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생명 다루는 대형병원의 '뒷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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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생명 다루는 대형병원의 '뒷북'
서울의 한 대학병원 홈페이지에 '처음 진료예약을 희망하는 환자는 전화예약을 이용해 달라'는 안내문이 떴다. 초진 환자 예약은 인터넷을 통해 받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전화예약을 시도했다.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연결되더니 주민등록번호 입력을 요구한다.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에 따라 지난 8월7일부터 주민번호를 이용한 전화나 인터넷 진료예약이 금지됐다. 하지만 일부 병원들은 여전히 주민번호를 수집하며 예약을 받는다. 진료예약시스템을 미처 변경하지 못한 병원에서 실제 발생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또 다른 대학병원의 경우 예약을 하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오는 환자도 있다. 초진예약을 하러 온 이 환자는 진료기록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서울로 올라왔다고 하소연했다. 이 환자는 진료 받는 날 또 다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예약시스템으로 인해 환자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일부 병원들이 법 시행에 늑장 대응을 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안전행정부와 공동으로 '의료기관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지난해 12월 의료기관에 배포했다. 또 지난 5월에는 유관협회에 교육자료를 보냈다. 그러나 일부 병원들은 이제야 허겁지겁 진료예약시스템 변경에 신경을 쓰고 있으니 마치 시험 전날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학생들을 보는 듯하다.

지난 7월24일 대한병원협회는 보건복지부와 안전행정부에 '진료예약은 주민번호 수집금지 조항에서 제외해달라'고 건의했다. 주민번호를 사용하지 않고 환자를 식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환자가 바뀌어 진료나 투약이 이뤄지면 대형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어느 정도 납득은 간다.

하지만 복지부가 해당 법 시행을 홍보한 지 8개월이나 지났다. 하지만 병원협회가 관련 내용을 건의한 시기는 법 시행 14일 전이다. 무슨 생각을 하다가 이제서야 정부에 배려를 요구하는 건지 선뜻 납득이 가질 않는다.

병원의 늑장대응을 지적한 복지부도 섣불리 강경대응을 하지 못하는 처지다. 환자가 예약할 때 불편한 상황이 생길 수 있고 안전과도 직결되는 부분인 데다 내년 2월6일까지 6개월동안 계도기간이 부여됐기 때문이다. 다만 복지부는 예약시스템 개편이 완료되지 않은 병원에 대해 조기에 시스템 개편을 완료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계도기간이 지난 후에도 주민번호를 수집하면 최대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현재 일부 병원들은 진료예약시스템 구축 및 점검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들 병원의 늑장대응 탓에 고생하는 건 환자들이라는 점이다. 한심하기 그지 없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성필
박성필 feelps@mt.co.kr

산업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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