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생수병은 들어줘야 패션의 완성

시크걸·쿨가이의 '시시콜콜' / ⑩ 생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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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이항영 MTN 전문위원과 백선아 MTN 앵커가 만나 핫한 트렌드의 맥을 짚어 드립니다. 센스 있게 흐름을 읽어주는 미녀 앵커와 시크하게 경제 포인트를 짚어주는 훈남 전문가가 경제 이야기를 부드럽게 풀어냅니다. 세상 흐름 속 숨어있는 경제이야기를 함께 하시죠.
미국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핫 피플인 사라 제시카 파커가 애용한 '보스'(VOSS), 톰 크루즈가 마신다는 '산 펠레그리노'(San Pellegrino)와 같은 프리미엄 생수는 이미 국내에서도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올해 대한민국에서는 들고 다니는 생수병이 패션아이템으로 여겨질 정도다. 누가 물을 돈 주고 사 마시냐던 것이 불과 20년 전이었건만, 지금은 물도 경제활동의 필수아이템이 된 것이다.

국내 음식료업체들은 오래 전부터 생수시장에 뛰어들었다. 광동제약의 삼다수가 절대시장을 석권하고 있고 그 뒤를 잇는 강원평창수, 아이시스, 백산수 등도 익숙한 브랜드가 됐다.

게다가 프리미엄 생수시장도 크게 팽창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해양심층수인 '미네워터'를 내놨고, SPC그룹은 파리바게트를 통해 프리미엄 생수 '오'(EAU)를 판매한다. 최근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는 '한라수'를 출시했다.
 
[시시콜콜] 생수병은 들어줘야 패션의 완성

◆환경문제 대두, 커지는 물시장

우리는 왜 물을 사서 마시는 걸까. 경제학 원론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자원은 희소하기 때문에 가치가 부여되고, 한정된 자원으로 가장 효율적인 생산을 해내는 과정에서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희소하지 않는,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자원에는 가치가 부여되지 않고 경제활동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이런 개념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몇년 전만 해도 형성되지 않았던 물이나 공기 등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물은 19세기 유럽에서 처음 상품화되기 시작했다. 현재도 명품 생수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유럽의 경우 먹는 물에 대한 심각성이 일찍 부각됐다. 물에 석회성분이 많아 식수로는 부적절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처럼 물 자체가 풍부한 곳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처음 물시장이 형성됐던 배경은 깨끗한 물이 희귀해서라기보다는 물이 병 치료에 특효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물 치료법에 골몰했던 페리에 박사를 거쳐 현대화된 상품체계를 갖추게 됐다. '페리에'는 탄산 미네랄 생수로 1863년부터 병에 담겨 판매되기 시작했다.

1878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공식 판매허가를 받은 '에비앙'도 치료목적에서 출발했다. 에비앙 마을에 방문했던 한 귀족이 물을 마시고 신장 결석을 치료했다고 알려졌는데 지금은 매월 3000만병이 팔려 나가는 세계 최고의 생수로 자리매김 했다. 이쯤부터 '단순한 물'이 '가치 있는 상품'으로 바뀐 셈이다.

이젠 당연한 경제활동의 대상이 된 물. 인구 증가와 기후 변화 등 환경문제가 물시장의 발전을 부추겼다. 안타깝긴 하지만 이런 환경문제는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깨끗한 물 공급이 희귀해질 것이란 뜻이다. 물론 경제적으로 봤을 때 그 가치도 더 높아질 것이다.

UN에서 올해 내놓은 세계 물 수요에 관한 리포트에 따르면 이머징 국가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물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으로 농업용 물 소비가 2050년까지 20%나 늘고 에너지 생산을 위한 물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물 공급 환경은 부정적으로 평가했는데 기후 변화로 가뭄지역이 늘어날 것으로 점쳐져서다.

이처럼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물 전쟁'이 대두되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삶의 원천인 물을 두고 갈등구조가 형성되기도 했는데, 1960년대 소비에트연방은 물길을 바꿔 중앙아시아의 아라해를 메마르게 했다. 삼국시대에는 고구려, 백제, 신라 중 한강을 차지했던 국가가 가장 세력이 강했고 전성기를 누렸다. 물의 영향력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대목이다.

물 때문에 전쟁이 난다면 옛날 얘기일지 모르지만 '물의 무기화'는 실제 이뤄지고 있다. 최근 터키가 유프라테스강에서 취수한 수돗물의 시리아·이라크 공급을 중단했단 소식이 들려오면서 이들 국가 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의 수많은 국가에서도 생존을 위한 물 전쟁이 발발하고 있다. '물의 무기화'는 21세기 오늘날의 현실인 것이다.

일각에선 희소가치가 높아진 물이 곧 오일이나 옥수수, 금과 같이 선물시장에서 거래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탄소 관련 세계 최고 권위자인 리차드 샌더(Richard Sandor)는 5∼10년 내에 물이 금융시장에서 거래될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파이프로 물을 끌어올려야 하는 물리적인 장애들만 제거된다면 말이다.
 
◆국내 생수브랜드, 한류 타고 성장 가능

생수시장은 취수 및 제조, 유통까지 포함된 거대시장이다. 위에서 언급한 에비앙을 비롯해 수많은 브랜드의 생수가 전세계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생수시장은 60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시장규모가 가장 큰 곳은 미국으로 약 110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다만 1인당 생수 소비량은 각 나라의 수돗물 사정에 따라 다르다. 선진국이 앞설 것이란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1인당 생수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멕시코, 이탈리아, 태국, 아랍에미리트, 프랑스, 벨기에 등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하나대투증권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현재 국내 생수시장 규모는 약 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처음 생수판매가 시작된 이래 1995년 법제화를 거쳐 2000년에는 1562억원 규모였던 생수시장이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12년에는 5000억원, 지난해에는 54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실제 대형마트인 이마트의 1분기 생수 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3% 증가했다. 지난 2년간 1분기 음료 순위에서 4위였던 생수가 올해는 1위로 올라선 것에서 시장의 확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미 산업으로서 물시장은 충분히 열려 있다. 그것이 콘텐츠의 힘을 받으면 더 강력해질 것이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PPL로 사용된 의류나 자동차 등이 급속히 글로벌 브랜드로 뜨는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송혜교를 모델로 기용했던 '아이시스', 이승기가 "넌 어디서 왔니"를 외치던 '강원평창수' 등 한류를 활용한 국내 생수브랜드가 해외에서도 호평 받을 프리미엄브랜드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한류를 타고 시장을 넓힐 수 있는 중국으로 넘어가 보자. 중국의 1인당 소비량은 미국 대비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이미 전체 시장규모는 세계 1위다. 중국의 생수시장이 우리나라의 3.5배 수준인 1조8000억원 규모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선 급격한 도시화로 수질 논란이 일며 건강한 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끓여 마시는 차에 쓸 생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조사기관 제니스에 따르면 중국의 생수시장은 과거 5년간 무려 140%가 넘는 고성장을 했다. 이어 2017년까지 다시 70% 이상 급성장할 전망이라고 하니 가능하기만 하다면 중국의 생수관련주에 대한 투자를 권하고 싶을 정도다.

물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물 관련 직업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물맛을 감별하는 워터소믈리에나 워터어드바이저 등의 직업이 생겼고 한국수자원공사가 주관하는 워터소믈리에 전문가 과정이 등장했다. 구직활동 중인 독자라면 참고할 만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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