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소중량 자전거가 '무거워서 문제'인 이유

[머니바이크 에세이]신병철의 메커니즘

 
 
기사공유
  • 카카오톡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네이버 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공유
  • url 공유
편집자주|머니바이크에 개인이동수단 메커니즘 칼럼이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는 창조를 향한 개발자들의 도전을 역사로 남겨드리기 위함입니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고 기록하면 진정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 당신의 아이디어를 '진실한 기록'으로 남겨드릴 수 없게 될까 두렵습니다. 창조는 그것을 목표로 삼는 순간부터 고난의 연속일 것임을 이해합니다. 머니바이크는 그런 고난의 성과물을 인류의 소중한 기록으로 남겨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에이바이크 성능시험품(2002년경)
본 시험품은 에이바이크의 본격적인 개발에 앞서 제품화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다. 확인 대상은 두 가지로서 ①목표된 사이즈의 바퀴로 보통 자전거의 속력을 낼 수 있어야 하고 ②목표된 총질량의 프레임으로 탑승자의 체중을 버틸 수 있어야 했다./사진=알렉스 칼로그룰리스
에이바이크 성능시험품(2002년경) 본 시험품은 에이바이크의 본격적인 개발에 앞서 제품화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다. 확인 대상은 두 가지로서 ①목표된 사이즈의 바퀴로 보통 자전거의 속력을 낼 수 있어야 하고 ②목표된 총질량의 프레임으로 탑승자의 체중을 버틸 수 있어야 했다./사진=알렉스 칼로그룰리스
지난 칼럼(<a href="http://bike.mt.co.kr/articleView.html?no=2014030712215260500&sec=korea" target=_new>자전거 '폴딩 메커니즘' 발명의 어려움, 그리고 창조경제</a>)에서 에이바이크 이용자들의 '무게에 대한 불만'을 언급했더니, "에이바이크는 무게가 문제가 아니라 조향성과 승차감이 문제다"는 독자의 의견이 있었다. 충분히 있을 법한 반론이고 어떤 부분에선 동의한다. 그러나 자신만의 창의적 디자인이나 메커니즘의 개발에 공들이는 독자라면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에이바이크가 왜 무거워서 문제인지'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겠기에 조금 더 상세히 설명해본다.

<b>에이바이크 디자인 콘셉트</b>

2004년에 처음 디자인이 공개된 '싱클레어 에이바이크(Sinclair A-bike)'는 콤팩트한 폴딩 메커니즘과 5.5kg의 초경량 특성으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누구도 부정할 수 없던 이 혁신적 디자인의 성과물은 '매우 작은 바퀴'의 선택으로 가능한 것이었다.

그 선택에는 천재적인 설계 엔지니어(Design Engineer) 알렉스 칼로그룰리스(Alex Kalogroulis)의 도전정신이 깃들었다. 그는 매우 작은 바퀴를 선택함으로써 통상적인 자전거 수준의 조향성과 승차감을 내던져버렸던 것이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알렉스가 내던진 기능성'을 이유로 에이바이크의 단점을 논하는 현상은 실은 아이디어 스케치 단계에서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다.

<b>혁신의 목표</b>

${IL02}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기본적'이라고 꼽는 자전거의 주행성능을 과감하게 포기한 디자이너의 목표의식을 살피자면, 그걸 단점으로 꼽는 이들은 에이바이크의 목표고객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알렉스는 애초부터 이 '조그만 자전거로 이동하는 기쁨'을 그들과는 공유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한편 에이바이크가 출시되었을 때, 국내에는 수천 명의 회원수를 가진 마니아 모임이 존재했다. 조막만한 바퀴에서 비롯된 최악의 주행성능은 동호인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줄 뿐이었으며 아무도 그것에 불평을 늘어놓지 않았다. 이들이 에이바이크의 목표고객이다.

단체활동이 지속되던 중, 동호인들의 불만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됐다. 첫째, 전용 가방까지 있지만 들어서 휴대하기엔 너무 무겁다. 둘째, 후방튜브(안장이 결합된 프레임의 뒷부분)가 너무 쉬이 파손된다.

<b>디자인 콘셉트의 오류</b>

에이바이크에 수년간 관심을 두어온 이들은 바퀴 사이즈의 변화를 알 것이다. 6인치에서 8인치로 늘었다. 여기서 많이들 오해할 부분은 이 설계변경의 '이유'다. 주행성능을 개선하고자 바퀴를 키웠다고 추측하는 이들이 많겠으나, 이를 통해 심각성이 호전된 것은 위에서 동호인들의 '두 번째 불만'으로 정리된 후방튜브 크랙(깨짐) 현상이다.

