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에이징으로 제맛 나는 한우, 살맛 나는 세상 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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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준비된 사람만 잡을 수 있는 성공 열쇠다. 사람들은 찬스를 눈앞에 두고도 놓치는 경우가 많다. 기회를 잡을 만큼 준비돼있지 않을 수도 있고 기회인지 인식조차 못 하는 이들도 있다. 

SD푸드(주) 유인신 대표는 충남 부여에서 드라이에이징(건조숙성) 한우를 내고 있는 한우암소구이 전문식당 <서동한우>를 운영하고 있다. 

5년 전, 유 대표는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우연히 발견한 건조숙성육을 보고 의문을 제기했고 그는 곧 상품성을 알아차려 연구를 거듭했다. 축산업계에서 그간 쌓은 경력은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결정적 밑거름이 됐다. 

몸소 부딪혀가며 집요하게 팠다. 먹으면서 몸으로 고기를 배웠던 유 대표다. 발견해서 연구했고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다. 

그 결과 <서동한우>는 연간 23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작년 11월 설립한 농업회사법인 SD푸드(주)는 연간 30억원의 매출로 빠른 성장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준비 중인 프랜차이즈 사업이 전개되면 지금보다 5배가 넘는 매출을 예상한다. ‘건조숙성전문가’라는 타이틀을 얻은 유 대표처럼 기회는 잡아서 살려야 성공할 수 있는 법이다.

◇ 축산농 살리고 미래 축산 부합하는 꿈의 숙성법 발견
유 대표는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2013년 2월쯤이었다. 그 시기 대표는 건조숙성육의 맛과 상품력을 최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각종 방법을 동원하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던 때였다. 그 날은 미국에 있는 스펙을 결합해 건조숙성 해놓은 소고기를 맛보는 날이었다. 

▲ 제공=월간 외식경영
▲ 제공=월간 외식경영
고기 한 귀퉁이를 슥 잘라 입에 베어 물었다. 순간 ‘아’, 짧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한번 더 맛보자, 동공은 커지고 심장은 마구 뛰었다. 머릿속으로 그렸던 ‘꿈의 고기’였다. 3년 넘게 기다려온 그 맛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설레고 가슴 뛰어서 며칠 동안 잠을 못 잤어요. 얼마나 흥분되던지. 제일 먼저 아내한테 맛을 보여줬습니다. 감동의 도가니였지요.”

숙성 기간과 온도, 습도 조절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탄생한 건조숙성이었다. 그간 연구한 노하우를 쏟아 부은 작품 중의 작품이었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딱딱함도 많이 줄었다. 구워서 식혔을 때 더 맛있었다. 냉장고에 넣어 이틀이 지나도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더 놀라운 점은 2등급 소고기였다는 것.

“그동안 소고기를 지방과 식감, 두 가지 맛으로 즐겼다면 건조숙성육은 고기와 단백질 맛으로 즐길 수 있는 음식입니다. 건조숙성Dry aging은 일반적인 습식숙성Wet aging과 대비되는 개념인데요. 고기의 독특한 풍미와 부드러운 육질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기를 공기 중에 그대로 노출한 채 냉장상태로 1~5주 이상 저장하는 방식이지요. 감칠맛 성분인 아미노산이 건조숙성을 통해 14.5배 증가하고 산도가 높아 보수력이 좋기 때문에 80% 익을 때까지 물이 새어나오지 않습니다. 완전히 구워 먹어도 딱딱하거나 질기지 않고 단백질 타는 구수한 맛이 납니다. 그동안 먹었던 고기와 전혀 다른 맛이지요.”

맛도 맛이지만 기존 등급 체계로 인한 축산 농가의 피해를 건조숙성육으로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건조숙성육은 살코기가 많은 2등급 소고기가 최적이기 때문이다. 건조숙성육으로 2등급이 어필되면 농가들 상황이 나아질 거라 확신했다. 

또 동물 복지 사육으로 방향을 잡은 미래 축산업의 한 대안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유 대표는 사명감까지 느꼈다.

