 건넸다. 어익후, 미모가 장난이 아니시네요?


“(호호) 사실, 오랜만에 입은 원피스라 조금 어색해요. 반도네온은 주로 앉아서 몸 전체를 이용해 연주하기 때문에 무대 의상은 무조건 ‘바지’에요. 그래서 공연이나 연습 일정이 없는 날에는 치마가 왠지 끌려요. 오늘 저 좀 예쁜가요?”


반도네온은 가운데 주름져있는 바람상자 ‘벨로즈’와 양쪽 끝에 달린 버튼을 이용해 소리를 내는 악기로 일명 손풍금으로도 불린다. 왼쪽 33개, 오른쪽 38개의 버튼들은 각각 단음을 내도록 만들어져 있으며, 화음을 연주할 경우 여러 개의 버튼을 동시에 눌러 소리를 낸다. 버튼의 위치는 음계별이 아닌 불규칙적으로 배열돼 있어 피아노 식의 건반 악기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고난이도의 연주법을 자랑한다.


“아코디언과 다른 점이라면, 휴... 건드리면 툭하고 자동으로 답할 정도에요. 하지만 과정이겠죠. 반도네온이 익숙해지려면 한 분 한 분 제대로 설명해드리는 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일 큰 오해가 아코디언은 건반, 반도네온은 버튼으로 연주한다고 생각하시는데, 아코디언도 버튼 형이 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 구분지어서는 안돼요. 또 아코디언은 가슴 앞으로 메서, 반도네온은 허벅지 위에 놓고 벨로즈를 움직여요. 게다가 아코디언은 상체를, 반도네온은 전신을 사용하기 때문에 치마는 꿈도 못 꾼답니다.”


그녀에게 음악은 취미였다. 피아노를 꾸준히 치다 중학교 때 밴드 활동을 시작하며 멜로디언 연주를 했고, 17살 아코디언을 접해 20대초 CJ영페스티벌에 출전하기에 이르렀다.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당시 심사관이었던 현재 소속사 대표 박종훈 피아니스트가 자신에게 반도네온을 추천했다.


“아코디언 연주하는 모습을 보시고 인상 깊으셨대요. ‘반도네온을 배워보는 것이 어떻겠냐’라는 제안에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취미로만 여겨왔던 음악이 이제 평생 내 직업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심각하게 고민했죠. 그런데 반도네온 연주곡을 듣자마자 바로 결심했어요.”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진선은 지금 숱한 자작곡과 공연을 선보이는 어엿한 반도네오니스트로 성장했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 중심에 있었던 반도네온. 그녀에게 반도네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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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텐 2. 진선에게 반도네온은 ‘허벅지 위의 상남자’

“전신으로 연주하다보니 그런 걸까요. 반도네온은 ‘또 다른 나’이기도 해요.”


반도네온에 손 하나를 얹고 지긋이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요상하다. 십여 년 키워온 반려동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듯, 혹은 다리를 베고 누운 남자친구의 머릿결을 매만지듯 애틋하고 사랑 가득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반도네온이 항상 예쁜 짓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슬럼프도 있었죠. 많았어요. 대체 뭐부터 배워야 할지, 무엇이 부족한지 알 길이 없었고 계속 한계에 부딪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죠. 게다가 4~5kg 남짓의 반도네온을 무릎에 올려두고 까치발을 들어 연주하기 때문에 연습을 많이 한 날에는 온몸에 근육통이 생기고, 다리에 쥐가 났어요.”


진선에게 반도네온은 나쁜 남자, 상남자다. 그녀가 헤어 나오지 못하도록 빠져든 반도네온의 진짜 매력이 대체 뭘까.


“반도네온 연주를 시작하면 때로는 강렬한 탱고를 추는 여자처럼, 또는 파워풀하게 사랑을 노래하는 남자처럼. 변신할 수 있어요. 모두가 제 안에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내성적인 제 성격에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것 같아요. 제가 반도네온을 닮아가는 걸까요.”


점점 성숙해져가는 진선이다. 반도네온이 그녀를 바꿔놓은 듯도 하다. 진선과 반도네온, 이 둘의 매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반도네온을 쉬이 접하기 힘들다. 탱고의 고장 아르헨티나에서는 반도네온을 스승이나 부모로부터 물려받는다.


