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자식들' 악플러, 5가지 유형

IT강국의 민낯 '악플 공화국' / 루머 양산·신상 털기 등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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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악플'(악성댓글)이라는 '악성코드'에 감염됐다. 어린 학생들을 포함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로 전국민이 비탄에 빠진 상황에서도 이 악성코드는 끈질기게 생명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판사의 망치에 두드려 맞고 '위헌'을 선고 받은 '인터넷 실명제'까지 해결책으로 다시 거론된다. 하지만 '악플'로 멍든 한국사회를 치료할 '백신'으로 사용하기엔 부작용이 너무나 크다. <머니위크>는 세월호 참사로 다시금 불편한 존재감을 드러낸 악플의 영향력과 문제점, 그리고 그에 대항할 '진짜 백신'을 여러 각도에서 모색했다.

 
세계에서 온라인 커뮤니티가 가장 활성화된 대한민국. 하지만 찬란한 명성 뒤에는 '악성댓글의 천국'이라는 오명도 있다.

일부 누리꾼의 악성댓글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그로 인한 피해사례가 급증하고 있으며 그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악성댓글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자고로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고 했다. 악성댓글의 유형을 5가지로 구분해 그에 따른 피해사례를 살펴봄으로써 악성댓글의 실태와 문제점을 파헤치고자 한다.



◆ 아님말고형 = 근거없는 루머, "일단 쓰고 보자"

'아님말고형'은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소문이나 루머 등을 기반으로 작성한 댓글이다. '유명 연예인 A양은 학창시절 날라리였다', '배우 B양이 톱스타 C군과 동거 중이다' 등이 바로 그것. 허위에 근거한 악성댓글은 마치 사실인 양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삽시간에 확산된다. 이로 인한 피해자들의 심적고통은 좌시할 만한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실제 지난해 2월 사망한 5인조 그룹 울랄라세션의 리더 임윤택은 활동 내내 '아님말고형' 악성댓글에 시달렸다. '암에 걸린 게 맞느냐'는 식의 암 투병 의혹을 제기하는 댓글이었다.

이 같은 악성댓글은 결국 2차 피해로 확산된다. 앞서 2007년 1월과 2월 가수 유니와 배우 정다빈이 성형과 관련된 악성댓글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듬해 10월에는 국민배우 최진실이 자살했다. 최진실은 절친 개그우먼 정선희의 남편 안재환의 자살과 관련한 '아님말고형' 악성댓글에 괴로워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 배아파형 = 남의 행운, "배 아파"

'사촌이 논을 사면 배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다른 사람의 성공이나 행운을 배 아파하는 못된 근성은 결국 악성댓글로 변질되고 있다. 바로 '배아파형' 악성댓글이다.

'배아파형' 악성댓글의 피해자는 대부분 연예인이나 정치인과 같은 공인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지난 2007년 SBS 예능프로그램 <스타킹>에 나왔던 일반인 출연자 D양이 대표적인 피해자다. 체중 40kg을 감량한 사연으로 출연했던 D양은 당시 패널로 함께 참여한 인기그룹 멤버와 찍은 사진이 인터넷 등에 퍼지며 악성댓글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했다. 당시 고인의 주변인들은 D양이 '지방흡입 수술을 받은 것 아니냐', '그룹 멤버와 왜 사진을 찍냐' 등의 악성댓글과 비난에 시달려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심지어 선행을 해도 '배아파형' 악성댓글의 공격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 실제 가수 김장훈과 배우 문근영은 기부활동이 드러나면서 누리꾼들로부터 '가족한테나 잘해라', '착한 척한다', '몸값 올리기 위한 언론 플레이' 등의 악성댓글에 시달린 바 있다.


◆ 사회매장형 = 한번의 실수, 끝까지 물고 뜯는다

댓글은 사회현상에 대한 비판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옳지 못한 것에 대한 네티즌들의 따끔한 질책은 보는 이의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 준다. 하지만 몸에 좋은 약도 과하면 독이 되는 법. 수위를 넘어선 지나친 비난은 악성댓글로 변질된다. 바로 '사회매장형' 악성댓글이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차세대 에이스로 꼽히며 주목받았던 신인투수 E씨도 '사회매장형' 악성댓글로 인해 결국 유니폼을 벗게 됐다. E씨는 고교시절 전국대회 28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스카우터의 관심을 받을 정도로 촉망받는 기대주였다. 하지만 학창시절 비행을 저질러 소년 감호시설에서 보호감호를 받았던 과거가 밝혀지며 누리꾼들의 집중포격을 받았다. 결국 구단 측에 "더 이상 야구를 못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야구계를 떠난 E씨. 당시 김성근 SK 와이번스 감독은 "재능이 너무 아깝다"며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룹 2PM의 리더로 인기가도를 달렸던 가수 박재범도 연습생시절 한국과 한국인을 비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누리꾼들의 분노를 샀다. 당시 누리꾼들은 '한국이 싫으면 미국으로 가라', 'TV에서 보고 싶지 않다', '양키 고 홈', '제2의 유승준이 될 것' 등 격한 댓글을 퍼부었고 결국 박재범은 그룹을 탈퇴한 후 시애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어그로형 = 관심받고 싶어서 무작정 '악플'

다른 사람을 공격하기 위한 악성댓글만 있는 게 아니다.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을 모으기 위한 일명 '어그로형' 악성댓글도 있다. 어그로는 'aggressive'(공격적인)에서 유래한 인터넷 신조어로 최근에는 상대방을 도발해 분노를 이끌어내는 상황 전반에 대해 '어그로를 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어그로형' 악성댓글은 관심을 끌 수만 있다면 댓글을 작성한 자신이 공격을 당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게 특징이다.

지난 2월17일 10명이 목숨을 잃은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에 대한 댓글이 대표적이다. 사고 당시 부산외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가 진행됐다는 사실을 접한 일부 누리꾼들은 대학서열을 거론하며 '입학식을 하기도 전에 SKY를 보내줬다', '50명은 깔려서 못 찾는 중인데 50명은 추가 합격되는 건가?' 등의 무개념 댓글을 남겨 논란이 됐다.

지난 2012년 아동성범죄 사건 소식을 전한 기사에는 '부럽다', '제2의 유영철이 되길 기대한다' 등의 악성댓글이 게재돼 다른 누리꾼들의 집중공격을 받기도 했다.
 
◆ 지역감정 조장형 = 홍어·과메기에 지역색 입혀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들을 무조건 정치적 입장에서 각을 세우고 비방하며 지역감정으로 몰고가는 악성댓글도 있다.

지역감정 조장 등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보수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는 특히 호남지역 비하 글이 많기로 유명하다. 게시글에는 여지없이 '홍어들'(전라도 사람을 비하하는 말), '명불허전 7시 지역'(7시 방향에 있는 전라도 비하) 등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악성댓글이 달린다.

반대성향의 누리꾼들이 모여 있는 '오늘의 유머'(오유)에는 '과메기 냄새'(경상도 비하), '고담 대구'(영화 배트맨에 등장하는 사고 많은 도시를 대구에 비유) 등의 경상도 비하 게시글과 악성댓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밖에 영화 <건축학개론>을 통해 '국민 첫사랑'으로 등극한 그룹 미쓰에이 멤버 수지도 지역감정 조장형 악성댓글에 상처받았다. 한 누리꾼은 전라도 광주 출신인 수지의 SNS로 '홍어'라는 멘션과 함께 성희롱 합성사진을 보냈고 이는 악성댓글로 이어졌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병화 mttime@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위크 김병화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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