당시 ‘부여 맛집’으로 통하던 <서동한우>는 건조숙성육을 도입해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 운명처럼 다가와 인연이 된 ‘건조숙성’
유 대표에게 건조숙성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2009년 9월 말, 유 대표는 추석 이틀 전으로 기억한다. 도매업을 하는 지인이 잠시 맡겨놓은 소고기가 있었는데 찾아간다고 한 게 차일피일 미루다 어느덧 수일이 지났다. 

14일이 되자 고기에 본격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맡아보는 냄새가 났다. 희한하게도 역겨운 냄새가 아니라 식욕을 당기는 고소한 향이었다. 당시만 해도 소고기와 함께한 세월이 십수 년이었기에 날것으로 먹어도 되는 고기인지 정도는 육안으로 알 수 있었다.

조금 떼어내 먹어봤다. 색다른 맛이었다. 호기심에 35일 되는 날까지 두고 계속 맛봤다. 당시 고기 상태는 육포와 흡사하면서도 조금 더 부드러웠다. 연구해 볼 일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게 건조숙성 때문인지는 전혀 몰랐다.

흥분되는 마음을 안고 인근에서 한우식당을 운영하는 업주에게 달려갔다. 같이 연구해보자고 제안했지만 그 업주는 이미 다 해본 과정이라며 단박에 거절했다. 그것은 상한 고기이고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성 알레르기까지 올라온다는 것. 더이상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다는 말에 아쉬웠지만 혼자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러고 얼마 후 유 대표는 (사)전국한우협회에서 진행하는 ‘한우전문점 경영개선 컨설팅 교육’에 참가하게 됐다. 마침 그곳에서 ‘드라이에이징’ 강의를 들었다.
“강의를 듣는데 제가 연구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그게 드라이에이징, 바로 건조숙성이었습니다.”

그렇게 건조숙성은 유 대표에게 운명처럼 다가와 인연이 됐다. 본격적인 개발에 돌입했다. 연구를 거듭한 끝에 건조숙성육은 2010년 겨울, 고객에게 첫선을 보였다. 결과는 참패였다. 고기가 딱딱하다는 손님이 대부분이었다. 

13년 넘게 신뢰 하나로 장사했던 터라 기다려주는 손님도 있었지만 때마침 경쟁 업소가 생기는 바람에 손님은 더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맛에 대한 확신이 컸던 유 대표는 포기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대중에게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 

“지금에야 자리 잡았지만 당시에는 관리할 방법도 모르고 관련 기술도 없었습니다. 온도에 따라 제습기 작동이 되다 안 되다 하다 보니 기계 장치도 떼었다 붙였다 하기 일쑤였지요.”

유 대표는 “건조숙성에 대한 기술보다도 날씨, 습도와의 상관관계 등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며 “기술 전수에서 부딪히는 한계가 바로 이 부분”이라고 말했다.

◇ 집안 반대 무릅쓰고 시작한 축산 일, <서동한우> 프랜차이즈 사업 코앞 
1997년 <서동한우>가 탄생했다. 오픈할 때는 ‘목우촌’이었다. <서동한우>는 100% 한우암소만 사용하고 있다. 등급이 아니라 부위를 따졌다. 등급 관계없이 맛있는 부위를 찾아서 냈다. 당시만 해도 지금과 달리 특수부위 개념이 없었다. 상호는 7년 전 바꿨다. 지금은 기존 콘셉트에 건조숙성육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유 대표는 현재 제2도약을 앞두고 있다. 작년 11월 농업회사법인 SD푸드(주)를 설립하고 <서동한우>의 프랜차이즈 사업을 추진 중이다. 상표등록도 마쳤다. 서울 상암과 강남역 인근에 매장 오픈을 앞두고 있다. 강남역은 인근에 <봉피양> 등 굵직굵직한 고깃집이 대거 포진하고 있어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건조숙성은 옛 조상들이 음식을 해먹던 방식 중 하나입니다. 황태나 과메기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어요. 원래 먹었던 모습으로 돌아가는 차원에서 건조숙성육이 의미 있지 않나 싶습니다. 기름기 쫙 빠진 살코기로 풍부한 맛과 영양을 내는 건조숙성육처럼 건강한 먹거리를 전파하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건강한 먹거리 알리기부터 농가 살리기, 미래 축산업 방향 제시까지 유 대표의 어깨가 무겁다.

 

강동완
강동완 enterfn@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머니S' 편집국 선임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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