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짜깁기… '군불' 때려다가 '찬물' 부었네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보완조치, 여론만 악화

 
 
기사공유
  • 카카오톡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네이버 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공유
  • url 공유
정부가 ‘2·26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지 일주일 만에 보완대책을 내놨다. 주택 임대소득자들의 세금부담을 대폭 줄여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임대소득자에게 14%의 세금을 매기겠다는 당초 방안이 영세 임대소득자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반발을 불러일으키자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정부는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보완조치’를 확정했다. 이번 보완책에서 정부는 주택임대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하인 2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2년간 비과세하고 2016년부터 분리과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분리과세는 단일세율 14%를 적용하되 필요경비율을 60%로 높여 적용해 세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또 낮은 종합소득세율을 적용받던 임대소득자가 손해를 보지 않도록 종합소득 과세방식과 비교한 뒤 그 중 낮은 금액으로 과세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2주택 보유자의 전세 임대소득(간주임대료)에 대해선 월세 임대소득자와의 형평을 고려해 2016년부터 과세하기로 했다. 현재는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서만 과세가 이뤄지고 있는데, 과세 대상을 2주택 보유자까지 확대한 것이다.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은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밝힌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첫 후속 과제였으나 일주일 만에 보완 대책을 내놔야 할 정도로 여론만 악화시켰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5개 부처가 합동으로 마련해 발표했지만 정책이 미칠 파장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급하게 해결방안을 모색한 '탁상행정'이란 지적을 자인한 셈이다.
▲ 사진=뉴스1 정회성 기자
▲ 사진=뉴스1 정회성 기자

◆ 오락가락 대책, 시장 혼란 부추겨

당초 정부는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중 하나로 임대소득자 과세 방안 개선책을 발표했다. 골자는 임대차시장이 전세에서 월세 중심으로 바뀌면서 월세가구의 세 부담을 줄여 민생안정과 내수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책을 내놓자마자 시장에서는 '임대사업자가 세금 폭탄을 맞게 됐다'는 해석으로 바뀌어 혼선이 일었다. 2주택 이하로 연간 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소규모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세방식을 소득세와 분리해 단일세율로 매기겠다고 하면서 예시 세율로 14%를 못박은 부분이 문제가 됐다.

고소득이거나 임대용 주택을 여러채 보유한 부유층에게는 적용되지 않지만 달랑 집 한두채를 월세로 놓아 생활하는 은퇴자 등 생계형 임대사업자로서는 세율이 종전 6%에서 14%로 높아지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발표 일주일 만에 보완책을 내놓았다. 영세 임대사업자에 대해선 현행보다 세금부담을 낮추거나 비슷하게 만드는 쪽으로 제도를 재설계했다. 일주일 전의 대책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음을 인정한 셈이다.

이런 혼선은 작년 8월 세법개정 때도 있었다. 근로소득세제를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하고 세부담 증가 기준을 '연소득 3450만원 중산층'으로 발표했다가 국회와 시민단체·월급쟁이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결국 발표 3일 만에 박근혜 대통령의 '원점 재검토' 지시가 내려졌고 정부는 부랴부랴 재검토에 착수, 세부담 증가 기준을 5500만원으로 올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보완대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장수영 기자)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보완대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장수영 기자)

◆ 가려운 곳 긁어주지 못한 '의미상실 정책' 오명

부랴부랴 임대소득자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보완책을 내놓았지만 월세 세액공제를 사실상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에 대한 보완책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면세점 이하 근로소득자 520만명, 자영업자 중 사업소득세 면제자 600만명 등 1200여만명이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반면 월세 사는 고액소득자의 세액공제는 늘어나는 등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렇다 보니 "정부 대책이 집주인 세부담 경감에 치우쳐져 편향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저소득 세입자 대책을 묻는 질문에 정부는 "올해 10월부터 주거바우처가 도입돼 저소득층 97만가구를 지원하게 된다"는 말만 반복했다. 하지만 이 마저도 지원대상이 너무 협소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뿐만이 아니다. 조세 형평성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여전히 조세당국의 칼날을 비켜갈 수 있는 외국인 대상 임대사업자나 다가구주택 보유자에 대한 과세 방침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임대소득 과세 강화가 정작 고액 월세수입자들에게는 세금을 물릴 수 없는 반쪽짜리 정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오히려 부동산시장에 찬물

단계적인 절차 없이 임대소득에 대한 무조건적인 과세 방안이 마련되면서 임대시장뿐 아니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매매시장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일부 집주인들은 급하게 월세를 전세로 바꾸는 경우까지 빚어지는 등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이 부동산시장에 몰고 올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4·1대책 이후 정부는 세제혜택과 규제완화를 통해 사실상 생애최초주택구입자와 다주택자를 시장회복의 양대축으로 삼았다. 초저금리의 디딤돌대출을 시행하고 9년 만에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폐지한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임대시장에 대한 급진적인 과세 강화에 나서면서 결과적으로 다주택자들이 직격탄을 맞게 돼 일각에서는 '다주택자를 잡는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팀장은 "갑작스레 과세를 안 하던 것을 하겠다고 하니 다주택자들에게는 양도세중과를 뛰어넘는 악재나 다름없다"며 "세금은 다주택자에게 큰 부담이기 떄문에 공급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임대인들이 세입자에 세금을 전가하는 상황이 확산된다면 전반적으로 전월세시장이 불안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전월세안정화 대책은 분명 필요하지만 공급축소 영향이나 월전세 가격 상승분을 고려했을 때 전세가 불안한 현재 시점에 대책이 나와야 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 0%
  • 0%
  • 코스피 : 2617.22상승 11.3518:03 05/25
  • 코스닥 : 872.69상승 7.6218:03 05/25
  • 원달러 : 1264.60하락 1.618:03 05/25
  • 두바이유 : 107.94하락 1.5318:03 05/25
  • 금 : 1846.30하락 19.118:03 05/25
  • [머니S포토]'오차범위 내 접전' 속 열린 이재명·윤형선 방송토론회
  • [머니S포토] 국정원장 인사청문회, 의견 나누는 '김규현'
  • [머니S포토] 국회 법사위, 첫 차별금지 공청회…국민의힘 전원 불참
  • [머니S포토] 제74회 국회 개원 기념식, 국민의례하는 박병석 의장
  • [머니S포토]'오차범위 내 접전' 속 열린 이재명·윤형선 방송토론회

칼럼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