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뉴타운 비상구, '투트랙'으로 통할까

박원순 2기, 뉴타운 출구 찾을까 / 추진·해산지역 맞춤형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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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구포신'(除舊布新). '묵은 것은 없애고 새 것을 펼치라'는 뜻의 사자성어다. 2년 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른바 '뉴타운 출구전략' 카드를 꺼내면서 생각한 것도 이와 같으리라. 삽 한번 뜨지 못하고 주민과 업체 간 반목하며 불신만 쌓인 채 '시간이 멈춰버린' 서울시 뉴타운을 구원하기 위해 박 시장이 직접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상황은 녹록지 않다. 사업은 지지부진한 국면을 이어가고 있고,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 간 갈등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추진된 지 어언 2년이 훌쩍 지난 뉴타운 출구전략. 말 많고 탈 많던 박원순표 출구전략의 끝은 어떻게 맺어질까. <머니위크>는 '박원순 2기' 출범을 맞아 뉴타운 출구전략을 점검했다. 직접 뉴타운 현장을 찾아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보고 뉴타운의 남은 숙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도 살펴봤다.

 
"건물과 건설에 집중하던 낡은 경제, 외형적 성장에서 벗어나 사람에게 집중하는 새로운 창조경제의 시대로 나아갈 것입니다."

재임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일 취임식을 열고 향후 4년간의 민선 6기 시정방향을 제시하면서 한 말이다. 박원순 1기 정비사업의 핵심이었던 '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 출구전략'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이 담겨 있다.

추진된 지 어언 2년이 훌쩍 지난 뉴타운 출구전략. 말 많고 탈 많던 박원순표 출구전략의 끝은 어떻게 맺어질 것인가. 남은 숙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앞으로의 정책을 살펴본다.

 
/사진=머니투데이DB
/사진=머니투데이DB

◆출구전략 최대과제는 '매몰비용'

뉴타운 출구전략의 핵심은 실태조사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주민 갈등이나 부동산시장 침체 등을 이유로 '시간이 멈춘' 곳을 걸러내겠다는 목적에서 실시됐다.

서울시는 지난 2012년 1월 '뉴타운·정비사업 신정책구상'이란 이름의 정비사업 출구전략을 발표한 뒤 뉴타운·재개발 606개 구역 가운데 324개 구역의 실태조사를 추진, 이중 317개 구역(97%)의 조사를 완료했다. 이 과정에서 196개 구역의 사업을 해제했다.

최근에는 시가 뉴타운·재개발 실태조사를 실시한 4개 구역, 조합원 436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74%가 '실태조사가 사업의 추진여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실태조사가 진행된 사업장을 중심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일고 있긴 하지만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 조합이나 추진위원회 등 추진주체가 있는 340개 사업장 중 해산 여부가 결정된 곳은 26개 사업장에 불과해 앞으로 314개 구역에서 사업해산 여부를 놓고 분쟁이 계속될 수 있어서다. 성공적인 출구전략의 마무리를 위해선 나름의 '교통정리'가 필요한 셈이다. 특히 그동안 사업비로 들어간 돈의 일부를 서울시가 되돌려주는 일명 '매몰비용'의 손비처리가 급선무다.

하지만 뉴타운 출구전략의 자극제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시의 본래 의도와는 달리 매몰비용을 둘러싼 또 다른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지역의 슬럼화를 막기 위해 시가 해결책으로 내놓은 이 비용이 추진위원회가 생각하는 금액과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매몰비용을 지원한 첫 사례인 서울 성동구 금호 제23주택 재개발구역의 경우 지난 3월 주민들이 받은 금액은 1억4000만원이다. 지난해 7월 주민들이 관할 성동구청에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7억6300만원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구청의 검증결과 이 중 2억95만원만 실제 사용된 비용으로 인정받았고, 시는 관련법에 따라 이 금액(실비)의 70%인 1억4000만원을 지원한 것이다.

이에 매몰비용을 기다리는 다른 뉴타운 해제지역 주민 중 일부는 소송인단을 꾸려 법적대응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신들마저 똑같은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추진자금을 투명하게 쓰지 않는 곳도 상당히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추진위원회의 자금집행내역이 투명할수록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 매년 예·결산 등 회계감사를 잘 받아두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매몰비용 문제를 두고 시큰둥한 것은 사업에 참여한 건설사들도 마찬가지다. 시는 조합설립 이후의 사업장이 구역 해제된 경우 사업에 참여한 관련기업들이 투입한 비용에 대한 채권을 포기하면 이 중 일부를 세금감면을 통해 보전해주는 '손실처리'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예컨대 한 뉴타운사업에 10억원을 빌려준 건설사가 순이익 100억원을 예상했다면 법인세는 22억원이다. 그러나 10억원을 손실로 처리하면 이익이 90억원으로 줄어 법인세가 19억8000만원이 된다. 손실처리된 10억원의 22%(2억2000만원) 만큼 세금이 줄어든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뉴타운 출구전략에 따라 사업을 접는 곳이 나오면서 조합 등에 운영자금을 빌려준 대형건설사들이 이를 회수하겠다며 재산을 압류하는 등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며 "법인세 감면방안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투입된 비용의 78%는 기업이 손해로 떠안아야 하는 까닭에 이해관계자들 간 갈등해소에 큰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일부 나온다.

