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공룡' 뛰어드니 정수기시장 지각변동?

춘추전국시대 '물' 시장/ '정수기 달린' 냉장고로 빅3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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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장을 만들려는 자와 이미 구축한 시장을 지키려는 자 간의 싸움이 시작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형 가전업체와 정수기업계 '빅3' 간 미묘한 신경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냉장고와 정수기를 융합한 프리미엄제품군을 앞다퉈 선보이는 상황. 냉장고에 정수기를 탑재한 제품은 10여년 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스파클링 냉장고', '정수기 냉장고' 등 특정 카테고리를 규정해가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 들어서다.

이를 지켜보는 정수기업계의 심기는 불편하다. 코웨이와 청호나이스, 동양매직 등은 정수기 융합형 냉장고에 대해 '팔리면 얼마나 팔리겠냐'며 냉소를 던지면서도 이들 제품이 시장에 새로운 트렌드로 정착되는 건 아닐지 예의주시하는 눈치다. 벌써부터 삼성이 탑재한 스파클링 워터 제공 기능을 도입하려는 정수기 제조업체도 등장했다.
 
LG전자 정수기냉장고
LG전자 정수기냉장고
삼성전자 지펠스파클링냉장고
삼성전자 지펠스파클링냉장고

◆삼성·LG의 이유있는 '욕심'

국내 정수기 보급률은 렌털서비스의 확대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따르면 2012년 정수기시장은 코웨이가 약 50%, 청호나이스가 14%, 동양매직이 4%를 점유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 구도로 봤을 때 삼성·LG전자가 정수기 기능이 내장된 제품으로 기존 정수기업체들의 아성을 무너뜨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LG전자가 지난해 발표한 고객니즈 조사결과에 따르면 아직 정수기를 사용하지 않는 고객 10명 중 6명은 정수기 구입 의사가 있다고 답했지만, 300만~400만원을 주고 냉장고를 교체하면서까지 정수기를 구매하려고 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정수기시장에서는 대기업도 '골리앗'이 아닌 '다윗'이 된다. 실제로 LG전자가 지난해 9월 정수기와 양문형 냉장고를 결합해 출시한 'LG 디오스 정수기 냉장고'는 현재 월 1000대씩 팔리고 있다. 1년치로 단순 환산하면 1만2000대다. 이 회사의 정수기 연 판매량의 약 1/5 수준. LG전자 정수기의 연 판매량은 5만~6만대 정도(업계 추산)다. 코웨이와 청호나이스, 동양매직의 연 판매대수(렌탈+일시불 판매)가 각각 약 65만대, 20만대, 25만대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삼성전자가 올해 초 출시한 '스파클링 냉장고'의 경우 북미시장에서 월 1000대 정도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내에서는 얼마나 팔리는지 공개된 바 없다. 이 제품은 정수된 물과 얼음에 탄산수까지 마실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한 냉장고다.

그렇다면 '효자'제품군도 아닌 정수기·냉장고 융합형 제품군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체된 국내 냉장고시장에서 숨통을 틔우고, 기존 빅3업체들이 쉽게 자리를 내주지 않는 정수기시장을 뚫기 위해 아예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버리는 전략을 펼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의 관심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정수기·냉장고 융합형제품의 단순 판매대수에 있다기보다는 과연 이들 제품이 새로운 시장을 주도할 것인지, 그리고 기존시장에 어느 정도의 파급력을 가져올 것인지에 집중된 모습이다.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메이저 회사로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냉장고와 정수기가 컨버전스(융합)된 복합기기가 당장은 판매가 미미할지 모르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워낙 새로운 제품을 빨리 받아들이는 편이라 이러한 제품이 시장에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수기업계 관계자는 "융합형제품, 스파클링제품은 현재로서는 판매대수가 적어도 업계를 긴장시킬만한 요인이 된다"며 "고객니즈 변화에 대해 계속 주시하고 있는데 이들 제품이 우리 사업영역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거나 신규시장이 구축되는 양상을 보이지는 않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객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정수기 관리비용도 회사 측에는 적지 않은 수익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경우 소비자가 정수기 관리서비스에 1년간 가입할 경우 월 1만9800원을 부담해야 한다(의무기간 없음). LG전자 측이 월 1000대의 정수기 냉장고를 판매할 때마다 연간 약 2억3700만원(1년 서비스 가입 시, 1000대×1만9800원×12개월)의 현금 수익이 생기는 셈.

이에 반해 삼성전자는 '스파클링 냉장고' 필터관리서비스를 따로 제공하지 않는다. 탄산 실린더 교체비용은 2만4000원이며, 교체하려면 소비자가 '스파클링 냉장고'에 설치된 탄산 실린더를 제조한 소다스트림사에 직접 주문해야 한다. 3단계로 탄산농도를 설정해 놓으면 200잔 정도의 탄산수가 제조되며(1일 탄산수 100㎖ 섭취 가정 기준), 이 상태에서 하루 3잔의 탄산수를 마시면 약 한달 보름마다 탄산 실린더를 교체해야 한다.
 
코웨이 스스로살균 정수기(위)와 이과수 얼음정수기 티니.
코웨이 스스로살균 정수기(위)와 이과수 얼음정수기 티니.
◆스파클링, 정수기시장 뉴 트렌드 될까

정수기업계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삼성의 '스파클링 냉장고'다. 정수기·냉장고 융합형제품은 기존에도 존재했지만 탄산수가 나오는 제품은 전혀 새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탄산수를 먹는 문화가 국내에서도 생기기 시작했다"며 "시장반응이 좋으면 '스파클링 냉장고'의 기능을 하위 냉장고에도 도입하는 등 라인업을 강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탄산수가 나오는 냉장고'에 대한 기존 정수기업계의 반응은 둘로 갈린다. 새로운 트렌드로 받아들일 만하다는 것과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위닉스는 '탄산수 냉장고'가 틈새시장을 파고들 것으로 판단, 이미 탄산수가 제공되는 정수기 개발에 돌입했다. 올 여름 신제품 발표회에서 해당 제품을 렌탈이 아닌 일시불 판매 전용제품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위닉스는 이를 통해 자사 생활가전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수익을 다변화할 방침이다.

반면 다른 정수기업계 관계자는 "탄산수 제조기는 시중에서 싸게는 10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비싸야 4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데 소비자들이 탄산수를 마시려고 탄산수 냉장고나 정수기를 사겠느냐"며 "게다가 국내는 아직 탄산수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탄산수가 나오는 제품을 내놓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언급했다.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수연
김수연 newsnews@mt.co.kr  | twitter facebook

'처음처럼'을 되뇌는 경험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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