“취미로 시작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반도네온을 좋아하고 연주도 하는 동호회가 있다는 소리도 들어보기는 했지만, 대중과의 거리는 아직까지 먼 것 같아요. 가격도 만만치 않은데다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좋지가 않거든요. 저도 이 반도네온, 선생님한테 받았어요. 제가 반도네온과 대중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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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텐 3. 반도네온=진선, 이 둘의 ‘숨소리’를 느껴보세요

지난 2012년 12월 1집 La Puerta 이후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그녀는 자작곡 2곡씩 매달 싱글앨범을 발표하며 반도네온을 열었다 좁혔다. ‘밤의 도시’, ‘구름의 비밀’, ‘선물’ 등. 순수한 느낌의 멜로디가 동화 속 장면 하나하나를 그리는 듯하다. 그러나 피아노에게 소나타가 있듯, 반도네온에게는 탱고가 있다. 그녀에게 탱고 한 곡을 청했다.


“아이, 원피스 입었는데... 잘 될지 모르겠어요.”

(연주 : 피아졸라의 ‘아디오스 노니노’)


“많은 분들이 친숙해하시는 반도네온 탱고 곡이 ‘리베로탱고’라면, 요즘에는 김연아 선수가 선보였던 ‘아디오스 노니노’에 대한 연주 요청이 많아요. ‘아디오스 노니노’는 반도네오니스트 피아졸라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모하며 만든 곡이에요. 아디오스(Adios)는 스페인어로 ‘이별, 작별’, 노니노(Nonino)는 이탈리아어로 ‘아버지, 할아버지’라는 의미고요. 현대 음악에 익숙하신 분들은 조금 난해하게 들렸을지 몰라요. 그런데 반도네온의 거장 ‘피아졸라’의 곡은 역시나 하나같이 모두 명곡입니다.”


반도네온은 피아노와 기타, 첼로 등과 함께 연주된다. 반도네온 하나만 연주되는 일은 흔하지 않다. 그래서 더욱 귀에 세심하게 들렸던 이상한 ‘숨소리’에 대해 물었다.


“그걸 들으셨어요? 제가 관객들에게 반도네온을 더욱 잘 감상할 수 있는 팁을 알려드린다면, 바로 숨소리에요. 이 녀석(반도네온)이 꼭 사람처럼 숨을 쉰단 말이죠. 바람통을 움직일 때마다 얕고 거친 숨을 내 뱉어요. 귀를 기울이고 반도네온의 쉬쉬~ 하는 숨소리를 들으신다면, 그(반도네온)가 전하는 강렬한 멜로디가 더욱 와 닿을 거예요.”


진선과 반도네온의 숨소리는 오는 3월 26일부터 매달 마지막주 수요일마다 들을 수 있다. 


반도네온, 피아노, 첼로로 구성된 ‘진선트리오’를 결성해 활동 중인 진선은 오는 3월부터 6월까지 ‘뉴에이지’ 컨셉의 자작곡을 매달 두곡씩 선보일 예정이다. 기교 없이 선율을 강조한 음색을 선보이고 싶어 요즘 창작의 고통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혼자 카페에 가서 작업하는 것을 즐겨요. 게임도 하고, 책도 읽고, 곡 작업도 하구요, 밀린 일들을 해요. 감정 기복이 심하기 때문에 혼자 여유롭게 카페 창가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다 보면, 곡 작업도 잘 되는 것 같아요.”


수줍게 내밀었다. 모 카페 프랜차이즈 점의 쿠폰이었다. 구멍 10개가 애잔하니 뚫려있다. 혼자 처량하게 찾았을 10번의 카페. 차마 받을 수 없어 거절했더니.


“아니에요. 받으세요. (^^) 또 많이 있어요.”


참 착하다. 그러고 보니 그녀를 닮아 여리고 순수한 동화 같은 자작곡들은 사랑을 노래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사랑이야기는 없는 것일까.


“일부러 피한 것은 아니에요. 그냥 당시에 제가 하고 싶은 말, 상상했던 것들, 고민거리들이 자작곡에 담기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사랑에 대해 고민과 바람이 없는 것은 아닌데, 이상하게 반도네온을 들면 외롭지가 않은데 어쩌죠? (하하)”


반도네온이 현실의 사랑을 방해하고 있다. 그런데 큰일이다. 진선뿐만 아니라 기자까지도 반도네온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혹시 한 곡 더... (^^)


(연주 : 피아졸라의 ‘리베로탱고’)


푸- 쉬쉬~ 그녀와 반도네온이 내는 강렬한 탱고 멜로디와 함께 숨소리가 전해왔다. 애잔하면서도 강렬한 탱고 선율에 장미꽃을 문 빨간 드레스의 여인을 떠올리게 되면서 오감을 자극했다. 이렇게 때로는 감성적이면서도 때로는 터프한 매력까지. 반도네온의 무궁무진한 매력은 진선과도 닮았다.


이 여자, 진선의 스타포텐은 ‘숨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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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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