◆명확한 대안 없자 "우리가 한다"

관리주체 없이 '방치상태'로 돌아간 해제구역에 대한 방안도 절실하다. 시가 대안으로서 주거환경관리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노후주택을 개선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시는 주거환경관리사업 지역의 주민에게 연 1.5~2% 금리로 단독·다세대 개보수 시 4000만~4500만원, 신축(단독주택) 시 최대 9000만원을 빌려주고 있지만 주민이 자발적으로 신청하는 주택 개량·신축 실적은 거의 없다.

이에 따라 지역 자체의 슬럼화를 우려하는 시선도 나온다. 더 이상 개발지역과의 주거환경 격차가 벌어지기 전에 시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는 융자가 아닌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거나 직접 전문가를 투입하는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가 추진 중인 소규모방식의 대안사업으로는 낙후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주거의 질을 끌어올리기가 힘들다 보니 오히려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다시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많다. 전면 철거방식의 개발을 다시 도입하는 게 낫다는 논리다.

실제 뉴타운의 근거법인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따르면 지구지정 취소 이후 민간정비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규정이 명시돼 있다. 창신4구역이 대표적이다. 상업지구에 속한 창신4구역은 역세권이라는 지리적 장점이 있고 사업성도 높아 주민의 개발의지가 강한 곳 중 하나다. 결국 이곳은 주민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어 도시환경정비사업(이하 도환사업)을 계속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이 같은 움직임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한다. 뉴타운 출구전략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지만 해제지역에 대한 뚜렷한 대안사업이 없는 데다 강북권을 위주로 사업해산이 이뤄지면서 이에 대한 반감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창신 숭인 지역 일대 /사진=머니투데이DB
창신 숭인 지역 일대 /사진=머니투데이DB

◆박원순 2기, 앞으로의 방향은 '투트랙'

2년간 회생 불가능한 정비사업장을 솎아내는 작업에 집중했던 시는 박원순 2기 출범과 함께 추진지역과 해산지역에 대한 이른바 '투트랙 맞춤형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비사업장을 '추진우세', '정체·관망', '해산우세', '해산확정' 등 4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현장 실정에 맞는 지원을 진행하겠다는 것. 조합해산에 대한 주민동의율이 40% 내외일 경우에는 해산우세, 10% 내외는 추진우세, 25% 내외나 소송 등 주민들 간 갈등이 심한 사업장은 정체·관망 구역으로 지정되는 방식이 유력하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해 150억원 규모에 그쳤던 정비사업 융자금 규모를 350억원으로 확대하고 사업추진절차 간소화, 정비계획변경 용역비 지원, 기반시설 지원 등의 행정지원을 병행하기로 했다.

주민 간 갈등이 장기화된 현장에는 조합장이나 추진위원장의 지위를 갖는 사업관리자를 파견해 분쟁을 조정하는 한편 추진위의 '법인등록'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뉴타운사업이 지지부진한 배경에는 주택경기 침체 외에도 정비사업장에 만연한 비리와 불신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방안은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뉴타운 일몰제의 전면도입을 위한 계획수립도 진행 중이다. 박원순 시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뉴타운이 진행도 안되고 해제도 안되는 어정쩡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라며 "빠른 해제를 위해 일정시간 동안 개발이 안되면 자동으로 해제되는 일몰제의 도입이 효과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는 또 실태조사가 올해 종료되면 향후 5년간 총 2조원을 투입, 현재의 뉴타운 출구전략을 '도시재생사업'이란 이름으로 바꿔 새롭게 관련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도시재생사업이란 기존 주거지를 갈아엎는 전면 철거형 개발에서 보다 넓은 범위의 지역생활권 기능을 되살리는 방식을 뜻한다. 실제 선거당시 박원순 캠프의 강희용 정책 대변인은 "기존 주거지를 보전하면서 도로·공원 등 기반시설을 시가 설치하고, 2~3개 동(洞) 단위의 생활권과 연계해 마을 공동체·상권 활성화 등 지역의 사회·경제적 기능을 함께 회복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의 일환으로 시는 지난해 9월 뉴타운 구역에서 해제된 종로구 창신·숭인지구의 재생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사업비 665억원을 들여 주거지 정비 및 공동체 활성화와 함께 창신동 성곽마을을 관광지로 개발하고 토종 봉제산업을 육성하는 방안 등이 도입된다.

한편 뉴타운 출구전략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국회에는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전 의원이 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뉴타운·재개발사업의 청산신청기한을 내년 1월31일에서 1년 더 연장하고, 조합해산을 위한 주민동의 요건도 기존 과반수 이상에서 30% 이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노재웅
노재웅 ripbird@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주간지 <머니위크> 산업부 기자. 건설·부동산 및 자동차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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