그럼 첫 번째 불만은 어떻게 해소되었을까? 에이바이크는 반만 접어서 끌고 다니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펼쳐놓아도 꽤 작은 사이즈라서 그대로 가지고 전철에 올라도 주변사람들에 피해를 줄 일은 없었다. 들어서 휴대하지 못한다고 이용자들에게 커다란 제한을 주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바로 이 점이 중요한데, 이 불만은 해소되지 못하고 이용자들로 하여금 강제로 '이해'되었다.

에이바이크와 휴대를 위한 전용가방(2007)
가방의 측면 지퍼를 열어 숨겨진 주머니를 펼친 후 자전거를 넣을 수 있는 구조다. 이 가방에 넣기엔 에이바이크가 너무 예쁜 자전거라는 의견들이 많았다./사진=Amuro Lee(홍콩)
에이바이크와 휴대를 위한 전용가방(2007) 가방의 측면 지퍼를 열어 숨겨진 주머니를 펼친 후 자전거를 넣을 수 있는 구조다. 이 가방에 넣기엔 에이바이크가 너무 예쁜 자전거라는 의견들이 많았다./사진=Amuro Lee(홍콩)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오로지 '들어서 휴대'할 목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공기주입식 타이어를 장착하게 된 에이바이크는 들어서 휴대가 가능하다는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기가 어색한 상황이다. 이용자들은 에이바이크도 '끌어서 휴대'하기를 선호한다. 개발자는 광고문구로 내세운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자신을 미루어 짐작컨대, 에이바이크 애호가를 자처하면서 '떨어지는 주행성능'을 문제로 지적하는 이는, 실은 에이바이크가 더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함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일 게다. 그러나 바퀴가 더 커져서 주행성능이 단번에 개선되면 더 이상 애호가임을 자처하기 싫어질지도 모른다. 나는 8인치도 싫다.

<b>작은 바퀴를 향한 도전과 애환</b>

고리타분한 메커니즘 칼럼에 댓글이 달리는 것을 보면 아마도 '위인에 대한 뒷담화'를 끼워 넣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마크 샌더스 이야기를 조금 더 들려드리기에 앞서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작고 세련된 이미지를 떠올리게끔 하는 자전거인의 단어, '미니벨로(mini-velo)'는 출처가 불분명한 신조어로서 주로 아시아에서만 사용된다. 세계적으로 'minivelo'보다 'A-bike'가 더 유명한 단어일 정도다.

그래서였을까. 스트라이다는 탄생 후 15년이 넘도록 흡사 히피처럼 유럽 전역을 떠돌며 현지 자전거인들의 따가운 눈총 혹은 조롱을 받았다. 누가 봐도 독특한 삼각형 프레임은 몰튼과 브롬튼이 구축한 작은 바퀴 시장의 한쪽 구석을 차지함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스트라이다는 발명자에게 기나긴 고난을 안겨주었다.

장면이 바뀌어 출시 20년 뒤, 한국의 동호회원들을 만난 자전거 개발 역사상의 거인은 감격에 찬 눈빛으로 이런 말을 되풀이 한다. "황공한 마음입니다(영국에서 이것은 여왕으로부터 작위를 하사받을 때 어울릴 표현이다). 제가 발견한 새로운 가능성을 인정해주고 저의 발명품을 즐겁게 사용해주시는 한국의 스트라이다 이용자들에게 너무도 감사드립니다." 그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함에도 동호회원들의 건배제안에 연거푸 소주잔을 들이켰다. 곁에서 보기에 그는 자신의 발명품보다 스트라이다 동호회원들이 더 소중한 눈치였다.

자, 고객들만 놓고 보면 대한민국은 '준비된 땅'이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이 자신의 창작에 조금만 더 솔직해지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새로운 가치를 선보이기만 한다면 당신의 이웃이 당신의 창조물과 사랑에 빠지는 건 시간문제다.

[<a href="http://bike.mt.co.kr/articleView.html?no=2014030712215260500&sec=korea" target=_new>관련 칼럼-자전거 '폴딩 메커니즘' 발명의 어려움, 그리고 창조경제</a>]

 

  • 0%
  • 0%
  • 코스피 : 3208.99상승 68.3618:03 01/25
  • 코스닥 : 999.30상승 19.3218:03 01/25
  • 원달러 : 1100.70하락 2.518:03 01/25
  • 두바이유 : 55.41하락 0.6918:03 01/25
  • 금 : 55.20하락 0.2918:03 01/25
  • [머니S포토] '전기차 손쉽고 빠르게 충전하세요'
  • [머니S포토] 서울시장 출마 선언 하루 앞둔 박영선, 스마트 슈퍼 방문
  • [머니S포토] 배달 라이더 찾아간 '오세훈'
  • [머니S포토] 4.7 재보궐, 우상호가 꿈꾸는 서울 모습은
  • [머니S포토] '전기차 손쉽고 빠르게 충전하세요'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