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동반성장 꼴찌' 예약?

CEO In & Out /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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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8년 9월 어느날, 삼성물산 홈플러스 1호점인 대구점이 첫돌을 맞이한 날 도성환 대구점장은 이승한 대표로부터 구두 한 켤레를 선물 받았다. 구두가 닳도록 현장을 뛰어다니라는 의미가 담긴 선물이었다. 신임 점장이 최고경영자(CEO)로부터 구두를 선물 받는 것은 이때부터 홈플러스의 전통이 됐다. 첫 구두의 주인공인 도성환 대구점장은 15년 뒤 홈플러스의 새로운 수장이 됐다.

도성환 사장은 지난해 5월15일 홈플러스 신임 대표로 취임했다. 홈플러스 창사 기념일과 같은 날이다. 그는 이날 인천 무의도 홈플러스 연수원에서 열린 창사 14주년 기념행사 겸 취임식에서 한가지 약속을 했다. “지역사회와 동반성장을 하겠다”는 각오였다.

◆지켜지지 않는 상생 약속

히지만 1년이 지난 현재 그가 했던 약속은 아직까지도 약속으로만 남아있다. 오히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도 사장의 사업무대가 됐고 동반성장 약속은 그에게 뒷전이었다.

홈플러스는 유통업계에서 가장 많은 신규 매장을 출점하며 전통시장 상인들의 거센 반감을 샀다. 도 사장이 경영권을 쥔 뒤에도 경영방식은 바뀌지 않았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 등 정부가 추진하는 동반성장을 외면하고 신규 매장 늘리기에만 몰두해 ‘골목상권 침해의 대표주자’라는 오명까지 안았다. 그는 취임 후 경산점과 오산점, 인천청라점, 남현점, 상봉점 등 신규 출점을 강행했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상생 실천을 위해 신규 출점을 자제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행보였다.

올해도 '동반성장 꼴찌' 예약?

도 사장은 지난해 상생경영 낙제점을 받았고 지난해 10월 국정감사는 그를 호출했다. 하지만 그는 국감이 시작된 다음 날 해외출장을 떠나며 출석을 회피했고 미국에서 사회공헌활동 성공사례를 발표하는 모습을 보였다.

며칠 뒤 귀국한 도 사장은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신규 출점에 대해 집중 추궁을 받자 “동반성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시 약속했다. 하지만 이 말도 결국 '공염불'이 됐다. 앞서 도 사장은 미국 보스턴대학교의 홈플러스 경영사례 발표 자리에서 “향후 10년간 국내에서 5000개 매장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외면하고 홈플러스의 몸집불리기를 강조한 것. 국감에서의 답변과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에 비난과 질책이 쏟아졌지만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홈플러스 365 등 그의 문어발식 확장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특히 홈플러스는 2년 연속으로 동반성장위원회로부터 동반성장지수 최하위 점수를 받았음에도 오히려 신규 출점에 나서는 등 동반성장의 흐름에 역행했다. 지난 2011년에는 롯데쇼핑과 이마트가, 2012년에는 롯데마트가 양호 등급을 받아 선방한 반면 홈플러스는 2011년과 2012년 모두 최하 등급인 ‘개선’ 판정을 받았다. 올해는 6월 중에 동반성장지수가 발표될 예정인데 1년 동안 거둔 도 사장의 상생 성적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당 근로계약 꼼수경영

도 사장이 지난 1년 동안 구설에 오른 것은 동반성장에 대한 외면 뿐이 아니다. 부당 근로계약으로 이득을 챙기며 노동력을 착취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것. 지난해 12월 말 홈플러스 비정규직 노조는 “0.5시간제 도입으로 7.5시간을 근로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연장 수당 없이 8시간 넘게 일하고 있다”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도 사장은 이른바 ‘점오계약’ 문제를 놓고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올해 초까지 극심한 마찰을 빚었다. 점오계약은 하루 0.5시간 단위로 근로계약이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홈플러스는 1만5000여 비정규직 근로자와 4시간, 4.5시간, 5시간, 5.5시간, 6시간, 6.5시간, 7시간, 7.5시간 등으로 계약을 맺고 있다.

문제는 7.5시간으로 계약한 비정규직 직원들이다. 8시간 넘게 근무를 했음에도 연장수당을 받지 못하자 노사 간의 갈등은 심화됐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근무를 하다보면 오버타임이 될 수도 있는데 이를 일일이 다 맞춰줄 수는 없다”며 “원칙적으로는 연장근무로 인한 수당을 받을 수 있는 매뉴얼도 있지만 신청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항변했다. 당시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연장근무 수당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결국 노조는 총파업을 목전에 두고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해 우려했던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0.5시간 계약제 폐지'라는 결과를 이끌어내면서 교섭에 잠정 합의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오는 2016년 3월31일까지 30분 단위 계약제를 완전 폐지하기로 했다. 취임 2주년을 맞은 도 사장이 올해는 어떤 경영행보로 홈플러스를 견인할지 궁금해하는 시선이 많다.

도성환 사장이 풀어야할 두가지 숙제

지난해 홈플러스는 성장세가 급격히 꺾였다.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규제가 강화되면서 홈플러스가 롯데마트에게 업계 2위 자리를 내준 것. 상대적으로 국내 매장이 많은 홈플러스는 전체 매출의 30%를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롯데마트보다 타격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도성환 사장은 신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도 사장은 이를 위해 편의점인 ‘홈플러스 365’를 확장하며 사업모델을 다양화하고 있다. 기존 편의점업계의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점포수를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도 사장이 풀어야할 또 하나의 숙제는 이승환 회장의 그림자를 지우는 일이다. 앞서 삼성물산 유통사업부문 대표 기간을 포함해 16년간 '장기집권'한 이 회장의 색채를 아직 벗겨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영국 테스코 본사 역시 도 사장의 시대를 기다리고 있지만 이 회장의 자리가 여전히 커보인다.

업계에서는 도 사장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무성하다. 도 사장은 창사 기념식에서 ‘도성환 체제’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며 2주년에는 다른 분위기를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그가 어떤 분위기로 홈플러스를 이끌어가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것이다.


☞ 프로필 ▲음력 1955년 출생 ▲1981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삼성물산 심사과 입사 ▲1995년 삼성물산 유통부문 인사팀장 ▲1997년 삼성물산 홈플러스 대구점장 ▲2004년 홈플러스 마케팅부문 전무 ▲2005년 홈플러스 기획마케팅부문 부사장 ▲2008년 홈플러스테스코 대표이사 ▲2011년 테스코 말레이시아 최고경영자 ▲2013년~ 홈플러스 대표이사 사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성필
박성필 feelps@mt.co.kr

산업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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