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가 신풍속도] "점장님, 대출영업 안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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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의 OO지점 A지점장은 점심을 먹을 때 맛보다는 식당의 규모와 직원 수를 먼저 확인한다. 직원이 많을수록 그는 식당에서 가장 비싼 음식을 주문한다.

이후 여러 차례 방문한 뒤 사업자와 안면을 트고 자연스럽게 주거래은행이 어딘지 묻는다. A지점장은 불과 몇개월 전까지만 해도 이 같은 대면영업을 통해 사업자에게 예·적금 혹은 대출상품을 안내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주거래통장 가입 유치에 더 심혈을 기울인다.

시중은행들이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영업전략 변경에 나섰다. 과거처럼 예금이나 대출을 통해 실적을 쌓아봤자 수익에 별다른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거래통장, 퇴직연금, 신용카드, 방카슈랑스 등 중장기상품 가입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새로운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은행권 내 부동자금이 넘치는 상황이어서 굳이 공들여 수신자금을 끌어올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여신도 마찬가지. 고객에게 대출을 해줘도 받는 이자가 너무 낮아 은행 입장에서는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이다.

하지만 요구불통장은 다르다. 예치잔액 규모와 상관없이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지급한다고 해도 일반예금에 비해 이자가 저렴하다. 따라서 예치잔액이 높으면 그만큼 은행에서는 이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A지점장은 "서울 도심에서 10명 이상의 직원을 둔 사업자의 경우 통장에 예치한 평균잔액이 수천만원 이상"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사업자를 설득해 주거래통장 가입유치에 성공하면 자연스럽게 직원들의 퇴직연금도 갈아타도록 유도할 수 있다. A지점장이 식당 내 직원 수를 유심히 살펴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부 은행들은 아예 지점을 평가하는 실적 점수를 변경하기도 했다. 돈이 안되는 대출이나 예·적금 가입고객보다는 주거래고객 예치, 퇴직연금 및 신용카드 가입, 방카슈랑스 판매 등 중장기적으로 수익이 가능한 상품 유치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것. 과거 지점장이 대규모 단위의 대출영업을 해오면 은행 창구문을 닫고 난 후 지점 내 행원들이 모두 일어나 박수치던 때에 비하면 상전벽해다.

B은행 지점장은 "은행의 경우 대부분 이자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인데 예대마진이 쪼그라들면서 지점 내에서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며 "그렇다고 영업을 안 할 수는 없는 상황이어서 퇴직연금 등 중장기상품 위주로 영업하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은행가 신풍속도] "점장님, 대출영업 안 하세요?"

◆비용절감 스마트뱅킹 틈새시장 공략

초저금리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은행의 살길은 비용절감으로 귀결된다. 현재 은행들이 가장 열을 올리는 분야는 스마트뱅킹시장이다. 고객들이 은행창구에 방문하지 않아도 상품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로 영업점에서는 연 3%대의 예·적금상품을 찾기 힘들지만, 스마트뱅킹으로는 상대적으로 고금리 상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일부 은행은 자산가들이 이용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장기적으로 고객이 펀드나 방카슈랑스 등 다양한 상품을 가입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은행 관계자는 "저비용으로 고효율의 이익을 챙기려면 해답은 스마트뱅킹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한단계 진화된 스마트 앱, 전자지갑 등 스마트뱅킹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금융소비자도 심리변화… 저축은행 '북적북적'

초저금리가 만든 이색풍경은 금융소비자의 마음도 변화시키고 있다. 저축은행 부실사태로 좀처럼 제2금융권에 눈을 돌리지 않았던 고객들이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는 심정으로 저축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유는 역시 금리다. 시중은행에 예치해봐야 시장물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질적 마이너스 금리기 때문에 연간 0.1%포인트라도 높게 이자를 쳐주는 저축은행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는 평균 연 2%대 초중반에 불과하지만 저축은행은 연 2%대 중반에서 3%대 초반에 이르는 다양한 상품들로 구비돼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1년 만기 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연 2.75%, 정기적금 평균금리는 연 3.48%다(8월21일 기준).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달 들어 예·적금 상품에 대한 문의가 평소보다 2배가량 늘었다"며 "가입규모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다만 예금이체는 예금자보호가 가능한 규모인 5000만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운용하는 사람이 늘었다. 저축은행 부실이라는 대형사고를 잊지 못한 고객이 많아 가입 전 얼마까지 예금자보호가 가능한지, 해당 저축은행은 안전한지 등을 묻는 문의도 끊이지 않는다는 게 저축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절세혜택이 가능한 새마을금고 및 신협에 가입하려는 고객도 늘어나는 추세다. 새마을금고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규모는 말할 수 없지만 지역단위 금고를 중심으로 자금 유입규모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시중은행에 만족하지 못하고 저축은행을 불안해하는 고객들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 4.3% 고금리상품이 있었네

[은행가 신풍속도] "점장님, 대출영업 안 하세요?"
이미 대규모 구조조정을 끝낸 저축은행. 지금처럼 초저금리 시대에는 자신의 니즈에 맞춰 저축은행을 활용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일부 저축은행은 연 3.3%의 높은 고금리 특판을 판매 중이다. 워낙 인기가 높은 만큼 가입을 원한다면 서둘러야 한다. 고금리 저축은행 상품을 모아봤다(이하 1년 만기 기준).

참저축은행은 8월19일부터 연 3.3%의 복리이자를 주는 특판 정기예금을 판매한다. 100억원 한도다. 동원제일저축은행은 연 3.04%의 특판정기예금을 내놨다. 아주저축은행의 정기예금은 최대 연 2.9% 금리를 보장해준다. 또한 웰컴저축은행은 최근 정기예금 금리를 2.6%에서 2.7%로 0.1%포인트 인상했다.

정기적금 가입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SBI저축은행을 알아보자. 1년 만기 정기적금 금리가 연 4.2%에 달한다. 이밖에 OK저축은행의 'OK끼리끼리 정기적금'은 최대 연 4.3% 금리를 제공한다. 가족, 친구, 연인 등이 함께 방문하면 기본금리 연 3.8%에 우대금리를 더해 연 4.3%까지 적용받을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성승제
성승제 bank@mt.co.kr  | twitter facebook

금융을 사랑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금융 출입 기자입니다. 독자님들의 아낌없는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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