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보다 비싼' 전세 중개수수료, 바로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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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식교육 때문에 이사를 결심한 은모씨(49). 자신이 살고 있던 서울 중랑구 집을 세놓고 지난달 송파구 잠실A아파트 전용면적 94㎡를 4억7000만원에 전세계약하면서 중개수수료로 250만원을 냈다. 그런데 이는 비슷한 가격대의 아파트를 살 때 냈던 중개수수료보다도 80만원 가까이 비싼 수준. 그나마 이마저도 중개업소와 여러차례 합의 끝에 100만원가량 깎은 것이었지만 은씨는 왠지 모르게 씁쓸했다.

#2 최근 직장을 옮긴 심모씨(32)는 근처 오피스텔을 알아보던 중 전셋값 2억5000만원에 나온 곳이 마음에 들어 계약을 하러 중개업소에 갔다가 금세 마음을 바꿨다. 200만원에 가까운 고액의 중개수수료 때문이었다. 중개사는 반값에 해주겠노라고 말했지만 당장 한푼이 아쉬운 심씨는 비슷한 가격대의 빌라나 다세대주택(원룸)을 알아보기로 했다.

은씨와 심씨처럼 전세지만 매매보다, 주거용오피스텔이지만 일반주택보다 2배가량 비싼 중개수수료를 치러야하는 '납득이 안 가는' 상황을 겪는 일이 앞으로는 개선될 전망이다. 10년 넘게 논의만 반복되던 중개수수료율이 최종확정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수술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여느 때처럼 공인중개사의 적잖은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현실에 맞게 재정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이번 만큼은 달라 보인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14년 만에 수술대 오른 중개수수료

지난 11일 국토교통부는 오는 8월까지 부동산 중개수수료율 개편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국토부가 중개수수료 체계를 손보는 것은 2000년 이후 14년 만이다. 개편안이 마련되면 이해당사자인 공인중개사들과의 의견 조율을 거쳐 9월께 최종 개편안이 나올 예정이다.

이처럼 국토부가 중개수수료율 조정에 나선 까닭은 최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전세 중개수수료가 매매를 웃도는 이른바 '역전현상'이 자주 빚어진 데 따른 것이다.

현행 주택 중개수수료율은 매매의 경우 ▲5000만원 미만 0.6% ▲5000만원 이상~2억원 미만 0.5% ▲2억원 이상~6억원 미만 0.4% ▲6억원 이상 0.9% 이내에서 정하도록 돼있다. 임대차는 ▲5000만원 미만 0.5% ▲5000만원 이상~1억원 미만 0.4% ▲1억원 이상~3억원 미만 0.3% ▲3억원 이상 0.8% 이내다.

이 같은 중개수수료율은 법률상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하도록 돼있지만, 현재 전국이 서울과 마찬가지로 국토부의 가이드라인을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게 현실이다. 이에 국토부는 중개수수료 개편과 함께 시도 조례가 아닌 시행규칙으로 명시해 통일안을 제시하는 부분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개편방안으로는 우선 매매와 전세거래 간 중개수수료 역전현상 해소가 있다. 최근 전세수요가 크게 늘어난 3억원 이상~6억원 이하 구간이 그 대상이다. 이 구간의 전세 수수료율은 최대 0.8% 이내로 2억원 이상~6억원 미만 구간의 매매 중개수수료율인 0.4%의 두배에 달한다. 통상 전세는 2년마다 재계약하기 때문에 현행과 같은 수수료율은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전세뿐 아니라 주택가격도 10년 사이 대폭 상승한 현실을 감안해 거래액 구간 자체도 상향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무조건 수수료율을 낮추기보다는 최고액 구간을 수정하는 방안이 최선책으로 거론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최근 언론을 통해 중개수수료가 낮아질 것이라는 추측성 기사가 남발하는데 아직 정해진 것은 하나도 없다"며 "국토부 측에 안을 제출하기 위해 우리 쪽에서도 연구용역을 맡긴 상태고, 이후 다양한 합의점을 도출하면 2~3개월 뒤에나 대략적인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주거용으로 쓰이지만 상가와 같은 주택 외 건물로 분류돼 높은 요율이 적용되는 오피스텔의 중개수수료도 손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택의 경우 전세가격 1억원 이상~3억원 미만은 중개수수료가 0.3%, 최대 90만원을 넘을 수 없게 돼있지만, 오피스텔은 최대 0.9% 이내를 적용한다. 1억원 전세의 경우 주택과 오피스텔의 중개수수료가 각각 30만원과 90만원으로 3배나 차이나는 셈이다.

문제는 실제 주거용과 업무용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오피스텔은 건축법상 업무시설이지만 2009년부터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준주택' 개념이 도입되면서 수익형부동산의 대명사로 각광받아 왔다. 주거용으로 등록하면 실익이 적다보니 임차인을 받아 주택으로 사용하면서도 업무용으로 신고하는 편법이 만연한 상태다. 이 부분은 단순히 중개수수료 요율만 건드려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어서 주거용과 업무용을 구분 짓는 법률이 새로 개정되는 식의 보완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개업계 설득이 최우선 과제

중개수수료 개편의 최대 변수는 역시 공인중개사들의 반발이다. 전국 8만2000여명의 공인중개사들은 자신의 생업과 직결되는 만큼 조금이라도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방향으로 요율이 바뀔 경우 적극 반대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11월 서울시의회가 전세 중개수수료 60% 인하방침을 추진했을 때도 부동산중개업계가 강력히 반발해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서울시의회가 발의한 개정안은 전세계약금 1억원 이상~4억원 미만은 0.3%, 4억원 이상~6억원 미만은 0.25%로 구간을 세분화하고 중개수수료율을 낮추는 내용을 담았다. 1억원 이상~4억원 미만의 경우에는 기존에 없던 한도액 100만원도 설정했다. 서울시의회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최고 3분의 1 수준으로 전세 중개수수료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당시 중개사협회는 "부동산시장이 장기간 침체되고 연 32만여명의 공인중개사가 배출되는 등 중개사무소가 과다경쟁인 상황"이라며 "소비자도 과거와 달리 중개수수료율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규정의 절반 수준의 수수료를 받는 것도 어렵다"고 반발했다.

중개사협회는 또한 우리나라의 중개수수료율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덧붙이며 개정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매매 기준 미국은 4~6%(매도인), 일본 3%(쌍방합계), 중국 2.5~2.8%(쌍방)으로 국내 0.9%(쌍방)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것.

시간이 지난 지금도 현장의 목소리는 별반 다르지 않다. 서울 강남구 학동의 H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 같이 경기가 어려울 때 중개수수료를 할인해주지 않는 곳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가뜩이나 최저가 없이 상한선만 있어 중개업이 쉽지 않은 마당에 법 개정으로 수수료율이 더 낮아질까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노재웅
노재웅 ripbird@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주간지 <머니위크> 산업부 기자. 건설·부동산 및 자동차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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