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죽은 사람에게도 추심 가능할까

금융가 루머, 그것이 알고싶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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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머니위크>가 금융소비자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금융 관련 루머의 실태를 파헤쳐봤다. 세대 간 대립 양상으로 치닫는 기초연금을 비롯해 신용등급을 갉아먹는다는 체크카드, 장기투자하면 장기손해를 본다는 변액연금,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불법추심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더불어 교통사고 피해자를 오히려 보험사기꾼(?)으로 몰아간다는 마디모 분석의 허실도 짚어봤다.
‘죽은 사람에게도 추심한다’는 ‘독한 추심’ 얘기가 최근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됐다. 채무자가 종적을 감추거나 사망해도 ‘장기연체채권’은 대부업체들을 전전하며 끝까지 살아남아 빚의 멍에를 씌운다.

채무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추심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험악하게 그려진 채권추심인은 채무자에게 온갖 행패를 부리며 돈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른다. 빚을 졌기에 어디에 하소연조차 못하고 죄인처럼 숨어드는 채무자들. ‘독한 추심’은 어디까지 용인돼야 하는 걸까.


[커버스토리] 죽은 사람에게도 추심 가능할까

 
#1. 32세 미혼의 학원강사 A씨(여)는 어머니의 질병치료를 위해 대출을 받았다. 이후 A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아르바이트와 어머니 간병을 병행했다. 그러다보니 대출이자가 부담으로 다가왔다. A씨는 ‘연체만 안하면 추심을 피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에 ‘돌려막기’를 선택했다. 카드와 저축은행을 거쳐 결국 대부업체까지 찾아가며 연체를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통장잔고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결국 A씨는 이자를 갚지 못해 연체를 하게 됐다. 연체가 시작되자마자 채권추심원으로부터 전화와 문자가 쇄도했다. 추심원은 전화로 ‘기한이익상실’, ‘급여압류’ 등 A씨가 잘 모르는 용어를 사용하며 “법적으로 조치하겠다”고 압박했다.

#2. 40대 중반의 기초생활 수급자인 주부 B씨는 부족한 생활비와 자녀들의 교육비를 충당하기 위해 대출을 받았다. 일용직이라 소득이 불안정한 B씨로서는 집안 살림을 꾸리며 빚을 갚는 것이 어려웠다. 커져만 가는 빚을 감당하지 못한 B씨는 제 날짜에 돈을 입금하지 못했고 곧바로 채권추심원의 압박이 시작됐다. 아이를 찾으러 어린이집으로 가려는 B씨를 찾아온 추심원은 “어딜 가느냐? 어린이집까지 데려다 줄 테니 내 차에 타라”며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어떻게든 돈을 갚겠다”는 B씨의 호소에 추심원은 “나이가 얼마인데 주위에 돈 빌릴 사람이 없냐?”라며 “빌려서라도 갚아라”라고 말했다.
 
이 두 사례는 ‘희망 만드는 사람들’(이하 희만사)에 접수된 불법추심 피해사례다. 희만사에 따르면 이들은 추심원이 자신에게 불법추심 행위를 한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A씨의 경우 채권추심원으로부터 “법으로 조치하겠다”는 말을 직접 들었다. 채권추심회사는 압류나 경매 또는 채무 불이행정보 등록 등 법적조치가 진행될 수 있다고 안내할 수는 있지만, 직접 그런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하면 안된다.

B씨의 채권추심원은 타인에게 돈을 빌려 채무를 갚으라고 요구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7월31일 개편한 ‘채권추심업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채무 대납 혹은 타인을 통한 자금 마련을 언급할 경우 불법 채권추심행위로 간주한다.
 
[커버스토리] 죽은 사람에게도 추심 가능할까

 
◇ 불법추심, 신고·고소해야… 증거확보 필수

대부금융협회 소비자보호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채권추심 민원은 240건으로 2012년 181건보다 32.5% 늘었다. 같은 기간 이자율 관련 민원도 165건을 기록해 전년대비 20.4% 증가한 137건을 기록했다. 미등록 업체에 의한 불법추심도 급증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채권추심으로 검거된 인원은 522명이다. 2011년 검거된 인원이 254명이었음을 감안하면 2년새 두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불법추심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에듀머니에 따르면 빈번히 발생하는 주요 불법추심의 유형 10가지는 ▲빚을 갚으라며 한밤중에 집으로 찾아오거나, 사무실로 찾아와 제3자에게 채무사실을 알리는 행위 ▲채무자에게 가족이나 지인 등으로부터 돈을 빌려서 갚으라고 강요하는 행위 ▲가족 등을 폭행·협박·체포 또는 감금하는 행위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주장하는 행위 ▲하루 수십통씩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빚을 독촉하는 행위 ▲다 갚았거나 소멸된 빚을 갚으라며 독촉하는 행위 ▲법원·검찰청, 그밖의 국가기관을 통해 채무독촉을 하는 것처럼 우편물 등을 보내는 행위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 등에 찾아가 빚 독촉을 하겠다고 얘기하는 행위 ▲채무자의 소재가 분명함에도 가족 등에게 연락처 등을 문의하는 행위 ▲채무사실을 가족 등에게 알리는 행위 등이다.

드라마 등을 통해 자주 볼 수 있는, 추심원이 빚을 갚으라며 집으로 찾아오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연락이 두절됐거나 당사자가 동의하는 경우 등의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또는 야간(오후 9시~다음날 오전 8시)에 채무자나 그의 가족 및 친족, 직장동료 등을 찾아가 빚 독촉을 하는 행위는 인허가를 받은 등록 금융회사라도 불법이다.

상기의 10가지 유형에 대한 대응방법은 동일하다. 경찰에 신고하거나 고소장을 접수하면 된다. 다만 일반적으로 채권추심은 구두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경찰에 신고하거나 검찰에 고소장을 접수할 때는 실제 겪은 일에 대해 증명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따라서 대화내용을 녹취하는 등 증거확보가 필수다.
 
◇ 추심의 공포, 남 일 아냐

대한민국의 가계빚은 현재 1000조원 수준이다.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여명임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으로 1인당 2000만원가량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규모만 다를 뿐 실제로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은 빚을 지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평범한 서민들은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특히 경기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 점차 늘어나는 빚을 갚지 못해 채권추심을 당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전처럼 폭행이나 협박 등의 불법추심 사례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서경준 희만사 부장은 “최근 희만사를 찾는 사람들의 상황을 살펴보면 과거처럼 협박이 동원되거나 신체적 위해를 가하는 일은 매우 적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서 불공정 채권추심 관행 개선을 위해 다양한 규제책을 내놓다보니 등록된 업체에서 돈을 빌릴 경우 A씨나 B씨처럼 불법추심을 받는 사례가 줄고 있다.

하지만 자산관리전문가들은 여전히 자신이 지금 불법추심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공포에 떠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어떻게든 빚을 해결하기 위해 제2, 제3금융권을 찾아 더 높은 금리로 자금을 빌리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

김미선 에듀머니 본부장은 “발등에 떨어진 빚만 바라보지 말고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 제대로 된 상환책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부도 생색내기가 아닌 빚을 갚는 것이 어려운 사람을 위한 진정한 구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유병철
유병철 ybsteel@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위크> 증권팀 유병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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